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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산하령(山河令), 2021> 잡설 (feat.캐릭터 및 배우)
    오덕기(五德記)/中 2021. 11. 18. 12:17

    <산하령>은 스킵도 거의 하지 않은 채 끝까지 잘 달린 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복습 중. 

    초반의 노골적인 대사에는 계속 흠칫하였으나 뒤로 갈수록 상황이 이해가 가서 괜찮았다. 역시 로맨스도 애들 생기면 식기 마련이니 말이다. 본격 두 아빠가 목하 연애 중인 딸 단속하면서 부족한 아들 하나 키우는 스토리.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강호의 정파와 사파를 한꺼번에 멸절시키려는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그다지 큰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다. 일단 주인공 커플이 친구들이 서로의 마음을 속이면서 오해하고 삽 푸는 시간이 거의 없다. 잠시간의 헤어짐이 있어도 곧 상대를 구출하면서(주로 객행이가 자서를 구출하며) 둘이 계속 잘 지낸다. 남의 입을 빌려서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필요도 없다. 원래라면 온객행이 곡주임을 알고 대환장 난리판을 한바탕 치를 수도 있건만 이 부분조차 너무 매끈하게 지나갔다. 

    캐릭터/배우 얘기를 좀 해보겠다.

    주자서/장철한 : 사계산장의 (한 때는) 소년 장주이자, 서북 지역을 주름잡던 왕부 소속 살수집단인 천창의 수령 출신. 자유를 찾아 자기가 개발한 칠규삼추정을 행하고 거지처럼 생활한다. 사실 칠규삼추정은 천창의 비밀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거늘 개발자인 본인이 이를 변칙적으로 행하고 밖에 나와서 천창 시절 얘기를 자주 나불댄다. 심지어 자기 손으로 이 벌을 행하여 사계산장 사람들은 다 죽여놓고선, 본인은 제 짝을 친구를 만나자 병을 고치고 싶어한다. 칠규삼추정은 쉽게 말하면 주인공의 여리여리 병약 이미지와 유한한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주기 위한 극적 장치이다. 어찌되었건 그는 이 칠규삼추정을 행한 후 거지 노릇 좀 하다가 온객행과 성령을 만나서 무림비급을 모아놓은 무고와 그 열쇠인 유리갑에 얽힌 비밀에 휘말리게 되고, 돌연 애국애족애민하는 마음이 뻐렁친다. 성격은 좀 뺀질댄다. 아픈 척 하면서 부려먹는데 일가견이 있다. 

    哇塞!!!

     

    주자서 역의 장철한은 약간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이다. 처음에 천창 수령으로 나올 때는 저 사람이 주인공인가(오프닝 안 본 사람의 병폐), 인물이 특출나지는 않네라고 생각했다(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지 주서를 보다 이후 물에서 청초하게 씻고 나오니 선이 고우면서도 남자답게 생긴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풍채가 거대하진 않지만 헤벌레 하게 늘어진 의복을 뚫고 나오는 몸의 다부짐이 있다. 무공은 고강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각혈하는 이중적인 역을 하기에 제격이다. 보면 볼수록(이미 복습을 아주 많이 함) 장철한의 표정 연기나 눈빛 연기가 사뭇 깊이가 있어 마음에 든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이 <운석전>의 목석 연기로 유명한 그 배우라고 하는데 얼마나 발연기를 시전 했나 궁금해졌다.

    온객행/공준: 희대의 날개뼈 집착남(다듀인 줄). 정작 본인은 쇄골미남. 섬섬옥수. 악귀들이 모인 청애산 골짜기의 우두머리인데, 워낙 미쳐있어서 악귀들도 벌벌 떠는 카리스마 넘치는 곡주. 만만한 것이 부하인지라 일종의 실연을 당한 후에 부하들 상대로 패악 부리는 것이 보통이 아니다(대사량은 더 ㅎㄷㄷ). 실상은 정파와 사파 양측의 공격을 받고 죽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원한이 사무친 주인공. 성격은 능글맞고, 미인남자에 집착하며, 문자 쓰는 것을 좋아하고, 눈치를 티 나게 보며, 상처받은 강아지 표정을 잘 짓고, 주량이 별로이다. 온갖 잡일에도 능하여 마차도 잘 몰고,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한다. 
     
    처음 귀곡주 얼굴이 부분만 나올 때도 그가 온객행임을 아랫니 치열을 보고 알았다. 공준은 <장가행>에서 본 방일륜 계통의 선한 눈매를 하고 있는데(오종혁 느낌?) 악역에는 안 어울리는 마스크임을 본인도 아는지 눈에 너무 힘을 빡! 주고 연기한다. 공준 외모나 연기에 큰 불만은 없지만 그가 피리만 불면 어쩔 수 없이 스킵을 시작했다. 피리 부는 연기를 이토록 어색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드라마 부분에 삽입되는 베를린 소년 합창단 마냥 청량한 목소리의 OST에 누군가 했더니 바로 공준 목소리(엔딩도 항상 스킵해왔다). 

    정성령/손희륜: 이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하나. 이 정도로 지분이 높은 배역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상 <산하령> 월드 최대 수혜자. 용연각과 사계산장과 경호파를 모두 잇는 계승자. 사람은 선량하나 눈치가 없어서, 아 이런 말 하지 말라 그랬는데 하면서 다 말한다. 하지만 맹하지만은 않다. 주자서나 온객행이 구하러 오면 촉박한 시간 내에도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 겁박했는지 야무지게 이른다. 

    고상/주야: 독설의 대가이지만 얼굴은 예쁜 전형적인 칼 품은 입에, 두부 마음이다. 혜리 느낌도 난다. 약간 과장되게 말할 때 입모양이 이상한데 온객행도 그래서 부전여전이랄까. 그런데 복습하려니 고상과 조위녕만 봐도 너무 슬프다. 황천에서 기다리겠다는 조위녕의 꿈 얘기도 복습해서 보다보니 너무 슬프다. 처절하고 아름다웠던 고상의 마지막 전투 장면. ㅠ.ㅠ

    엽(섭)백의/황유명: 우리나라에서 중국어 번역할 때 자꾸 섭씨를 엽씨라고 쓰는데, 엽을 성씨로 쓸 때는 섭이라 해야 한다. 따라서 엽백의도 기실은 섭백의라고 표기했어야 한다. 어찌 되었건, 엽백의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이자 사실상 사건을 푸는 키를 담당한다. 무공이 고강한 성마른 이 욕할배만 등장하면 가장 멋있는 무술 장면이 펼쳐지고, 가장 유쾌한 대화가 쏟아진다. 말 한마디 안 지는 온객행과 욕 할배가 디스전 할 때마다 웃겨 죽었다. 게다가 우리 엽백의 할아버지 기실은 어찌나 자애로우신지 매번 손에 사정을 둔다. 사계산장에 가는 길에 자신의 앞을 막는 주자서와 온객행을 상대로 충분히 날을 세워 벨 수 있음에도 검신의 등대로 타격만 가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며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주자서를 위해 대무와 칠야를 보내줬는데, 선배를 존중하지 않는 온객행과 주자서가 동짓날 먹고싶다는 교자만두도 안 먹이고 문전박대. 니먼훈단!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볼만한 무술 장면도 주로 엽백의와 함께 했다. 나는 떼로 몰려드는 것보다 일 대 일로 육박하는 무술 장면을 좋아하는데 엽백의 할아버지는 친절하게도 그렇게 해줬다. 특히 엽백의가 맨 처음 주자서/온객행과 대결하는 장면, 그리고 사계산장 앞에서의 "니부페이!"의 무술 장면이 좋았다. 엽백의는 저렇게 표표하게 날리는 옷깃 표현하려고 이 더운 여름에 옷을 여섯 겹이나 껴입었나 보다. 게다가 이름이 백의라 옷도 백의. 닭이 먼저였을까 달걀이 먼저였을까 궁금하다. 엽백의와 맞붙기만 하면 주자서가 백의검을 빼앗기는 것도 좋았다(왜죠). 

    이 역을 맡은 황유명 사랑합니다(돌연 고백). 공준, 장철한 인터뷰를 보면 황유명이 분위기 메이커인 듯 싶었다. 배우들끼리 별로 안 친해서 폭소 NG가 없었는데 황유명과 함께하면 엄청 웃었다고 한다. 과일이나 주스도 촬영장에 매번 가져오고. ㅋㅋㅋ 황유명 인터뷰도 들어봤는데 본인 목소리가 엄청 좋아서 자기 목소리로 더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성우(김현金弦)가 완벽했다. 어쩌면 저렇게 엽백의 역에 찰떡인지. 엽백의가 말 더럽게 빨리하는데 그 싱크도 어찌나 잘 맞추는지 신기해서 계속 돌려봤다.

    메이킹 필름을 보니 공준의 목소리 연기가 온객행 배역에 굉장히 잘 맞는다. 성우보다 본인 목소리가 더 온객행스럽다. 온객행 목소리에서 <진정령>의 강징, <장가행>의 소가한 목소리가 들려서 찾아보니 역시나 왕개(王凯), 알고 보니 최근 봤던 <학려화정>의 제왕도 왕개가 했더라. 약간 성깔있는 배역 전문. 온객행이나 공준 얼굴과는 덜 어울림. 그리고 주자서 성우 곡강산(谷江山)님 사랑합니다(또다시 고백). 최근 들었던 성우 중 목소리와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엽백의와 주자서 성우 목소리 들으려고 여러 번 돌려 볼 정도였다. 주자서역의 곡강산과 엽백의 역의 김현은 모두 소속사가 729声工场이어서 확인해보니 <마도조사> 애니메이션에서 각각 김자헌과 남희신역을 맡았다고 한다. 게임 그래픽 퀄의 애니메이션이라 보다가 몇 편 못 보고 멈췄는데 다시 봐야 하나 싶었다.   

    성우 이야기 하니 하나 더. 갈왕 역을 맡은 이대곤은 본인 목소리로 녹음했는데 정말 좋다. 화장 지운 얼굴 보고 본인 맞냐고 물어보심 안 되어요.

    이상 체계라고는 없이 편애를 담은 캐릭터 잡설을 마친다. 다음은 진짜 잡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