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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기록(the body, 음악이 좋아서… 등)What am I doing? 2022. 3. 31. 13:06
휘발성 인생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포스팅.
수잔 바우어의 <The Story of the World> : 원서로만 봄. 저자는 본인도 홈스쿨링, 자녀도 홈스쿨링을 했다는 듯. 이런 노하우가 점철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영어/역사 용으로 꽤 읽히는 것 같아서 나중에 조카랑 읽겠다며, 주욱 훑어보는데, 1권 (고대 중간부터), 2권 중세를 거쳐, 3권 근대 초기까지 읽는데 진짜 더 이상 봐주기가 어렵다. 3권을 거의 끝까지 인고의 시간으로 버텼는데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일단 역사책도 아니고, 시선은 편벽되었으며, 지나치게 서구 중심이다. 다른 세계를 이렇게 홀략하면서 유럽이나 미국은 이렇게 자세히 다룬다고? 이렇게나 노잼인데? 식민지 얘기를 이렇게밖에 못 쓴다고? 분노에 분노를 거듭했다.
3권에서 청나라 부분을 읽는데, 앞은 그나마 한어병음 표기법을 쓰고 혹시나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이 나오면 주석을 달더니(본인도 이상하다고 여긴 듯) 청나라에서는 거의 다가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이다(그 와중에 임칙서는 한어병음). 쉽게 말하면 앞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했다가 뒤에서 리유뻬이, 꽌위, 짱페이 식으로 표기한 거다. 청나라 관련 옛날 책 한 권 요약한 듯. 집에서 영미권 본인 애들한테나 써야지, 출판하려면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 책인데, 이런 걸 한국에서도 많이 본다니(잘은 모르겠지만 심지어 번역된 것 같다) 우려가 앞선다. 오랜만에 보는 서구 중심주의 저작에 열이 있는 대로 뻗쳤다. 서구권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세계'라는 말에 대해 고민 좀 해봐야 한다. 나 말고 걔들이.
빌 브라이슨의 <The Body>: 원서로도 읽고, 우리말로도 읽음. 독서모임에서 읽은 건데, 그간 만날 너무 어려운 책만 읽어서 잘 읽히는 책도 한번 보자고 선택했다. 빌 브라이슨이 워낙 이야기꾼이고, 내용도 간단해서 가뿐하게 잘 읽었는데, 딱히 심도있게 나눌 주제는 없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수다꽃을 피웠다. 약간 기억해 놓으면 잘난 척하기 좋은 에피소드들이 한가득인데,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 함정. 읽다 보면 사람한테 이렇게 병이 많이 생길 수 있는데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있다니 신기하다. 이토록 병에 걸리기도 쉽고, 몸도 약한데 인류는 개체수로 버티는 건가. 이제는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해치는 게 더 많아졌는데,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중간에 731부대 얘기는 한국인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정경영의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요즘 음악 관련 책들 몇 가지 보고 있었는데, 제일 잘 읽혀서 일단 완독. 음악 관련해서 음향학, 악기, 청중, 음악학, 화성학, 음악사, 작곡가나 작품, 장르, 연주와 뇌과학, 에세이까지 닥치는대로 읽는 편인데 너무나도 파편적이라 한 켠으로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음악 전체를 통찰하는 책이란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그나마 내가 원하는 것들을 쉽고 가벼운 문장과 내용으로 어느 정도 충족해줬다.
마츠다 유키마사 <눈의 황홀> (독서 중): 우연히 접하고 재미있어서 계속 읽음. 깊이가 있는 듯 하면서 없는데 아주 적절한 수준이라 만족스러움.
알라 알아스와니 <야쿠비얀 빌딩> (독서 중): 독서모임에서 읽자 하려다가 그냥 혼자 읽기 시작했는데, 혼자 읽기를 잘 한 듯. 계속 캐릭터 소개만 하면서 빌드업 중인데, 혹시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함.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고 약간 헐어서 방에서는 안 읽고 카페에서만 읽느라 빨리 못 읽지만, 집에서 읽을 수 있다면 후르륵 읽을 듯.
더글라스 호프스태더 <괴델, 에셔, 바흐>(독서 중): 또다른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었는데 반 정도 읽다가 멈췄음. 매번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만 이 책은 왜 이렇게 히브리어인지. 안간힘을 쓰면서 읽는 중. 읽으면서 작가 욕을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없음. 그런 말장난 좀 그만 집어치우라고. 다 읽는데 1년 걸릴 듯.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독서 중): 독서모임에 내가 읽자고 권한 책. 에세이 형태에 심도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작가가 무리하게 가치 판단에 개입하기보다(실상은 주제를 정할 때 이미 가치 판단이 많이 개입되었기에) 독자에게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인 듯. 술술 읽히지만, 마음도 아픔.
강신주 <철학 vs 철학>(독서 중): 독서모임 친구들이 아픔이 길이 되려면만 읽기는 너무 아쉽다해서 끼워놓은 책. 한 번에 두 개 정도씩의 챕터만 읽는 것으로 부담 없이 접근 중. 친구들은 지금까지 읽은 철학책 중 가장 읽기 쉽다며 흥미로워함.
그밖에, <음악이 끝난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traditions & encounters>, <시장의 배반>, <쟈디그 깡디드>,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등을 읽고 있음. <천애객>은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고, 중국사 책 하나 매일같이 중국어로 읽고. 한국어로 번역 안 된 위화 에세이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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