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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음양사 청아집>
    오덕기(五德記)/中 2022. 5. 11. 15:14

     

    중국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일본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1년 하고도 몇 개월 전에 본 것을 메모장 정리하려고 털어본다.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축한 헤이안 시기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이 '음양사'라는 일종의 주술사 기질의 장르(혹은 캐릭터)가 일본이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나보다. 오카노 레이코의 절판된 만화책 <음양사> 일부를 분실하여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나였기에 이 인기가 굉장히 신기했다(절판된 책이나 재출간 해주세요). 넷플릭스에 <음양사 청아집>이 풀렸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노무라 만사이가 분한 <음양사>의 리메이크인가 했다. 알고 보니 헛다리.

    음양사 청아집이라, 세이마사 편이랄까. 즉 아베노 세이메이(청명晴明)의 청晴,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박아博雅)의 아雅를 합쳐 세이마사. 물론 청아라는 이름만으로도 맑고 전아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오랜 팬인 나, 교토의 세이메이 신사까지 찾아갔던 나란 인간은 아베노 세이메이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에 낚여서 이것이 중국에서 만든 건지 일본에서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다. 나름 배우는 유명한 사람이라던데, 내가 워낙 사람을 분간할 줄 몰라 <삼생삼세십리도화>를 다 봤음에도 세이메이가 조우정인지 몰라봤다(언제나 열일하는 내 안면인식장애). 히로마사 역을 맡은 이도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한 사람이더라. 난 그저 예쁜 옷 잘 입고있지 왜 자꾸 상체탈의 하냐고 타박했을 뿐이고.

    다들 공기 반 소리 반 발성법으로 이야기를 해서, 나중에 소리 거하게 지르려고 저러는 건가 했는데, 끝에 그들이 소리를 질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황과 공주의 화장법이 전형적인 중국 당나라를 따랐다. 역시 헤이안 시대와 가장 연관이 깊은 당나라 느낌을 차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측천무후와 태평공주랄까.

    촬영이나 CG는 언제나 그렇듯 큰 걸림돌이었다. 포커스를 바꾸는 방식을 너무 자주 썼고, 카메라 워크는 구렸으며, 손가락이나 사탕이나 부채 등에서 빛이 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마지막에 매트릭스 같은 CG가 자꾸 나오는데 영... 다만 용의 입 안은 꽤 멋지게 표현했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른 CG는 말아 먹어도 용만 기똥차게 표현할 때가 많은데, 얘는 용 입 안에서 성공한 듯.

    이것을 오로지 청명(세이메이)이라는 이름 때문에 며칠에 걸쳐 나눠 본 후에도 또 음양사라는 이름에 낚여 시신령인가를 봤는데, 그건 다행히 보다가 멈췄다. 나름 배움이 빠르달까. 이 <청아집>은 돈칠한 분위기라도 있는데 시신령은 싸구려 분위기가 팍팍 나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이제 중국이 일본의 것도 차용하냐고 생각하겠지만, 꽤 의미있는 작업같다. 잘만 만든다면.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