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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일념관산(一念关山)》 배경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4. 8. 27. 22:25

    작년에 유우녕이 첫 주연으로 일념관산을 한다길래 엄청나게 기대하면서 방영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현생이 너무 바빠 방영 이후에도 한참을 못 보다가 이번에 달렸는데, 역시나 기대한 만큼이나 재밌게 시청.

    공간은 가상의 중원을 중심으로 한 중국 땅덩어리(지명도 다 다름), 나라는 10국이 연립하였는데, 중원에 위치한 안나라(安国), 오나라(梧国), 저나라(褚国), 신나라(屾国), 기나라(祁国), 숙나라(宿国), 혁나라(奕国), 원나라(沅国), 염나라(琰国)의 9개국과 북쪽의 전투유목민족인 북반(北磐)이 그것이다. 이 중 안나라와 오나라가 제일 강하다. 굳이 나라를 10개나 할 필요가 있었나 모르겠지만 그것은 작가 마음이니까.


    안나라는 군사력이 막강하고 오나라는 부유하다. 그러나 황권이 기깔나게 강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는데, 안나라 안에 여러 부족(사동부, 사서부, 사중부, 그리고 드라마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패턴 상 사북부, 사남부도 있었을 것이다)이 있고, 부족 간의 합종연횡, 혹은 도움 없이는 황제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때문.
     
    의복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일단 당송전환기, 즉 오대십국, 세계관의 저 괴상망칙한 이름을 가진 나라들도 10국, 의복 양식도 대충 이 시대. 여성은 송나라에 가깝고 남성은 당나라와 송나라 느낌을 가진다. 관복이야 어쩔 수 없이 송나라와 송을 따라한 명나라의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화장법은 꽤 한국적. 아무도 그 괴랄한 당나라 화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겠지. 마침 분장팀 안에 아이라이너의 연금술사가 있는지 눈매 끝선을 기가 막히게 딴다. 미간의 붉은 그림 화전(花鈿)도 등장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오대십국 느낌이 나는 듯.


    그러나 내용의 주요 플롯은 명나라 영종 냄새가 진하게 났다. 황제가 다른 나라의 포로로 끌려가 억류 당하는 상황이 중국 전체 역사에서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명나라 영종이기 때문이다. 영종으로 말할 것 같으면, 황제의 신분으로 오이라트족과의 전투에 친정하였다가 포로로 잡혔다(토목의 변). 그 사이에 명나라에서는 그의 이복동생을 황제로 옹립하면서 영종이 아무짝에도 필요가 없어지자 오이라트에서는 그를 돌려보냈고, 명나라에서는 그를 태상황에 봉하여 사실상 유폐시켰다. 물론 조정이 어지러운 틈을 타 다시 황제로 복위하긴 했지만 말이다. 명나라에 워낙 혼군이 많아서 명함도 못 내밀지만 내용 상 혼군 중의 혼군이다. 

    그래도 영종이 잘한 것이 있다면 비빈의 순장제도를 없앴다는 점이랄까. 그 당시 황실에서 여자들은 남편이나 주인이 죽으면 시중을 들기 위해서 잘도 죽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가 시작되기 전에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제도인데, 중국에서는 굉장히 오래 끊겨있다가 명나라 때 다시 불타올랐다. 시대를 역행했다고 할까나. 이를 일컬어 유목 제국의 습속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 여기까지. 일념관산 이야기하려다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저 강한 두 나라, 안나라와 오나라는 중요한 첩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안나라의 주의위(朱衣卫)와 오나라의 육도당(六道堂)이 그것이다. 오나라의 육도당은 6개의 부서로 구성된 유능한 집단이지만, 이것이 국운이라면 국운이랄까, 전쟁을 앞두고 인사개편이 일어나고 우두머리가 바뀌면서 집단의 기능이 일순간 소실된다. 그 썩은 정보 덕분에 오나라는 안나라와의 전쟁에서 무려 황제가 친정하였음에도 패하게 된다.


    육도당이라는 이름은 지극히 불교적이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존재양상을 크게 천(天) · 인간(人間) · 아수라(阿修羅) · 축생(畜生) · 아귀(餓鬼) · 지옥(地獄)의 육도(六道)로 분류한다. 천, 인간, 아수라까지는 그나마 선업을 많이 쌓아야 가능하기에 삼선도(三善道)이고, 축생과 아귀와 지옥은 삼악도(三惡道)이다. 

    육도당에서도 위의 천, 인간, 아수라까지의 삼선도에 속하는 사람들은 '제기(缇骑)' 즉 근위병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육도당 내의 고귀한 신분으로 역대로 육도당을 이끌던 자들은 거의가 다 이 삼선도 출신이다. 천도는 황실을 보위하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죽은 자로는 황제를 지키다가 죽은 시명이고, 산 자로는 전소이다. 인간도에는 손랑이 있고, 아수라에는 우십삼이 있다.

    축생, 아귀, 지옥의 삼악도는 육도당 내에서는 '찰자(察子)' 즉 첩자라고 불린다. 축생도는 비둘기 등을 이용해서 천하의 정보를 108곳의 결절을 통해 모은다. 아귀도의 대표인물로는 원록이 있고 그는 기계 등을 잘 다룬다. 가장 아래에 있는 지옥도는 살수 집단이고, 여기 출신이 바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육도당의 당주가 된 녕원주이다. 쉽게 말하면 말단 직원이 능력만으로 CEO가 된 케이스가 바로 녕원주.

    주의위(朱衣卫)는 안국의 첩보기관으로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가난한 집에서 팔리거나 납치된 사람들이다. 지휘사(指挥使), 좌사(左使), 우사(右使), 단의사(丹衣使), 자의사(紫衣使), 배의사(绯衣使), 주의중(朱衣众), 백작(白雀) 식의 계서제를 갖춘다. 여주인공 임여의는 맨 처음에는 주의위 계서제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백작으로 나오지만 알고 보면 원래 이름은 임신으로 지휘사의 바로 다음인 좌사 출신이다. 이 분도 실력으로 좌사까지 오르다가 황제의 음해를 받아 신분을 감춘 케이스.

    그리하여, 이 두 사람이 함께 포로로 잡힌 오국 황제를 구하기 위해 안국으로 향하는 양영 원정대, 아니 오국 사절단의 이야기가 마치 오디세이아의 길고 긴 귀환길 모험담처럼 펼쳐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고 긴 여정에서 있었던 온갖 사건사고, 모험, 그리고 과거지사와 그 사이의 인연의 맺고 끊음과 생성을 버무린 이야기를 다룬 것이 바로 일념관산이다.

    아직 드라마 얘기는 시작도 못했는데 배경설명 하느라 진을 다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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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