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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_어찌할꼬
    What am I doing? 2024. 9. 23. 18:05

    (1) 이런 단어 쓰고 싶지 않지만
    내가 주변에 남겨두는 사람, 그러니까 내 최측근들은 모두 나보다 성숙한 사람들인지라 이런 경우가 별로 없거나 있어도 그 정도가 경한 편인데,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과 자리를 억지로 함께 해야 하는 경우 가끔씩 경험하곤 한다. 바로 맨스플레인이다. 이런 성차별적이고 개체가 아닌 보편에 의거한 단어는 가급적, 아니 무조건적으로 회피하는데 이 단어가 없이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나 기계나 전쟁과 같은 특정 성별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들에서, 그들은 무언가 생득적으로 자신이 더 많이 알 거라는 믿음을 바탕으로(조건 1) 섣불리 가르치려 든다(조건 2). 내가 의견을 묻거나 별도로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내가 야구를 20년을 넘게 보면서 야구선수는 물론이고 역사, 규약, 기록, 세이버메트릭스, 야구와 관련된 물리학까지 덕후적으로 파고들었음에도 야알못의 가능성을 활짝 펼쳐두었거늘, 상대는 깔짝깔짝 본 알량한 지식을 꼭 내게 가르치려고 한다. 몇 마디 나눈 끝에 지식적으로 나보다 부족하다고 판별이 나도, 지식을 넘어서는 선험적인 측면의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를 자신은 체득하고 있다고 여기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전유물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전공하였거나, 자격증을 가졌거나, 덕후적으로 파고들었거나 가리지 않으니 이 현상을 저 '맨'으로 시작하는 단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으니 이를 어찌할꼬.

    (2) 변화 노력
    요즘 생활습관 등을 수정하며 변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역시 사람은 여유가 생겨야 스스로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분야는 신체의 변화이다. 일단 자세를 바르게. 아직도 의자에 앉으면 다리를 꼬거나 가부좌를 트는 것이 일상이지만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노력하기 위해 발받침도 회사에 갖다두었다. 등도 굽어 있어서 혹자는 거북씨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등을 펴기 위해 노력한다. 음식도 조심해서 먹고 있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면서 기분을 냈는데 달포가 넘게 금주 중이다. 평소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를 외치며 눈비 맞은 까마귀처럼 밤에도 눈에 불을 켜고 놀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12시에 자려고 노력한다. 밤에 일찍 자야 한다는 생각에 밤 10시부터 엄청난 압박을 느끼는데, 오히려 이게 더 스트레스인 것 같기도. 운동도 닌텐도 복싱 게임으로 매일 같이 허공에 주먹질하며 땀을 흘린다. 매일 스킨 케어를 하지만 역시 이건 피부과가 아니면 안 되는 건가 하는 결론에 이르니 이를 또 어찌할꼬.

    (3) 옹졸쓰
    뭐랄까 나는 좀 양반과 였다. 오로지 나쁜 의미에서. 게으르고 조금이라도 궂은일이 있으면 뒤로 물러나 엄청 몸을 사렸다. 심한 수전증과 굼뜬 손을 가지다 보니 회식자리에서 고기를 구울 때 뒷짐 지고, 뜨거운 것을 못 만져서 밥공기나 찻잔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거들지 못했다. 경미한 결벽증이 있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어주는 일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만지는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도 피했다. 그렇게 베짱이 양반처럼 살다가, 내 주변 사람들(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두 존경할 만한 사람들만 남겨놨다)이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궂은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솔선수범하는 것을 보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궂은일이라고 느껴지면 의식적으로 더 하려고 노력했다. 내 주변 존경스러운 사람들은 체화된 행동들이건만, 내게는 굉장한 의식과 노력이 수반되는 행동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옹졸해지고 몸을 사릴 때가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을 누를 때이다. 버튼 하나 누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고 버튼에서 멀리 떨어진다. 회사까지 올라가는 층수에서 오로지 닫힘 버튼을 누르기 싫어서 별별 생각을 다 한다. 그래, 다음층에서 당신이 내려야 하니 당신이 눌러야지, 당신이 제일 나중에 들어왔으니 당신이 눌러야지, 버튼 앞에 있는데 왜 안 누르지 당신이 눌러야지. 닫힘버틴 누르는 게 무에 큰 일이라고 누르기 싫어서 치열하게 고민하니 이 끝 간 데 없는 옹졸함을 어찌할꼬.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