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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기억What am I doing? 2024. 9. 10. 15:32
(1) 애니메이션 <바텐더 신의 글라스>
친구가 <바텐더 신의 글라스>의 대사가 말도 천천히 하고 일상적이라 따라 말하기 좋다며 추천을 해줬다. 그래서 한번 시청한 후 음성파일을 추출해서 듣기 연습용으로 다글로(daglo) 앱에 넣어 그냥 들어보기만 했는데 역시나 전체 내용은 이미 한번 본 것도 있어서 다 잘 알아듣겠는데, 칵테일의 맛을 설명할 때면 절로 못 알아들어서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내용일 텐데 말이다. 내 일본어는 대충 일상적인 대화나 맥락을 이미 알고 있다면 조금 어려운 듣기도 가능한데, 깊이 있는 대화나 미사여구가 많아지면 잘 못 알아먹는다. 예전에 N2를 딴 적이 있지만 오로지 한자를 기반으로 한 독해력과 애니메이션 시청을 통한 청해력으로 턱걸이를 했달까. 친구가 마음 잡고 일본어 공부라는 걸 좀 해보라며, 실력이 금방 늘 거라고 계속 푸시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2) 기억의 왜곡
신승철 씨의 책을 읽다가 누군가가 그의 글쓰기 방식이 들뢰즈 적이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 사람의 표정이나 내 왼쪽 자리에 앉아서 얘기했던 것 등이 기억나서 아 지하철에서 이런 얘기를 나눈 건가 잠시 생각했는데 그 친구와 지하철은 한번만 같이 타봤고 심지어 앉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뭐지 뭐지 하다 보니 그 사람과 라멘집의 바 자리에 앉아서 얘기하면서 먹은 기억이 났다. 자리 배치 덕분에 지하철을 상기하였으니, 기억이야말로 실로 반은 믿고 반은 믿지 못할 것이다.
(3) 시조를 외우는데 끝이 나지 않아
나는 시조를 꽤 많이 암송하는 편인데(약 3-40수 정도?) 읊다 보면 갑자기 다른 시조로 변할 때도 있다.
피아노 치거나 노래 부를 때도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다른 노래로 넘어가는.
얼마 전 입에서 절로 시조가 튀어나오는데
이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 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여기까지 성삼문)
재 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여기까지 '동창이 밝았느냐')
길 아래 초동 접낫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솔이라 솔이라'와, "청산리 벽계수야")
뭔가 성삼문 시조로 유장하게 시작했다가 부지런히 일하라고 권면하다가, 갑자기 기생으로 변해서 나도 자존심 있고, 그 와중에 꼬시는 것으로 끝난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조창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돌림노래도 아니고 시조가 끝이 나지 않아.
그러고 보니 한 때 한시도 열심히 암송했는데 시조는 초등학교 때 외우고, 한시는 나이들어서 해서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네. 다시 해볼까.
(4) 관심 없어
예전에 한 직장동료가 나와 꽤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내게 내린 평가 중에 '남들이 다 아는 것은 모르고, 남들이 다 모르는 것은 안다'는 것이 있었다. 마이웨이라서 내가 관심 있는 것만 알고, 요즘 유행하는 것이니 대세니, 혹은 뉴스에는 큰 관심이 없다. 어차피 곧 바뀔 것이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나 해서 관심을 아예 두지 않는 편인데, 관심이 없다는 표현을 부지불식 간에 계속 하나 보다. 최근에 다른 직장동료가 돌잡이 아이가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내 어린 시절에 딱 이랬을 거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무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저 정도로 관심 없다고 티를 냈나 슬몃 놀라기도 했다.그런 뜻에서 요즘 열심히 하는 '꾸매영(꾸준하게 매일 빡세게 영어)'과 '꾸매중(꾸준하게 매일 빡세게 중국어)'이라는 앱이 삶에 보탬이 될 때가 있는데, 내가 관심이 없던 여러 콘텐츠를 억지로 2분 이상 보게 하면서 듣고 따라하게 만드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꾸매영은 꾸매일본어나 꾸매스페인어는 안 나오려나. 진짜 열심히 할 마음이 있는데. 돈도 낼게요.'What am I do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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