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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숨 고르기What am I doing? 2024. 8. 25. 14:10
블로그를 1년 넘게 방치하다니!
내가 한때 중시했던 활동 중에서 이런 식으로 방치한 것이 비단 이 블로그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2024년 상반기는 너무 바빴다. 원래 회사도 야근이 기본인데 거기에 N잡러의 현신이 되어 살았다.
회사 일도 하고, 별도의 사업도 받아서 동료들과 진행하고, 원래 하던 과외에, 번역까지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새벽에 주말까지 정말 일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다. 6월은 정말 미친 듯이 바빠서 2021년 3월부터 거의 빠짐없이 일상을 기록하던 일기를 거의 쓰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번 돈은 사람들 밥 사준다고 펑펑 잘도 썼지만 말이다. 아 법인 자본금으로도 썼구나.
덕분에 새롭게 조직된 동료들과는 법인을 만들었다.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의 또 다른 미래를 위한 다지기 작업이랄까.
그 와중에 해외 여행은 세 번을 나갔다. 중국에 한 번, 일본에 두 번, 동행인들도 모두 달랐다. 원래 여행을 가기 전에 엄청나게 준비하면서 여행을 준비하는 기쁨을 만끽하는 편인데, 여행 전날까지도 야근하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뭐랄까 출장 같은 여행이었다고 할까나.
재택으로 일을 할 때는 배경음악 마냥 항상 봐오던 예능을 그낭 틀어놓는 편이다(대탈출, 여고추리반, 크라임씬, 나 혼자 산다 무한 돌리기). 마음의 여유도 없거니와 시간도 없어서 새로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못 봤는데, 상반기에 유일하게 완주한 드라마가 10편짜리 '하극상 야구소년'이다. 이것도 시간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눈물 콧물 뿜으면서 본 게 다. 작년부터 시작했던 연화루는 21편 정도까지 보다가 중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 갑자기 중국 것은 지겹다는 생각에 아예 멈췄다. 아, 애니메이션 백성귀족도 봤구나.
책은 독서모임도 있고, 짬날 때마다 몬도가네 식으로 읽기는 했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밌게 본 책은 김현경 님이 지은 '사람, 장소, 환대'이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왜 이제야 이런 책을 접했는지 모르겠다. 중독하고 있다. 모임 때문에 소설책도 몇 권 읽었는데, 나의 취향만 확실하게 느낄 뿐이다. 내게 있어서 소설이란 읽는 즐거움도 크지 않고, 감정의 여파가 별로 없으며, 남는 것도 없는 독서가 아닌가 싶다. 픽션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유독 소설이 그렇다. 영화도 소설만큼이나 안 좋아하는 장르인데, 무료로 나오는 영화관람쿠폰 때문에 억지로라도 보고 있다. 괴물(일본영화), 듄2, 인사이드아웃2를 봤는데 다 그럭저럭. 콘서트 공연은 누군가의 초대로 본 콰이어 공연이 하나였고, 연극은 스카팽을 봤다. 정말 재미있어라. 전시회를 못 간 것이 흠. 야구장은...그게 뭐죠?
이 모든 바쁜 과정이 6월말. 정말 거짓처럼 6월 말에 다 끝났다. 워커홀릭의 삶을 산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인풋과 함께했다. 7월은 숨 고르기를 하느라 시체처럼 누워 지냈다. 그간 못 만나던 사람들도 만났고, 한국에 방문한 소중한 친구와 시간을 보냈고, 조금씩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감각도 올렸다. 그러나 대부분 누워있었다.
8월에는 휴가도 많고 쉬는 날도 많았는데 시체놀이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이 회사를 그만뒀냐고 물을 정도로 그렇게 집에서 뭉개면서 누워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집착하는 '아웃풋'과 관련된 일을 시작했다. 올 초에 세웠던 새해 각오도 생각해냈다. 바로 '음악 하는 체육인'
그래서 7월에 해금 원데이레슨을 받았고, 8월부터는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 내가 해금을 한다고 하자 한 친구가 봉인 혹은 방치해 뒀던 해금을 선물로 줬다. 말총은 많이 망가졌지만 어쨌든 나는 해금 보유자. 집에서 깽깽거리면서 연주를 잘도 한다. 매일 운동도 하고 있고 가끔 피아노도 치지만 아직 음악 하는 체육인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숨을 골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블로그에 윤을 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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