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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잃었다What am I doing? 2024. 11. 23. 20:47
1. 잃었다(1)
피아노 치는 방법을. 매일 해금을 하다 보니 다른 악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다.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악보까지 새로 구해놨는데 막상 치려니 어렵다. 몇 십 년을 쳐놓고도 몇 달 손 놨다가 이렇게 깜깜해지다니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더불어 기타 치는 능력도 잃었다.
2. 잃었다(2)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최근 무슨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고 하면서 코드 짠 것을 보여주는데, 파이썬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한 때 꾸준히 했는데. 파이썬은 물론이고, 모스부호에, 러시아어, 아랍어, 라틴어 같이 기초만 깔짝 거린 것들은 다 잊었다. 오래 할 거 아니면 아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3. 잃었다(3)
꾀꼬리 같은 목소리. 8월, 기침감기에 걸렸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은 상태로 한 달 동안 기침만 했다. 그런데 확실히 성대에 무리가 갔나 보다. 목소리가 반 키는 떨어지더니 금방 피로감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평소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못 돌아간다고 하니 일단 꾀꼬리인 적이 있었냐고 묻기는 하지만.
4. 잃었다(4)
지속성을. 보통 책은 병행독서 방식이라 몇 십권을 같이 읽다 보니 중도에 이탈한 책이 대부분이지만, 중드, 일드, 미드, 애니메이션은 병행시청도 안 하고, 내용이 아주 크게 혐오스럽지 않으면 재미가 떨어져도 거의 끝까지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거의 다 봐놓고, 한 세 편 정도 남겨두고 결말을 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결말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결말이 그만큼 중요한 기분은 안 든다.
5. 원래 없었다
선택과 집중의 능력.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많고, 시간은 한정되고 능력은 태부족하다. 다양한 능력 중에 부재한 것이 선택과 집중의 능력이다. 몇 가지를 루틴화 시킨 것은 많지만, 이는 다만 이 일이 간단해서 루틴화가 된 것일 뿐이지 내가 애써 선택하고 집중한 것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하고픈 일도 많고, 내년에는 더 일을 벌일 생각을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면 좋겠지만, 예전의 백수 시절을 돌아보면 허송세월의 기억만 가득하다. 나 과연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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