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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_학문 쪽 연습생 대방출
    What am I doing? 2024. 11. 19. 23:34

     

    1. 지남거(指南車)

    예전에 중국의 과학기술을 공부하다가 지남거라는 수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레 위에 인형이 있는데 그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다. 자석의 힘이 아니라 기어 등의 장치로 항상 남쪽을 가리키도록 고안하였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교수는 자기는 대충 보면 원리를 잘 파악하는 편인데 이 지남거의 원리는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도 그런 종류이다.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으니 정통하지는 못하지만, 기계의 작동 원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파악이 가능하다. 디지털 디바이스들도 그런 식이다. 대충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다. 문제가 생기면 대충 두들겨 보고, 그렇게 대충 또 해결되면 그대로 잊어버리고 다시 하라 그러면 헤맨다. 솔직히 지남거도 대충 원리는 알겠다. 다만 맨 처음에 놓을 때는 그래도 지남철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을까. 이런 전제 없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

     

     

    2. 시각

    근경만 바라보다 보면 수정체가 두꺼워지며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원경을 바라보며 수정체의 압박을 풀어줘야 할 때가 있는데, 내가 그 원경을 근경이라고 인식한다면 원경을 바라보는 효능이 있을까 궁금하다. 원경을 바라봐서 눈이 좋아지려면 원경에 있는 무엇인가가를 인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유목민이 멀리 있는 저 점이 자신의 양인지, 아니면 적인지, 선인장인지 나무인지 식별하기 위해 시각에 고의성을 부여하려는 노력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노력 없이 그냥 창밖의 원경을 바라보는 것이 윈도우 배경화면을 멀뚱히 바라보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3.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요(Bad money drives out good)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상생활과는 전혀 관련 없는 각 학문 영역의 법칙이 찰떡같이 들어맞을 때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샴의 법칙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관용적으로 쓸 때는 이 경제학 용어가 원래 뜻하는 바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옛날에는 금화를 진짜 금으로 만들었는데, 금의 순도가 높은 돈(즉 양화)이 금의 순도가 낮은 돈(즉 악화)이 시중에 돌자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순도 높은 금화는 녹여서 진짜 금으로 쓰는 게 더 이득이니 말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는 이 정도의 얘기는 아니지만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악한 것이 좋은 것을 쫓아낸다'. 절이 싫어 중을 떠나게 만드는 경우도 나쁜 중들이 절을 나쁘게 만들어서 좋은 중들을 떠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중들은 보통 싸울 힘이 없거나, 싸우고 싶어 하지 않거든. 이상 나쁜 절에서 잘 버티고 있는 스스로 좋은 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말해본다.

    4. 좌횡서(左橫書)의 그림자

    한글도 그렇지만, 서양 대부분의 언어에서 좌횡서가 지배적이다. 즉 가로쓰기를 하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식의 개념 때문에 공간에서 시간을 표현하는 방법도 왼쪽이 과거를 뜻하면 오른쪽이 진행된 미래를 뜻한다. 예전에 아랍어를 쓰는 친구들이 만든 ppt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우횡서를 하다 보니 시간의 진행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어서 헷갈린 적이 있다. 이를 보고 좌횡서와 우횡서의 차이가 공간에서 시간을 표현하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쳤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러 가서 클래식 게임기가 있어서 즐겁게 게임을 하다가 슈퍼마리오 초반 버전을 하게 되었는데, 진행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인 것이다. 어렸을 적에 했던 다른 게임류들도 진행 방향은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이었지 그 반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게임의 종주국들이 이 좌횡서를 사용한 국가였다는 점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아랍권이나 이스라엘이 게임 개발에 더 일찍 뛰어들었으면, 게임의 진행 방향도 반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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