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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_변화
    What am I doing? 2025. 8. 8. 12:58

    1. 훅 가다

    나는 이능의 소유자로서, 이것이 일반인과 나를 가르는 차이점이다. 대단한 재능이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생리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재능이다. 수면욕, 배설욕, 식욕에 대한 제어가 남들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라, 수면이 부족해도 졸지 않고(한 사흘 안 자니 서서 졸기는 하더라), 36시간 정도 화장실에 아예 안 간 적이 있고(이후 이런 짓은 안 한다), 안 먹어도 괜찮고 배 고프다고 화내지 않는다(그동안 축적해 놓은 것이 풍족한지라).

    그런데 어디 내놓기 이 민구스러운 재능들이 요 몇 달 사이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속칭 훅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원하지 않게 늘어나는 나이 이슈 때문이지 않을까. 

    가장 먼저 온 것은 배설이었다. 아침에 나가면 밤에 집에 돌아올 때까지 화장실을 안 가도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고, 요의를 느껴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5개월 전부터 요의를 참을 수가 없다. 정말 급박한 신호에 정신줄을 잡기가 어렵다. 왜 다른 사람들은 화장실을 저렇게 자주 갈까 하고 생각했으나 이제 나도 어느 덧 그 무리에 끼고 말았다.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니 --그렇다 이런 얘기를 하소연한다 -- 친구는 그동안 네가 방광을 얼마나 혹사시켰냐며, 그 작은 기관도 할 만큼 하지 않았냐며 속죄하라 한다.

    잠은 아직 졸지는 못하지만, 요즘 일찍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꾸었더니 저녁 시간이 되면 잘 때가 되었다며 성화이다. 이제 잠을 충분히 자야 일상생활을 훌륭하게 영위할 수 있는데, 그 충분한 잠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인 듯싶다.

    먹는 거야 여전히 안 먹어도 괜찮지만. 24시간 단식을 하면 막판에 몸이 엄청 떨리긴 하더라. 그래서 규칙적으로 밥을 잘 먹을 생각이다. 

    결국 늙어서 생긴 증세겠지. 어쩌면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라는 내 몸이 일으키는 반란일 수도.

     

    2. 내가 콜드브루를 좋아하는 이유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보다는 콜드브루를 선호한다. 누군가는 맛이 공허하고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맛이라고 하는데, 나는 콜드브루를 처음 먹었을 때의 풍성한 풍미를 잊을 수 없다. 아메리카노처럼 찌르지 않지만 뭉근한 맛이 마치 전자구름 맛 같다. 닐스 보어의 그 전자구름 말이다. 전자구름 맛이 뭔고 하니 특정 위치에 확률적으로 분포해서 모호하지만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나타나는 부드럽고 퍼진 맛이다. 입안 어디에서나 비슷한 풍미로 감싸는 그 맛 말이다. 사람들에게 콜드부르 맛을 전자구름 같다고 얘기하니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아서 설명해 본다. 그런데 약간 중저가 라인이나, 로컬 카페에서는 콜드브루를 마시지 않는다. 회전율이 좋지 않은지 대부분 맛이 쉬어있다. 오늘 메가커피에서 누군가 사다 준 콜드브루도 쉬어 꼬부라졌네. 그래서 출근할 때 마시는 콜드브루는 스타벅스 것. 쉰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3. 액땜한 셈 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액땜한 셈 치지 뭐"라고 말한다. 본인을 위로할 때도 그렇고, 상대방을 위로할 때도 그렇다. 그럴 때마다 '액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보냐고, 나는 '액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나는 작은 불운과 앞으로 닥칠 큰 불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고려할 수 없으며, 오히려 하인리히 법칙, 즉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작은 사고나 징후가 여러 번 존재한다는 법칙을 더 신뢰한다. 우연들 간에 인과를 부여하여 불안감을 완화하려는 경향이 오히려 큰 일을 그르친다고 보고, 일단 저런 식의 정서적 위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럼에도 나는 액땜한 셈 치는 사람들에게 액땜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회화가 완벽히 되었기 때문이다.

    액땜한 셈 치는 사람들에게 할 응답법

    • 무응답(정상)
    • 마음에 없는 동조(정상)
    • 스스로 액땜한 셈 치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액땜에 어딨냐고 말하는 것(비정상)

    액땜이란 건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참을 인을 새기며, 사회화된 인간이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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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