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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 '감독이 될 것인가, 스승이 될 것인가'
    My beloved BASEBALL/잡설 2008. 6. 21. 03:53

    [JES 이은경.정회훈]

    김성근 SK 감독과 신영철 사장이 '윤길현 사태'에 대해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김 감독은 반성하는 뜻에서 19일 잠실 두산전에 결장했다.

    SK는 19일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 KIA전 도중 SK 투수 윤길현이 불손한 경기 태도를 보인 끝에 욕설까지 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 감독과 신 사장이 나서서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야구팬들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오늘 두산전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프로야구에 많은 팬들이 생겼는데, 그 인기에 물을 뿌린 격이 된 것 같아 결장을 결정했다"면서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함께 머리를 숙인 신 사장은 "선수단과 임직원이 자성하는 기회로 삼겠다. 또한 앞으로는 스포츠맨십에 입각한 페어플레이로 귀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길현 사태' 이후 해당 선수와 SK에는 프로야구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두산전에는 KIA팬들이 잠실을 찾아 SK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사과를 요구하기까지 하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SK는 문제가 된 윤길현을 18일 2군으로 내려보내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데 이어 이례적으로 19일 다시 한 번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감독은 "반성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겠다고 2~3일 전부터 고민하다가 좀 늦게 결단을 내렸다. 소중한 경기에 결장하는 건 살을 깎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면서 "현장에서 감독인 내가 반성하는 태도를 표시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 문제가 된 듯하다"고 사과했다.

    ---이하 생략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아침에 일어나서 야구 경기 결과를 확인하려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김성근 감독의 사과와 결장'이 맨 앞에 떴다.

    혹자들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고 하지만 이쯤되면 가래로 막을 것을 댐으로 막은 격이다. 윤길현 사태 이후 당사자의 미적지근한 사과와 SK의 늑장 대처가 여론의 (혹은 팬심의) 엄청난 뭇매를 맞았고 일이 점점 더 커져가자 SK는 뒤늦게나마 공식 사과하고 윤을 2군에 내려보냈다. 이쯤에서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SK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가래로 막았다고 보는 것이 옳으리라. 그런데, 이제 노감독이 제 잘못이라며 저렇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한 경기를 결장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맹공격한 사람들 미안하게. 이제는 가래로 막을 것을 댐으로 막아 버렸다. 뭐 저 정도까지 할 필요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어쨌든 김 감독은 면죄부를 얻는 듯 싶다.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보다 더 큰 것을 얻으면 문득 몸둘 바를 몰라하기 마련이다. SK의 저러한 대처가 내 눈에는 오바스러워 보이지만, 적어도 성난 팬들은 약간은 뻘쭘하겠고 미안한 마음도 들면서 용서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선수의 무례함에서 비롯된 사태를 감독이 사과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 이다. 이번 김성근 감독도 굳이 저렇게까지 고개 숙여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는 게 내 주된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사과까지 하게 된 원인을 면밀히 살펴 보면 자초한 면이 크다. (윤의 잘못된 행동이 김 감독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바로 그가 감독이면서 사부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죄의 제스쳐조차 사부스럽고 아부지스럽다) 왜 팬들은 윤길현 선수를 욕하면서 김 감독까지 싸잡아 욕했을까, 정근우 선수를 욕하면서, 채병용 선수를 욕하면서 김 감독까지 싸잡아 욕했을까. 두 영역을 구분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과 '스승'은 엄밀하게 말하면 별개의 존재이다. 용병을 하는 '장수'가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손무와 손빈을 스승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오기가 일개 병사의 피고름을 빨아내 준 것이 스승의 마음이겠는가? 그런데도 김 감독은 '스승'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또한 게임 전체를 지배하는 승부사적 감독의 모습도 (언론을 통해서) 유감없이 비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김 감독이 선수들의 인성을 그리고 게임에서의 행동거지를 제어한다고 여겼고, 선수들이 사고치는 것을 모두 감독에게로 귀인했다. 선수들 교육을 잘못했다는 거다, 교.육.을. 툭 까놓고 이게 왜 감독 책임인가. 머리 다 큰 성인들의 몸짓이 왜 감독 책임이냐는 말이다. 김성근 감독이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본인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정신교육 하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 스타일이나 용병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특히나 그 정신교육 부분은 혐오하지만, 감독으로서 본인의 영역 아닌 곳에서 부당하게 많이 까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련의 '선수와 더불어 까이는 사태'에는 김 감독 본인의 책임도 많다고 본다. 다른 팀 감독들보다 너무 극성스럽다. 즉, 두 가지 영역을 다 아우르려는 욕심이 너무 크다. 승부사와 스승의 모습 두 가지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제는 정신교육은 그만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들에게 맡겼으면 좋겠다.(적어도 언론에라도 그런 식으로 노출하면 된다.) 스승이 하고 싶으면 프로구단 감독 그만 두고 구단들 돌아다니면서 인스트럭터를 하거나 학생 야구의 감독이 되는 게 순리이다. 감독은 감독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팬들도 감독의 영역에 있는 사람에게 스승의 영역까지 손 뻗치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성근 감독님의 강의록을 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명불허전이라 함은 이런 이를 일컬음일게다.  그의 이야기는, 그의 철학은, 그리고 그의 진정성은, 야구선수들 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으로도 큰 울림과 반성을, 그리고 감동을 내게 주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프로팀 감독 그만 두시고 국가대표팀 감독 하면서 한편으로는 각 구단 선수들을 고루고루 지도해주셨으면 한다. 혼자만의 혹은 몇몇 아라한들의 깨달음 in 야구를 추구하기 보다는 전체 야구 선수들을 태울 수 있는 큰 불펜카트를 운전하는 보리살타행을 추구하심이 어떠하련가. 충분히 한국프로야구, 한국야구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큰 그릇인데 그 고행의 길이 너무 힘겹다.

    이번 기회에 김성근 감독이 어떻게 해야 한국 야구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재고, 삼고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의 제자인 조범현 감독이 그 큰 깨달음을 얻어 '코나미 우승 컵을 안는다면'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으흐흐.


    사족 1: 이제야 커뮤니티 게시판에 좀 마음 편하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런 난리 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사람들끼리 말싸움 하는 장면만 나오면 진저리가 쳐진다. 야구 경기 자체에서는 이런 점이 쿨한데 팬들은 너무 오래 싸우더라.

    사족 2: 사실 내가 쓰려했던 글은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 어떻게 사과해야 잠재울 수 있는 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쓰다보니 글 전개가 완전 달라졌다. 내가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나 보다. ㅋㅋ

    사족 3: 젊은 선수가 더이상 상처 받지 않길 바란다. 자기 때문에 남이 저렇게 사죄하는 모습 보면 나같으면 슬픔과 자책감에 제정신이 아닐 것 같다. That's enough. 에구, 길현아 앞으로 몸가짐을 조심히 하자.

    사족 4: 분노한 팬들은 김감독을 MB와 비교하던데 그건 너무 큰 실례이다. MB는 철학이라는 게 없지 않은가. 철학이라는 거. (으이구 화딱지)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