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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 타이거즈의 신인 김선빈에 대하여
    My beloved BASEBALL/잡설 2008. 7. 24. 14:08

    요즘 야구커뮤니티에 가면 김선빈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무려) 6라운드에 지명된 고졸 루키이다. 한화 이글스가 약 2-3년 정도 5라운드까지 밖에 지명 안 한 것을 보면 6라운드에서야 비로소 지명했다는 것은 팀의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기아팬들의 성화에 억지로 지명했다고도 하더라). 그런 그가 조범현 감독의 눈에 들었는지 스프링 캠프에서는 김에 대한 희망 섞인 기사도 몇 번 떴고, 급기야 시즌 시작과 함께 기아 타이거즈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164cm의 프로야구 최단신, 기아 연고지 신인 선수, 오기와 독종으로 똘똘 뭉친 야무진 선수라는 점이 타이거즈 팬에게 크게 어필했던 게다.  그러던 그가 시즌 시작 두 달만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게다가 타율 .280의 고감도 타격까지 보이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요, 그야말로 대박 픽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아이가 심심치 않게 실책을 하는 것이다. 그 실책은 항상 실점으로 연결되고, 경기에서의 패전으로 이어졌다. 이 아이가 실책만 하면 무려 mlb 출신 서재응부터 최근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이범석까지 그 점수를 막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졌다.  이 아이의 실책이 팀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투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컸다. 그러자 처음에는 애정을 잔뜩 주던 팬들도 차츰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비 범위, 뜬공 처리 문제, 그리고 기럭지 문제까지 들추어내며 이 아이의 한계를 재단하더니 급기야 트레이드 얘기까지 나온다. 한 편에서는 신인인데... 그리고 신인을 키우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 고졸 신인이 첫 해에 내야 주전 차리하면서 2할 8푼 때리는 경우가 있었느냐, 선빈이의 실수로 패한 경기도 많았지만 발데스 쫓아내고 이 아이가 주전으로 뛰면서 얻은 경기도 있지 않느냐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혹자는 실책->패배의 징크스가 되풀이 되면서 어린 김선빈에게 큰 부담이 될 테고, 트라우마가 되지 않겠냐고도 얘기하니 그야말로 갑을론박 야단법석이 따로 없다.

    이런 김선빈을 난 처음부터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난 개인적으로 야무지거나 독기, 근성으로 똘똘 뭉친 스타일 보다는 적당히 할랑할랑 하면서 여유작작 부리고 실수 하나 해도 쫄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넘들을 더 좋아한다. 팬들의 사랑을 그득그득 받는 선수 보다는, 저 놈 왜 쓰냐, 감독의 양아들이냐고 욕먹는 선수에게 정이 더 간다. 많은 팬들이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유망주 키워야 한다고 난리지만, 난 그만큼이나 우리에게 그간 큰 기쁨을 줬던 고참들에게 마음이 가는 편이다. 그리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은근히 승부근성 있고, 야구 센스가 넘치는 4차원 정신세계를 가진 선수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김선빈은 정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이 아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신체적 조건 때문에 대성할 조짐이 안 보인다고 하는데, 이 선수 만큼 작은 선수들도 펄펄 날고 있지 않은가, 손시헌이 몸은 작지만 손이 크지 않냐고들 하지만, 선빈이가 투수도 아니고 손 크기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 게다가 어깨는 강견이지 않은가. 프로인만큼 신인이고 나발이고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선빈이를 수비와 공격력에서 압도하는 선수가 이 팀에 있는가. 게다가 신인 선수 키우기가 쉬운 일인가. 한국 사상 최고의 유격수라 불리우는 박진만은 신인 1년 차 때 그렇게 멋진 수비했었는가? (타격은 멘도사 라인도 못 가지 않았는가) 난 정근우 신인, 2년차, 그리고 3년차의 그 개삽질 들을 기억한다. 누가 정근우가 저렇게 크리라고 생각했겠는가. (이래도 크지 않으면 그때 가서 얘기해도 늦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말고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안 되려나. 이제 4강이 코 앞이라 다들 조급증에 안달복달 하는 것 같은데, 팀의 10년을 책임질 주전 선수는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트레이드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의 우리팀 주전 유격수는 선빈이고, 코칭스태프도 (현재까지는) 왈가왈부 없이 그렇게 찜해두고 있다. 조금만 참아보자. 조금만. 선빈이의 주전 논쟁은 이번 스프링 시즌에 해도 충분하리라.

    하여튼 선빈아 쫄지말고 힘내라. 2008년을 너의 해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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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빈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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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보 최장신과 최단신




                                                                                  

    선빈을 위한 멋진 선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