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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江)을 노래한 곡(曲)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09. 3. 28. 12:38

    굽이굽이 휘어치는 강을 묘사한 굽이침(曲)이라니 묘하다.

    굳이 고대 문명의 발원지가 강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예로부터 지금까지 강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서울 지역 교가에 '한강'이라는 단어가 안 나온 것이 드물다. (내가 나온 중학교 교가는 처음부터 "한가람 굽이치는 기름진 뜨락이다. -_-; 심지어 대학 교가에도 한강이 떡하니...쿨럭)

    한강이 서울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냐면 병자호란 후에 청나라로 잡혀가던 김상헌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고국산천을 그리며 다음과 같은 시조를 남겼을 정도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엄마가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아빠가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삼각산이랑 한강수라니... 강이라는 존재가 그 강을 젖줄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상상할 수 있다.



       몰다우 강을 노래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Vltava  


    김상헌이 결국 한강수를 다시 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체코의 유명한 지휘자인 쿠벨릭Rafael Kubelik은 40년 간의 망명에서 돌아와 체코가 자랑하는 작곡가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교향시 '나의 조국Ma Vlast (My Fatherland)'을 친애하는 체코 국민들 앞에서 연주하는 감격을 누렸다. 


    1990년 5월 12일 체코 프라하의 스메타나 홀에서 열린 이 공연은 체코 사람도 아닌 내게도 매우 의미있는 것이,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처음으로 산 클래식 음반이기 때문이다. 이 교향시들 모두 주옥같지만,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나의 조국'의 두번째 곡인 Vltava (몰다우 The Moldau)를 빼놓고 '나의 조국'을 이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몰다우를 그린 이 Vltava의 선율은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마음을 적신다. 나라를 사랑하는, 그리고 그 강을 사랑하는 마음자체로 만들어 낸 스메타나의 Vltava와 40년간 외국을 떠돌면서 병들고 지친 몸으로 연주해낸 노지휘자 쿠벨릭의 마음이 한 곳에 어우러져서 가장 훌륭하지는 않지만 가장 뭉클한 음반을 만들어냈다.


    Smetana Ma Vlast Moldau Kubelik Czech 1990

    도대체 이 연주는 수백번을 들어도 눈물이 난다. ㅠ.ㅠ



       도나우 강을 노래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의 황제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n the beautiful blue Danube)' 는 그의 고국인 오스트리아가 1866년 프러시아와의 전쟁에 패한 후에 슬픔에 잠겨 있는 빈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 낸 왈츠곡이다. 원래 카를 벡(Karl Beck)이 지은 시를 바탕으로 만든 합창곡이었는데 왈츠곡으로 편곡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예전에 이 곡을 연주하는 공연에 구경갔다가 고음 부분에서 하나같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현악기 활의 모습이 아름다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_-;

    빈의 음악이니까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링크해본다.

    Carlos Kleib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Johann Strauss II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
     


    원래는 남성합창단을 위한 곡이니까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도 더해본다.

    내가 원래 합창곡을 무지 좋아하는데, 이 빈 소년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 괜히 무서워서 안 좋아한다. -_-;




        도나우 강을 노래한 이바노비치의 '다뉴브(도나우) 강의 잔물결'  

    다뉴브 강이 얼마나 긴지 (도나우와 다뉴브는 같은 강으로 독일어로는 도나우고 영어로는 다뉴브이다) 유럽에서 무려 10개국을 관통한다고 한다. 이 강에 대해 루마니아의 작곡가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i도 유명한 다뉴브 강의 잔물결(Valurile Dunarii, The Danube Waves)이라는 왈츠곡을 남겼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요한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에 비하면 동유럽의 왈츠답게 장중함과 서글픔이 어려있다. 이 노래는 또한 한국에서 윤심덕이 가사를 덧붙여서 '사死의 찬미'라는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사의 찬미 가사는 일견 '강'과는 별로 상관 없어 보이지만 '강'이 내포하고 있는 죽음을 향해 유유히 흐르는 모습, 인걸은 간데 없어도 유구한 강, 혹은 저승에서 흐른다는 망각의 강인 '레테의 강'이 생각난다.

    누르면 커져요





     
    루마니아인이 포스팅한 듯 하다. 본국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이 인상 깊어서 이 동영상을 선택했다.




       장강을 노래한 청青主의 대강동거大江東去  

    청주의 대강동거라고 하는 것 보다는 한국에서 소동파로 유명한 송대의 문학가이자 정치인인 소식의 염노교(念奴嬌,적벽회고赤壁懷古)라고 하는 편이 더 알기 쉬울 듯. 당시 송나라에서는 일정한 음조에 가사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 중 유명한 것에 '보살만(菩薩蠻)'과 '염노교(念奴嬌)' 등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곡조는 다 사라지고 가사들만 남았는데 이 '청주'라는 작곡가가 소동파의 염노교를 복원(혹은 재창작)하여 대강동거라고 이름 붙였다. (족보가 정리가 되시려나 -_-)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제목을 따로 붙이기보다는 가사 맨 앞절이 '대강동거'로 이름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그냥 대강동거라고 부른다.

    소식이 쓴 염노교, 적벽회고를 보자면

    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
    故壘西邊
    人道是
    三國周郎赤壁
    亂石穿雲 驚濤裂岸
    卷起千堆雪
    江山如畵
    一時多少豪傑
    遙想公謹當年
    小喬初嫁了
    雄姿英發
    羽扇綸巾
    談笑間
    强虜灰飛煙滅
    故國神游
    多情應笑我
    早生華發
    人間如夢
    一樽還酹江月

    장강이 동쪽으로 흘러가며 물결은 사라지는구나

    옛날의 풍류를 알던 사람들은 옛 서쪽 벽을 말하기를 삼국시대 주유의 적벽이라 한다. 

    구름을 뚫듯이 솟아오른 기암괴석에 절벽을 부술 듯한 성난 파도가 눈같은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 그림 같은 강산에 얼마나 많은 영웅호걸들이 있었던가.

    아스라히 그때의 주유를 떠올리니 막 소교와 결혼한 영웅의 영준한 자태를 뽐내었다.

    백우선에 비단 두건의 제갈량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이에
    조조의 백만 군대는 불타 연기처럼 사라졌다.

    옛 터를 거느리며 회상하니 다정함이 나를 비웃는다.
    벌써 백발이 났으니 인간사 꿈이련가.

    한잔의 술을 강에 비치는 달에게 붓는다.


    구린 해석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꾸벅)


    소동파가 정치 다툼에서 밀려나 적벽을 거느리며 옛 생각에 잠겨있는 가사이다. 어렸을 때 소동파의 적벽부를 읽은 후에 이 양반은 괜히 싫어라 한다. (내가 조조빠라 ㅋㅋ)

    소동파의 사詞를 바탕으로 한 이 대강동거란 노래를 중국문학사 시간에 선생님이 가지고 와서 틀어준 적이 있는데 따지앙똥취~! 하는 맨 첫 부분에 아연실색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삼국지의 영웅호걸들이 간데 없건만 면면히 흐르는 장강의 웅장한 모습을 잘 표현해 낸 음악이다.

     




        한강을 노래한 경기 민요 한강수 타령  

    아무리 몰다우가 아름답고, 장강이 웅장하고, 다뉴브가 길다 한들 한번도 못 가 본 내게 무슨 감상을 그리 남기겠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강은 한강이다. 대학 다닐 때에 매일 하루에 두번씩은 한강을 건넜는데, 그때마다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한강을 넋을 잃고 바라봤었다.


    한강수타령

    한강수라 깊고 얕은 물에
    수상선 타고서 에루화 뱃놀이 가잔다
    아아하 에헤요 에헤이요 어허야
    얼싸함마 둥게디여라  내사랑아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위에
    뗏목위에 노래도 에루화 처량도 하다
    아아하 에헤요 에헤이요 어허야
    얼싸함마 둥게디여라  내사랑아

    아아하 에헤요 에헤이요 어허야
    얼싸함마 둥게디여라  내사랑아

    조용한 월색은 강심에 어렸는데
    술렁술렁 배띄워라 에루화 달맞이 가잔다
    아아하 에헤요 에헤이요 어허야
    얼싸함마 둥게디여라  내사랑아

    양구화천 흐르는 물 소양천을 감돌아
    양수리를 거쳐서 노들로 흘러만 가노라
    아아하 에헤요 에헤이요 어허야
    얼싸함마 둥게디여라  내사랑아


     



    그 모습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강에게 인간의 손때는 고만 묻혀도 될 것 같은데...
    운하가지고는 눈물 뽑아내는 선율이 안 나올 것 같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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