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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하지 못해 미안해 (노래 아님 -_-; )
    What am I doing? 2011. 5. 24. 00:25
    미드 '굿와이프'를 보다가 든 생각.
    미드를 아무리 쳐봐도, 그리고 미국에서 살기까지했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그들의 문화는 배웅이나 마중에 있어 '성의있는 지켜봐주기'에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것이다.
    뭔 얘긴고 하니...


    굿와이프 시즌2의 에피소드 3의 마지막 장면.
    동생이 무려 오레곤 주에서 일리노이 주까지(얼마나 먼 지는 잘 모른다. 서울-부산보다는 멀 듯 ㅋㅋ) 찾아와 며칠 머물다가 떠나는데 작별 인사랍시고 둘은 쿨하게 껴안고 동생은 집을 나선다. 누나는 집 안에서 동생이 머물다 간 그 여운을 곱씹고. 행인지 불행인지 동생은 정이 많은 타입인지라 '나 지금 밖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린다~'라며 소리를 지른다. 누나는 결국 웃으며 나가 동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준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현관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베란다에서 아빠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전송을 했다. 어머니는 내가 학교를 갈 때도 똑같이 해주셨다. 베란다에 서서 잘가라고 손 흔들며 내가 학교 가는 뒷모습을 지켜주셨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가. 지금도 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에는 내가 길을 더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데려다 주고, 내 차편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 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 그리고 헤어지는 사람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주는 편이다. 어떤 때에는 사람들과 헤어질 때 계속 뒤를 돌아보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도, 돌아봐주지 않는 상대방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쿨하게 짓쳐 나가려고 노력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차라리 웃음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오기인지 뭔지 소리를 지르며 끝까지 전송한다. -_-; 전화를 할 때도 상대방이 전화 끊는 소리를 듣고 끊는 편이고.

    유유상종이라고 하던가. 내 지인들도 나같은 인간이 대부분인지라 때에 따라서는 서로 데려다주겠다며 고집을 부려 작은 실랑이도 할 정도이다. 
    심지어 외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조차도 성의있게 전송해주는 부류가 많았다. (물론 미드마냥 쿨하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그런데 나를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떠나가는 친구를 배웅하려고 서 있자 그 친구는 마구 웃으면서 '빨리 들어가라, 차 안에 있는 사람이 안전하기 때문에 네가 집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내가 떠나는 게 옳다'며 내가 먼저 집에 들어가기를 종용하더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글을 무지 주절주절 거렸는데 -_-; 간단히 정리하자면 내 짧은 경험에 따르면 미국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에서보다 만남의 반가움을 더 격하게 표현하고 헤어질 때 더 쿨하게 돌아서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그렇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미드를 보며 헤어질 때 쿨하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봤기에 이렇게 구시렁 거려본다. ㅎㅎ 






    黃鶴樓送孟浩然之廣陵(황학루송맹호연지광릉)

                                                                   -이백 

     

    故人西辭黃鶴樓 (고인서사황학루)    옛친구 서쪽으로 황학루에 이별하고

    烟花三月下揚州 (연화삼월하양주)    춘색 완연한 삼월에 양주로 내려간다

    孤帆遠影碧空盡 (고범원영벽공진)    외로운 돛단배 멀어져 푸른 하늘로 사라지고

    唯見長空天際流 (유견장공천제류)    보이는 건 하늘에 맞닿아 흐르는 장강뿐 



    헤어짐을 읊는 시의 최고봉은 따로 있지만 그 시는 따로 얘기하고 싶어서 이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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