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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색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날이 날이니
    What am I doing? 2012. 12. 18. 16:28

    블로그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라 색 자체가 없어지긴 했지만, 이런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말 한 마디는 끄적이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비루한 키보드질을 한다.


    최근 외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동생과 외가집에 찾아 뵈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문득 할아버지께서 너희들은 누구를 뽑을 거냐?라고 물어보신다.

    가족간에 정치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경험상 체득한 나는 그냥 눈치를 살피며 '마음에 정한 사람은 있죠'라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며 할아버지는 말씀을 시작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을 아웅산 수치 여사와 비교하는데, 그 두 사람은 정말 다른 사람이에요. 정치지도자의 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요." 

    할머니도 말씀을 덧붙이신다. "독재자 치하에서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몰라. 자기 권력을 지키겠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몰라"

    "그래요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아웅산 수치 여사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거고, 이 사람은 민주화를 막은 사람의 딸인데다가, 딱히 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걸 알아야 해요. 그 둘은 정말 달라요. 걸어온 길 자체가 달라요." 할아버지는 계속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일제시대를 겪고, 전쟁을 겪으며 이북에 있던 삶의 터전을 다 버리고 무일푼으로 남쪽으로 내려와서 갖은 고생을 다 하시면서 그야말로 거지에서 시작해서 자수성가하신 우리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혹한 시대는 다 겪으시면서도 그간에 이룬 경제발전(설령 이게 모두 박정희가 이뤘다고 가정하더라도)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말씀해주고 싶으셨나보다.





    내일 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개표방송을 보기로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지만, 이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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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