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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shop, therefore I am"
    What am I doing? 2012. 2. 27. 00:20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아니 하루에도 여러 번 물건을 지르고 있다. 자잘하게 혹은 크게 (커봤자 그리 깊이 쌓은 내공이 아닌지라 공력 높은 된장니스트들에게는 자잘할 수 있지만). 어쨌든 지름신은 수이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나를 소비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진정한 된장니스트


    그러다보니 블로그에도 올리는 글이라고는 죄다, 나 이거 질렀다 저거 질렀다, 이거 지르고 싶다, 저거 지르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했다......는 얘기 뿐이다. 블로그가 옳게 치우치고 나발이고 '생각', '사고'의 'ㅅ'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 Cogito ergo sum)"를 크루거가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로 패러디 했듯이, 생각하고 있는 '나'가 없기에 소비로써 그 존재를 증명코자 함은 아닐까.  

    만약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쩌면 나는 이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그대로 표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특정 취향을 반영함으로써 일정한 계급적 질서에 내가 속해 있음을 드러내려고 하거나, 혹은 특정 계급에 속해 있지 않음을 드러내려는 저열한 수준의 은폐 행위일 수도 있겠다. 혹은 내가 소비하고 향유하는 특정한 문화랄까 취향을 보편적이고, 고상하며, 우월하게 보이기 위해 일종의 상징폭력을 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블로그를 소비의 예비 공간, 소비를 하는 공간, 소비로써 소통하는 공간으로 삼는 자들이 많아진 지 오래이며, 나도 그들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 하버마스가 우려했던 바대로 기술적 이성의 지배 하에서 우리들은 단순히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비판능력은 상실한 채 대중문화의 틈바구니에서 소비문화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소비자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지금 이러한 글에서조차 죄많은 나는 생각 혹은 사고라는 허울 좋은 명목아래 하버마스와 크루거와 데카르트와 부르디외의 이론이나 개념들을 단순히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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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