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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르샤바 레이오버 - 올드타운 가는 중
    여행/체코-헝가리 2019. 7. 22. 14:54

     

    바르샤바 프레디릭 쇼팽 공항에서 감격의 조우를 한 후 먼저 호텔로 이동했다.

    바르샤바에서 레이오버하며 머무를 호텔 이름은 햄프턴 바이 힐튼 바르샤바 공항(Hampton by Hilton Warsaw Airport). 공항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호텔 이용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30분 간격)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꽤 긴 편이다. 만약 셔틀버스 비운영 시간에 걸리면 택시(Sawa택시)를 이용하여 호텔 도착 후 리셉션에서 바우쳐를 받아 택시 기사에게 전달하면 된다.

    친구는 본인이 포인트로 예약한 호텔이다보니 날 안전하게 인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듯했다. 내가 택시에 인질로 잡혀 있으면 그 사이에 얼른 바우쳐를 받아오겠단다(읭?). 택시 기사는 나 같은 인질 따위 필요 없다는 듯이 짐을 내려준 후 직접 리셉션에 가서 바우쳐를 받아갔다.

    리셉션에서는 영화배우 얼굴을 한 두 청년이 반겨줬다. 아 이것이 슬라브 민족의 그것이란 말인가. 최근 몇 년간의 인식 개선을 통해 외모에 대한 구체적 품평은 삼가기로 굳게 마음먹었건만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환희가 차오른다. 그런 얼굴을 하고 말을 하다니! 미소까지 짓다니! 농담까지 하다니!

    친절한 접객원에게 주변 관광지 및 교통편 등의 안내를 받고(사실 조사를 다 하고 갔던지라 그럴 필요 없었지만 말이다) 방에 올라갔다. 하나는 퀸사이즈 침대, 다른 하나는 소파 안에서 막 건져 올린 따끈한 푸톤 침대. 호텔방은 쾌적했다.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 갈 곳은 구시가지, 올드타운. 버스정류장 찾느라 엄청 헤매고(사전조사, 구글 지도, 리셉션 설명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꽃가루의 습격을 받은 후에 175번을 탔다.

    교통권은 편도 4.4 즈워티(약 1400원), 24시간 교통권 15 즈워티(약 4600원) 중 선택하면 되는데 편도로 구입. 즈워티 환전을 안 해서 버스 안에 있는 기계에서 교통권 2장을 선택한 후 신용카드로 결제 완료.

    호텔에서 175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중앙역(Centrum)이다. 이 곳에는 문화과학궁전((Palac Kultury i Nauki : 줄여서 PKIN, Palace of Cultural and Science)이 있다. 그러나 문화과학궁전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면 굳이 내릴 필요 없이 종착역인 구시가지 근처로 곧장 가도 상관없을 것 같다. 혹은 올드타운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문화과학궁전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봐도 괜찮을 것 같지만 밤에 보는 경관이라고 모두 야경이 되는 것은 아니라...

    하여, 우리는 일단 문화과학궁전에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고 문화과학궁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이곳이 랜드마크임을 인지한 후 바로 올드타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문화과학궁전에서 올드타운으로 가는 데에는 도보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길이 일명 신세계 거리(Nowy Swiat)로 바르샤바의 가장 번화한 거리라고 한다(난 번화한지 잘 모르겠다). 가는 길에는 코페르니쿠스 동상, 성 십자가 성당(Holy Cross Church), 바르샤바 대학, 대통령 궁 등이 있다.

    친구는 가는 길 내내 저 Limes(전동킥보드)가 궁금하다고, 우리도 타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정보가 있었으면 앱을 미리 깔고 와서 슝슝 타고 다녔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전동 킥보드는 프라하, 부다페스트에도 있는데 길거리 형태 및 유동인구를 분석해 보건대 바르샤바가 타기에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길도 넓고, 관광지(문화과학궁전)와 관광지(올드타운) 사이의 거리도 있고, 사람도 많지 않고.

    PKIN 랜드마크 인식을 제외하고 처음 바르샤바에서 들어간 관광지는 바로 쇼팽의 심장이 봉인되어 있다는 성 십자가 성당이었다. 성당 같지 않은 외관에 문까지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가도 될까 고민하게 만드는 철옹성 같은 성당이었다. 안은 경건함으로 숨이 막히는 분위기이다. 지금껏 여러 나라 성당에 들어가 봤지만 엄숙하기로는 폴란드가 쵝오시다. 적막강산이라 발소리, 의자에 앉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 숨소리까지 신경 쓰일 정도였다. 찾아보니 폴란드는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엄청 신실한 가톨릭 국가라고 한다. 성당에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이 안치되어 있다. 최초의 슬라브계 교황이자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그가 바로 폴란드 출신이다. 

    우린 정말 조심스럽게 쇼팽의 심장이 안치되어 있다는 기둥을 찾았다. 계속 속삭이며 어느 기둥인지 의논하는 모양새가 1급 기밀 작전을 방불케 한다. 친구가 가리킨 기둥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바로 그 기둥이다. 평소 쇼팽의 음악에 감동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별로 감흥은 없다. 인증사진만 찍고 성당 밖으로 나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왜 장기 일부를 굳이 이런 식으로 보관했을까. 죽은 자의 몸을 어떻게 다뤄야 진정 존중하는 것일까 하는 얘기를 나누며 길을 나섰다. 좀 더 심도 있는 대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친구가 지금 당장 카페인과 당분을 공급하라고 성화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바로 Caffe Nero. 유럽에 왔으니 유럽피언 스타일로 노천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으나 참새 떼의 습격으로 약간은 지저분한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대충 맛 없는 커피와 과자를 먹고 밖으로 나와 길을 걷다보니 눈에 띄게 건물이 예뻐진다. 그 와중에 길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연이 진행된다. 뭔가 오합지졸처럼 각자 몸을 흔들지만 대단위이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플래쉬 몹. 혹은 중국 공원에서 아침마다 진행되는 태극권 수련.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한참 진행되었던 것으로 봐서 플래쉬 몹 같지는 않다.

    저기 멀리 보이는 것이 올드타운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난 더 이상 이 세상 텐션이 아닌 채로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데...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