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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나의 애착인형 토토와 Knuffle Bunny 시리즈
    通古今之變/斅學半 2021. 1. 18. 11:26

    <토토>

    유나에게는 태어나기 전부터 옆을 지키던 토끼 인형이 있었다. 선물 받은 인형인데 처음 1년 정도는 자기 옆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묵묵히 곁을 지키던 찬밥 신세 토끼 인형에게 유나가 별안간 엄청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의 집착 애착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에게 토끼인형이라고 지칭되는 것을 감지한 유나 역시 토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발음이 안 되어서 토토라고 불렀다. 훗날 토끼라는 발음을 할 수 있게 되자, 토끼라고 부르고 싶어 했지만 장삼이사가 되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던 우리 가족은 알게 모르게 토토를 강권했고, 유나도 결국 토토로 회귀하였다.

     

    국민애착인형 젤리캣 버니

    우리 집에서 놀다가 토토 인형을 두고 가서 제부가 한밤중에 다시 찾으러 온 적은 여러 번이고, 어린이집에 들고 갔다가 마침 같은 인형이 있던 친구가 자기 것인줄 알고 가져가 버려서 받아온 적도 있다. 아기에게는 장신이었던 인형인지라 처음에는 땅에 끌려서 더럽혀지고, 이마는 침범벅되기가 일쑤였다. 하여 약 사흘에 한 번 꼴로 세탁기 행을 면치 못했다. 

    아마도 이런 모습

    유나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엄마라면, 제일 좋아하는 무엇인가가는 바로 이 토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호라는 측면에서 다른 존재가 인간계에 머문다면 토토는 천상계이다. 대적할 수 없는 상대이다. 유나는 토토를 자식이라 여기기도하고, 동생이라 여기기도 하고, 친구라 여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항상 끼고 다닌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토토를 껴안고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기도 한다. 유나가 낯선 사람과 낯선 공간에서 찍은 사진에는 여지없이 토토 이마에 코를 박은 유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나도 이불 냄새를 아직도 열심히 맡는 편인지라 저런 모습 보면 신기하다. (냄새는 울라꿀라다. 한 때 유나가 토토 냄새 맡으라며 건네주면 숨을 참고 맡는 척했었다)

    <Knuffle Bunny, 꼬므 토끼 시리즈 by 모 윌렘스>

    그러다가 어떤 게시글에서 모 윌렘스의 "꼬므 토끼" 시리즈에 대한 추천을 보고 꼭 유나에게 읽어주고 싶어서 원서로 구입했다. 에피소드부터 벌써 익숙함이 스멀스멀 피어온다. 

    모 윌렘스의 꼬므 토끼(Knuffle Bunny) 시리즈는 전체 3권으로 <Knuffle Bunny: A Cautionary Tale>, <Knuffle Bunny Too: A Case of Mistaken Identity>, <Knuffle Bunny Free: An Unexpexted Diversion>로 이루어졌다. 주인공인 트릭시가 성장함에 따라 애착 인형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대한 장대한 서사시이다. 글밥도 많지 않고 영어도 어렵지 않다. 영화식 화면 분할에 유나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는데, 나는 입으로 뜨든 뜨든 뜨든 똬다! 이런 식으로 배경음을 입으로 내면서 읽어줬더니 매우 좋아했다(책을 보면 그럴만한 장면이 몇 군데 있다 ㅋㅋ).

    유나는 엄청 감정 이입하며 읽는 스타일이라 트릭시가 토끼 인형을 잃어버릴 때마다 있는 대로 인상을 쓰다가 자기 옆에 토토가 잘 붙어있는지를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에는 안도하며 토토 냄새를 깊이 맡는다. 가끔 트릭시가 "Knuffle Bunny!"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토토!"라고 외치며 껴안기도 한다. 손자라는 친구가 똑같은 인형이 있어서 잘못 가져오는 에피소드를 보고는 우리 집에 수달 인형이 똑같은 것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나 것인데 서로 바뀌었다는 역할극을 하기도 한다. 

    아직 유나는 Knuffle Bunny Free의 트릭시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다. 매번 Free가 뭐야?라고 묻는 정도. 그런데 유나가 트릭시처럼 행동한다면 내가 더 아쉬울 것 같다. 나이 들어서도 유나의 옆에는 소중한 토토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도 이미 꼬질꼬질 너덜너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방금 관련 영상을 보고 놀랐다. 지금까지 Kunffle의 K가 묵음인 줄 알고 있었는데 계속 잘못 읽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