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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하령(山河令)> 제일 좋아하는 장면 (三声阿絮三声老温)
    오덕기(五德記)/中 2021. 12. 6. 13:34

     

    장성령을 악양파 유치원에 등원시킨 주자서와 온객행은 바야흐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 판 크게 싸우긴 했지만, 주자서는 온객행의 정체를 추궁하기보다 오히려 먼저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 네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더라도 믿겠다는 이야기를 한 터였다.  '외로운 용기(孤勇)'가 뜻하는 바, '안 되는 것을 알아도 행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도 믿는다'는 말을 곱씹던 온객행은 자신을 믿어주는 주자서에게 헤벌쭉하여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산하령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면인데 중국판에서는 이름 세 번 부르는 장면이 잘려서 중간에 어설프게나마 이어붙였다. 발번역이지만 나름 느낌도 살려보고. 아무래도 한국어 자막은 글자 수 제한이 있으니까.

    온객행OS: [안 된다는 것을 잘 앎에도 그것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앎에도 믿는다라...(明知不可为而为之,明知人心难测而信之)]

    온객행: 아서, 내가 네가 아는 그 사람이라고 그토록 확신하는 이유가 뭐야. 네가 아는 나는 어떤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阿絮,你为什么就不敢赌,我是你认识的那个人啊!你认识的我是个什么样的人,好人还是坏人)

    주자서: 허튼소리 그만해, 말장난이라도 하는 거야? (别废话了,绕口令吗?)

    온객행: 빨리 말해봐, 궁금해 죽겠단 말이야. 다른 사람 눈에 난 어떤 사람으로 보여? (快说,我都好奇死了,我在别人眼中是什么样啊?)

    주자서: 바보 같아(傻样)
    주자서: 내가 그간 온갖 사람 사이를 무수히 헤쳐왔는데,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도 구분 못한다면 헛되이 산 거 아니겠어? (我在人心鬼蜮杀了七进七出,要是连好人坏人都分不清楚,那岂不是白活了)

    온객행: 그러니까 네 생각에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거지?(所以你觉得,我是个好人)

    주자서: 악한 사람도 칼을 놓으면 성불할 수 있다는데, 좋은 사람이 나쁜 일을 했다고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坏人放心屠刀可立地成佛,好人做了坏事,难道就永世不得超生,没这个道理)

    온객행: 내가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거구나. 아니지. 자네가 틀렸어. 내가 어찌 좋은 사람이 아니겠어? 내가 바로 온대선인인데! (我原来是个好人啊? 不对,你错了,我岂非是个好人,我乃温大善人.)

    주자서: 작작하라고, 온대선인(别闹了,温大善人)

    온객행: 아서(啊絮)

    주자서: 뭐야?(干嘛?)

    온객행: 아서(啊絮)

    주자서: 혼이라도 부르는 거야?(叫魂呢?)

    온객행: 아서(啊絮)

    주자서: 됐어, 온대선인. 입 다물고 그만 불러. 소름 돋는다고.(行了,温大善人。你闭嘴吧。别叫了。叫的我瘆得慌)

    온객행: 나는 그저 살아가면서, 햇볕을 쐬고, 이렇게 부를 누군가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我就是觉得活着,给太阳晒着,还有一个人的名字给我这么叫着,真的挺好)

    주자서: 정말 좋아(是挺好的)

    주자서: 노은(老温)

    온객행: 응.

    주자서: 노은(老温)

    온객행: 어?

    주자서: 노은(老温)

    온객행: 왜?(怎么了?)

    주자서: 술 마시라고(喝酒了)

    온객행: 마시자!(喝)

     

    온객행이 곱씹는 고용(孤勇)의 뜻 정말 좋다. 나같이 할 수 있어도 안 하고, 믿음직스러워도 안 믿는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할까. 온객행이 온대선인이라고 득의양앙하게 말할 때의 청량한 발음은 또 어떻고. 특히 온객행의 대사 "살아가면서, 햇볕을 쐬고, 이렇게 부를 누군가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我就是觉得活着,给太阳晒着,还有一个人的名字给我这么叫着,真的挺好)"에 오고 가는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감격스럽다. 

    그리고 메이킹을 보다가 아래의 장면을 발견했다. 장철한이 감독에게 무전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것인데, 바로 자기도 마지막에 노온을 세 번 부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이름 세 번 부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그리하여 온객행 대사 끝나면 이름 부르라고 허락이 떨어지고. 이렇게 명장면이 탄생.

    메이킹이나 인터뷰를 보면 장철한이 즉흥적으로 덧붙여서 찍는 게 꽤 있다. 물론 편집된 부분도 있지만. ㅋㅋㅋㅋ 

    https://youtu.be/z6mr9hF5RKs

    이상 산하령 사랑이 뻐렁쳐서 오랜만에 영상 발편집까지 -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