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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본다.What am I doing? 2025. 9. 16. 10:09
1. 세상의 끝에서 절멸주의 박멸을 외쳐보다.내가 관심이 없는 것은 많고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정세이니, 유행이니, 시류이니 하는 것들이다. 어쩌다가 우연히 내가 탑승한 것이 유행하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냥 한창 뒤떨어진 채로 그러고 산다. 사람들이 마치 모두 다 아는 듯이 얘기하는 화제거리는 저게 요즘 유행인가보네 하며 그저 귀담아 들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가 내 방에서 잔 다음날 부터 내 방 tv를 키면 자꾸 글로벌뉴스 채널이 고정되어 나온다. 어차피 영어 듣기나 할까하고 켜놓는데, 맙소사. 세상이 너무 미쳐돌아간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노래를 패러디하자면 '대투쟁의 시대가 찾아왔어'이다. 갈등과 분쟁이 온 세상에 산재한다. 나도 모르게 되도 않는 세상 걱정에 시름한다. 극우는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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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극] '죽림애전기(竹林愛傳奇)' 국립극장 9월 13일(토) 3시 공연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5. 9. 15. 16:47
이제는 친구라고 불러도 될만한 전 직장동료가 추천해 줬다. 내가 쿄겐 얘기를 하면서 일본에 갈 때마다 기회가 없어서 못 봤다고 하자 마친 우리나라 국립극장에서 동북아시아 3국의 창극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본인은 중국의 창극도 본다고 하길래 친구와 헤어져 집에 오는 길에 급히 표를 예매했다. 바로 '죽림애전기'와 '노가쿠'였다.국립극장으로 향하는 길에 공연 정보를 훑어보니 죽림애전기는 죽림칠현의 후손의 사랑과 뭐 기타 이야기를 다룬 광동오페라라고 쓰여있다. 그럼 월극(粵劇)인 건가, 아니면 경극을 광동 지역에서 하는 건가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내 자리를 찾아 자리를 하니 스크린에 'cantonese opera'라고 확실히 쓰여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월극이라는 말을 모를까 봐 이렇게 광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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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Ravel)의 라 발스(La Valse)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5. 8. 26. 15:51
최근 라캉이니 들뢰즈니 하는 '프랑스 철학하는 것들'(유감이지만 프랑스 스러움에 악감정이 있다)의 책을 읽으면서 기존의 독일철학,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플라톤 사상과 대척점을 이루는 요소에 크게 반응한다. 어찌 된 일인지 내 주변도 점차 "프랑스 것들"로 함몰되니, 작곡가로는 클로드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이 그들이다. (원체는 동유럽 클래식을 엄청나게 편애하였다)예전부터 '라벨이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재가 작곡을 했으면 이런 곡을 만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있으니 바로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이다. 그리고 오늘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La Valse, The Waltz)"라는 곡을 아침 출근길에 듣다가 충격에 사로잡히다 못해 눈물까지 흘렸으니 이 얘기를 짚고 넘어가야 내 속이 시원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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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두산] 자유여행(`25.6.20.~`25.6.23) ② 서파여행/중국 2025. 8. 19. 13:40
아침잠이 없는 엄마 덕분에 나도 덩달아 같이 일어났다. 호텔 조식은 7시부터인데 일정상 조식 시간이 될지 몰라 예약할 때 조식을 신청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돈을 내고 식권을 샀다. 나는 평소 아침을 먹지 않지만, 엄마를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식사.조식은 평범에서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7시 45분, 약속한 대로 어제의 그 기사님(장 선생님)과 함께 서파로 출발했다. 원래 이도백하에서 서파까지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데 도로 공사로 거의 2시간이 소요되었다. 가는 길에 백두산 기슭의 몇몇 큰 마을들도 지나고 시장거리도 보고.차 안에서 나는 보통 기사님과 말을 섞지 않는 편이고, 특히나 중국어 대화라 더더욱 피하고 싶었는데, 기사님이 말도 못 하게 졸려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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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변화What am I doing? 2025. 8. 8. 12:58
1. 훅 가다나는 이능의 소유자로서, 이것이 일반인과 나를 가르는 차이점이다. 대단한 재능이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생리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재능이다. 수면욕, 배설욕, 식욕에 대한 제어가 남들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라, 수면이 부족해도 졸지 않고(한 사흘 안 자니 서서 졸기는 하더라), 36시간 정도 화장실에 아예 안 간 적이 있고(이후 이런 짓은 안 한다), 안 먹어도 괜찮고 배 고프다고 화내지 않는다(그동안 축적해 놓은 것이 풍족한지라).그런데 어디 내놓기 이 민구스러운 재능들이 요 몇 달 사이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속칭 훅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원하지 않게 늘어나는 나이 이슈 때문이지 않을까. 가장 먼저 온 것은 배설이었다. 아침에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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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두산] 자유여행(`25.6.20.~`25.6.23) ①여행/중국 2025. 8. 5. 12:46
오전 8시 45분 집에서 출발. 아침부터 비가 온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가자하였으나 엄마는 지하철을 골랐고, 그렇게 9호선+공항철도의 콜라보로 10시 30분경 인천공항 1 터미널 도착. 금요일 오전인데 공항은 널널. 면세구역에 스벅이 하나 생겼길래 커피와 샌드위치 먹으니 밖에서 풍악을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 저렇게 임금님 행차를 한다고.면세품을 받았는데 신라에서는 이벤트 상품을 안 줬고(내가 이벤트 상품 받으려고 구입한 건데), 신세계에서는 정관장을 내가 구매한 것과 다른 상품으로 줬다. 나는 내가 잘못 산 줄 알고 그냥 다 받아들었는데, 나와서 확인해 보니 물건이 잘못 나온 것. 이미 다 뜯은 데다가, 잘못 받은 상품이 1만 원 정도 더 비싼 거여서(껄껄) 그냥 환불 포기. 비행기를 탔는데 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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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두산] 여행준비 (자유여행, `25.6.20.~`25.6.23)여행/중국 2025. 8. 3. 21:56
5월 초 캐나다와 미국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엄마가 6월 중순에 수업을 쉰다며 짧게 여행을 가자고 한다. 국내 여행 정도일 것 같아 의향을 여쭈니 짧게라도 외국에 나가고 싶다고. 그래서 상해는 어떻냐고 여쭤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는 백두산이 가고 싶다'였다. 백두산 여행은 정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어른들은 백두산에 로망이 있으신가 보다.패키지를 알아보라고 했으나, 쇼핑과 같은 옵션 때문에 정작 천지에 머무는 시간이 꽤 짧고, 노옵션인 경우 가격이 상당했다. 사실 패키지는 애초부터 당기지 않았다. 내가 중국어를 하는데 굳이 패키지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패키지로 해야 그나마 엄마를 편하게 모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으나 아주 편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바로 자유여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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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월요병What am I doing? 2025. 8. 3. 21:19
월요병우리나라에는 흔히 월요병이라고 부르는 증세가 있다. 영어로는 '일요일 밤의 우울(Sunday Night Blues)', 일본어로는 '사자에상 증후군(サザエさん症候群)', 중국어로는 '월요일 종합증(星期一综合症)' 등이 유사한 표현으로 달콤하고 짧은 주말과 여지없이 찾아오는 월요일의 부담감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말이 거의 돼지국밥 수준의 직관적인 표현이라면, 중국어도 비슷하고, 영어는 약간의 감성적인 표현이고, 일본은 일요일 저녁에 끝나는 국민 애니메이션과 함께 찾아오는 허탈함의 표현, 즉 문화상징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려 일요일 아침부터 주말은 얼마 남지 않았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은 많았던 한 내향인의 마음을 하루 종일 옥죄었던 병증을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