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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변화What am I doing? 2025. 8. 8. 12:58
1. 훅 가다나는 이능의 소유자로서, 이것이 일반인과 나를 가르는 차이점이다. 뭐 대단한 재능이면 좋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생리현상을 지연할 수 있는 그다지 중요치 않은 재능이다. 수면욕, 배설욕, 식욕에 대한 제어가 남들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라, 수면이 부족해도 졸지 않고(한 사흘 안 자니 서서 졸기는 하더라), 36시간 정도 화장실에 아예 안 간 적이 있고(이후 이런 짓은 안 한다), 안 먹어도 괜찮고 배 고프다고 화내지 않는다(그동안 축적해 놓은 것이 풍족한지라).그런데 어디 내놓기 이 민구스러운 재능들이 요 몇 달 사이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속칭 훅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원하지 않게 늘어나는 나이 이슈 때문이지 않을까. 가장 먼저 온 것은 배설이었다.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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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두산] 자유여행(`25.6.20.~`25.6.23) ①여행/중국 2025. 8. 5. 12:46
오전 8시 45분 집에서 출발. 아침부터 비가 온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가자하였으나 엄마는 지하철을 골랐고, 그렇게 9호선+공항철도의 콜라보로 10시 30분경 인천공항 1 터미널 도착. 금요일 오전인데 공항은 널널. 면세구역에 스벅이 하나 생겼길래 커피와 샌드위치 먹으니 밖에서 풍악을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 저렇게 임금님 행차를 한다고.면세품을 받았는데 신라에서는 이벤트 상품을 안 줬고(내가 이벤트 상품 받으려고 구입한 건데), 신세계에서는 정관장을 내가 구매한 것과 다른 상품으로 줬다. 나는 내가 잘못 산 줄 알고 그냥 다 받아들었는데, 나와서 확인해 보니 물건이 잘못 나온 것. 이미 다 뜯은 데다가, 잘못 받은 상품이 1만 원 정도 더 비싼 거여서(껄껄) 그냥 환불 포기. 비행기를 탔는데 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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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두산] 여행준비 (자유여행, `25.6.20.~`25.6.23)여행/중국 2025. 8. 3. 21:56
5월 초 캐나다와 미국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엄마가 6월 중순에 수업을 쉰다며 짧게 여행을 가자고 한다. 국내 여행 정도일 것 같아 의향을 여쭈니 짧게라도 외국에 나가고 싶다고. 그래서 상해는 어떻냐고 여쭤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는 백두산이 가고 싶다'였다. 백두산 여행은 정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어른들은 백두산에 로망이 있으신가 보다.패키지를 알아보라고 했으나, 쇼핑과 같은 옵션 때문에 정작 천지에 머무는 시간이 꽤 짧고, 노옵션인 경우 가격이 상당했다. 사실 패키지는 애초부터 당기지 않았다. 내가 중국어를 하는데 굳이 패키지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패키지로 해야 그나마 엄마를 편하게 모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으나 아주 편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바로 자유여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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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월요병What am I doing? 2025. 8. 3. 21:19
월요병우리나라에는 흔히 월요병이라고 부르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일요일 밤의 우울(Sunday Night Blues)', 일본어로는 '사자에상 증후군(サザエさん症候群)', 중국어로는 '월요일 종합증(星期一综合症)' 등이 유사한 표현으로 달콤하고 짧은 주말과 여지없이 찾아오는 월요일의 부담감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말이 거의 돼지국밥 수준의 직관적인 표현이라면, 중국어도 비슷하고, 영어는 약간의 감성적인 표현이고, 일본은 일요일 저녁에 끝나는 국민 애니메이션과 함께 찾아오는 허탈함의 표현, 즉 문화상징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려 일요일 아침부터 주말은 얼마 남지 않았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은 많았던 한 내향인의 마음을 하루 종일 옥죄었던 병증을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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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방랑하는 도시인의 눈과 귀에 포착된 것What am I doing? 2025. 5. 30. 17:08
1. 봉은사 앞 정류장 의자 버스정류장 난방이 되는 벤치는 추운 겨울을 나는 노숙자의 좋은 안식처였다. 그래서 가끔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나는 환대받지 못하는 버스 승객이었다. 그/그녀의 편안한 휴식 공간에 감히 들어갈 수도 없던 차였다. 그렇게 이 누군가에 대한 환대의 공간은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따뜻함을 제공한다는 버스정류장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그 벤치가 바뀌었다. 굉장히 머리가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노숙자에 대한 환대가 없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환대는 가끔 누군가의 배제를 가져오긴 하지만. 원래 공간의 기획이 승객을 위한 것이었으니, 지금이 맞으리라. 그러나 기획대로만 운영되는 공간이 어디 있던가. 다들 그 안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고, 노숙자는 성공적인 용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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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라타니 고진의 『헌법의 무의식』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4. 6. 22:20
가라타니 고진의 『헌법의 무의식』내게는 좋아하는 철학자 본진이 있다. 가라타니 고진, 발터 벤야민, 아베로에스, 이븐 칼둔 등이 그들이다. 세상에 많고도 많은 것이 철학자다 보니 본진을 뒤로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번에 다시 회귀했다. 그리하여 읽게 된 것이 『헌법의 무의식』.가라타니 고진은 이 책에서 철학자로서는 굉장히 쉬운 언어로 일본 헌법9조에 담긴 의미, 무의식 등을 분석한다. 나는 제목에서 보편적 의미의 헌법을 이야기한다고 여기고 펴들었는데, 알고보니 일본 헌법9조를 분석한 책이었다. 한국의 헌법9조도 모르는데, 일본의 헌법9조를 알 턱이 있는가. 그래서 급히 구글의 힘을 빌렸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위키. 第九條 日本國民は、正義と秩序を基調とする國際平󠄁和を誠實に希求し、國權の發動たる戰爭と、武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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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훈의 에세이집 『허송세월』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4. 2. 10:22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사전지식이 아우러져서 그에 대한 평가에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훈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사전 지식이 거의 전무하였다.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칼의 노래』라는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절 기자 출신 작가로 간결체를 주로 쓴다는 정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독서모임에서 이 책으로 결정되었고, 덕분에 그의 글을 에세이로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김훈의 글에는 비트겐슈타인 청년 시절의 언어관, 즉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는 작가이기에 그 경계를 넘나든다. 때로는 이 언어관이 증폭되어 백마비마론(백마는 말이 아니다) 같은 논리로 출몰한다. 그의 글이 단순한 서사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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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아는 용어 (Soul Food & Comfort Food)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5. 3. 27. 13:04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야', 혹은 '내 소울푸드는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라고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추억의 음식',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는 음식' 등을 뜻하는 '소울푸드(Soul Food)'라는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Soul Food Soul Food는 어떤 특정 요리 군집을 가리킨다. 미국 남부의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전통 요리들, 주로 옥수수, 콩, 감자, 고기, 채소로 만든 프라이드치킨, 콜라드 그린, 검보, 맥앤치즈, 옥수수빵 등이 그것이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제한된 재료로 최대한 자신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바로 그 음식이다.소울푸드라는 용어는 1960년대 소울 음악의 부흥과 함께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울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