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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_에셔
    What am I doing? 2021. 12. 16. 12:55

    <괴델, 에셔, 바흐>를 읽다보면 에셔의 그림이 주는 상징성에 호기심이 차오르는 동시에 굉장한 위안을 받는다. 호프스태더가 괴델의 수학 이론을 음악과 미술에 통섭하려는 목적으로 교묘하게 사용한 에셔 그림이 담지하는 철학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전자를 풀어 말한 것이다.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매번 정해진 분량으로 읽고 있는데,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으면 그만큼 읽을 분량이 줄어들어 위안을 받는 것이 후자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언설이다.

    그런데 에셔의 그림을 보다보면 묘한 감정이 생기기는 하지만, 강력한 예술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한 감동은 전혀 없다. 내부에 포함한 의미와 논리가 심미적 외부를 파훼해버려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내 눈은 아름답다는 인식을 뇌에 송출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식으로 철학성이나 논리성이 팽배해서 예술성이 상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중 내가 한 시대를 풍미하던 장르를 통째로 좋아하지 않는 것에 바로 송사(宋詞)가 있다. 당시(唐詩)가 품고 있는 아정한 유미주의에 취해있다가 송사를 보면 내가 시 보려고 했지 파브르 곤충기 보려고 했냐며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으니 말이다. 

    비슷한 감정을 꽤 저명한 시인의 '인다라의 구슬'이라는 시에서도 느꼈던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인드라 그물의 비유로 이런 초등학생 방학계획같은 아름다움이 극도로 상한 시를 쓸 수 있다니 하고 말이다. 이 분의 시가 주지주의나 시의성이 좀 강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하지만(나도 좋아하던 때가 있었고), 가끔은 그 안에서 끊어질 듯 숨을 몰아쉬는  예술성의 손이라도 꽉 잡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 

    ---- 원래는 에셔의 그림과, 굴원의 <천문>이라는 시를 보다가 든 생각인데 갑자기 저명한 노동시인을 공격했다. 

    에셔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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