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Nulla Dies Sine Linea_黄袍加身
    What am I doing? 2022. 1. 11. 12:56

    어제의 CI글에 이어서.

    The Story of the World를 읽다 보면 영국 왕들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국 왕들은 너무 이상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가 제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유명한 왕이 리처드 1세(사자심왕 리처드)와 헨리 8세.

    헨리 8세는 괴팍함을 뛰어넘은 인간 말종같은데 어쩌면 연산군 정도의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즉, 드라마화하기 쉬운 입체적이고 어그로 끌기 쉬운 인물이 아닐까 싶다.

    초등 저학년 때 EBS에서 <천일의 앤>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어려서 내용을 잘 이해도 못했지만, 마지막에 앤 불린이 참수당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마침 그 영화를 봤다는 친구에게, 앤 불린 역을 맡은 배우는 그 영화만 찍고 죽은 거냐고 물어봤다가 그게 말이 되냐고 핀잔 들은 기억도 있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던 시절 얘기. 어쨌든 헨리 8세는 그렇게 두 아내를 참수하고.

    그런데 헨리 8세에 비하여 만만치 않게 이상한 왕이고, 저런 사람이 왕으로 있는 나라의 백성은 참으로 불쌍하구나 라고 느낀 왕이 바로 사자왕 리처드인데 그는 당시에도 사랑받고, 지금도 사랑받는 느낌이다. 심지어 살라딘이 영미권에서 인기 있는 몇 안 되는 무슬림인 것도, 사자왕 리처드의 호적수였기 때문이다. 

    능력치가 무력에만 몰빵한 리처드 1세는 왜 이리도 사랑받는 걸까. 하긴 이해 못 하는 것이 뭐 이것뿐이겠는가. 영국 왕실에 대한 영국인 및 온 세계의 선망을 나는 이해 못 하겠다.

    이런 괴상망측한 영국 왕 이야기를 보다가 중국사 책을 읽으며 송태조 조광윤 파트를 읽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위정자라 놀랐다. 물론 책에서는 저 '黄袍加身(황포가신, 황포를 몸에 걸치다, 즉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다)' 이 조작된 정치 골계극이라는 식으로 까댔지만, 괴상망측한 동서양의 임금 얘기를 읽다 보면 조광윤은 드물게 합리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드라마화가 별로 안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 영국왕 중 몇 안 되는 호감형 인물인 헨리 5세를 찾아보다가 나무위키 해당 항목에서 내 블로그 포스팅이 인용된 것을 보았다. 이게 뭐라고 괜히 뿌듯하네. ㅋㅋ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