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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 <여고추리반 1, 2> 잡설
    오덕기(五德記)/韓 2022. 3. 10. 13:07

     

    예능 중에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던 예능이 있었는데 그거슨 바로 <대탈출>. 그러다가 <여고추리반>이 같은 PD의 작품으로 대탈출과 궤를 비슷하게 한다고하여 시청을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여고추리반 1을 다 보고, 이번에 여고추리반 2를 본 후, 다시 여고추리반 1부터 복습. 

    시즌 1을 시청할 때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평생 안 하던 수공업을 해보겠다며 양말목 공예에 입문했는데, 바구니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내용을 아주 쌈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시즌 2는 정리수납 과정을 들으면서 냉장고와 주방 등을 정리하며 시청하느라 역시 내용 이해에 어수룩함이 많았다.

    친구들에게 시청을 권했는데, 그들의 시청 후기를 내가 잘 이해 못해서 그 찌-찝함에 시즌1부터 복습. 이번에는 조금 집중력을 높여서 (그럼에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멀티태스킹의 굴레) w3w나 애너그램도 직접 해보는 열의를 보이기는 했다.

    <대탈출>을 보면 시즌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연결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런 에피소드 하나를 좀 늘여서 여러 에피소드로 잘게 나눈 듯하다. 스토리가 나름 탄탄하고, 플레이어들도 개성 있고, 케미가 나쁘지 않다.

    한 가지 내용을 여러 번 출퇴근 하면서 이어나가다 보니 <대탈출>의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크라임씬>의 시간 내에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오랜만에 출근할 때마다 플레이어의 집중력이 살짝 떨어져 보이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스토리성을 더 살리고, 플레이어들도 출근길에 사건을 확실히 짚고, 대처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면서 몰입도가 나아졌다. 플레이어들이 동방 꾸미기나 매점 털기, NPC에 대한 험담 등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고 말이다.

    <대탈출>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NPC들과의 합, 혹은 티키타카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대탈출>은 NPC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플레이어들과 NCP가 겉돌아서 매번 몰입도가 떨어졌는데, <여고추리반>은 나름 NCP의 서사도 잘 쌓이고, 플레이어와 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연기자들과 대화하다가 진심으로 빡쳐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린 적도 여러 번.

    시즌 1이 대탈출 느낌이 강해서 퍼즐을 푸는 쪽에 가까웠다면, 시즌 2는 추리력과 스토리 위주이다. 그러다보니 시즌 2에서는 상황과 추리가 너무 딱딱 맞아 들어가서 제작진이 혹시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나는 예능 보면서 저건 주작이야라고 외치지 않고 둥글게 둥글게 넘어가는 편인데도 혐의를 내려놓기 어려운 장면이 꽤 나왔다. 시즌 2 설정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가 생각나고, 마지막 선택 부분은 <다크나이트>가 떠올랐다.

    <여고추리반>의 플레이어 캐스팅도 아주 마음에 든다. 일단 박지윤은 <크라임씬>에서부터 발군의 브리핑 능력, 관찰력, 추리 능력을 선보였었는데, <여고추리반>에서는 최고령의 샌드백 역할도 충실하게 하면서 개성도 마음껏 드러냈다. 이를테면 게시판 꾸미기와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와중에 독수리 타법으로 영타를 쳐서 저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하고 굉장히 놀라기는 했다. 시즌 2에서 미모로 승부한다더니 정말 엄청 예뻐져서 또다시 놀람. 장도연은 현존하는 한국의 여자 개그맨 중에 가장 선을 잘 지키면서 센스가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내가 아는 개그맨이 그다지 많지 않긴 하지만. 사람도 선량해 보이고 여러모로 상식인의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몰입하는 플레이어와 공명할 때 그 통로는 장도연이었다. 인터뷰 내용에 가장 많이 웃었던 것도 역시 장도연. 재재는 특유의 개성 넘치는 시니컬한 말투에 기억력도 좋고 퍼즐도 잘 풀어낸다. 그 와중에 가장 강심장이라 다른 플레이어들이 애 떨어지게 놀래도 굉장히 담대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편향이 심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헛짚는 추론도 꽤 많이 해서 뻘하게 웃겼다. 비비는 여고추리반에서 처음 접했는데, 노빠꾸 직진력에 성깔 있어 보이는 눈빛이 인상 깊었다. 몰입도가 높아서 시리즈 내내 가장 잘 빡치는 것도 재밌었다. 이런 사람 친구로 두면 좋을 듯. 예나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맡았다. 바로 망내. 막냉이가 실제로도 엄청 귀여워서 나이 듣고 놀랐다. 은근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의 발견을 잘한다.

    그래서 결론은 <여고추리반 3> 소취.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