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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
    What am I doing? 2022. 5. 5. 22:57

    1. 요즘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닌다. 일생을 게으르게 살다가 가끔 삘 받으면 일 치고, 그러다가 지치면 맥이 풀린 듯 깊은 동굴에 웅크리고 누워 가일층 게을러진다. 손 씻다가 나는 과연 게으른가 부지런한가로 고민했는데,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게으르고 게으른 사람보다는 부지런하다는 일말의 통찰력도 없는 답을 매번 도출하곤 한다. 이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2. 친구의 압박으로 허벅지 운동을 시작했다. 역시 인간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을 단련하니 기분이 좋긴한데 하루에 운동은 한 가지만 한다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철칙이 있어 자세교정 요가를 안 했더니 다시금 거북목의 압박. 다른 친구는 그럼 허벅지 튼튼한 거북이가 되었겠다며 반색.

    3. 조카를 제외하고 요즘 내 덕질의 대상이라고는 요즘 좀 식기는 했지만 장철한뿐이거늘 중국인 친구들에게는 말도 못 꺼낸다ㅋㅋㅋㅋ. 핏줄을 제외하고는 죽은 사람 덕질만 하겠다는 것이 산 자를 무수히 덕질한 후 내가 내린 결론이다. 대상을 특정 상태에 고정시켜놔야 그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오에 고통받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이미 죽은 하이젠베르크는 나치 연루설마저 쉴드 칠 수 있듯이). 마침 이 자가 약간 사회적 가사 상태라서 슈뢰딩거가 말한 상자 안에 고양이 대신 넣어두고 유물만 발굴하면서 덕질하려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역시 산 자라 소식을 전하고, 얼굴도 보여주니 반갑긴 한데 굳이 구업을 쌓는 것 같아서 마음이 또한 안 좋다. 살아있으니 잘 살기를, 떳떳해지기를 바랄 뿐인데. 

    4. 낙서는 신기하다. 낙서를 하는 게 창의성에 좋다는 이야기(낙서 좋아하는 사람들의 주장으로, 창의성이 좋은 사람 중에 낙서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낙서를 시도해보았지만 좀처럼 습관이 들지 않는다. 워낙 필기건 뭐건 손에 펜 쥐는 습관이 없다. 교과서나 책이나 모두 줄 긋기나 노트 필기 하나 없이 멀뚱멀뚱 구경하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내가 작업을 하던 곳에 놀러 온 지인이 대화를 하며 내 노트에 잔뜩 낙서를 하고 갔다. 이걸 한 두 주 정도 있다가 보았는데 그때 나눈 이야기가 간단한 이미지와 단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순간을 경험했다. 낙서의 힘이 이 정도구나 하고 절감. 그런데 낙서는 어찌해야 습관이 될 수 있지. 

    5. 지방에서 온 사람 중에 '~합시다, 그럽시다'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귀에는 이게 존대말로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이런 쓰임새를 학생이 교수한테 쓰는 것을 듣고 퍼뜩 물어본 적도 있는데, 출신 지역에서는 모두 이렇게 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요즘 다시 듣고 있으려니 역시 이상하다. 서울 사투리 권력에 포섭되어 있는 이런 나라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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