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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보다 일주일에 한 번 보니(feat.조카바보)
    通古今之變/斅學半 2022. 5. 12. 11:42

    1. 유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이 머리통을 뒤덮고 있는 굴욕 없는 형상으로 태어났다. 태어나기는 동자승 모양을 하고 태어나서, 대접받기는 소황제처럼 대접받았건만 꿈은 공주가 되는 거란다. 유나의 어린이집 친구들은 이미 네 살 때부터 겨울왕국 광풍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유나는 여섯 살이 되어서야 프로즌을 봤다. 꽤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미니마우스가 더 마음에 드는지 다 헤진 미니마우스 내복을 마르고 닳도록 입는다. 

    2. 개의 제2의 심장이 꼬리라면, 아기의 제2의 심장은 다리인 것 같다. 아기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울 때도 웃길 때도 반가울 때도 화가 날 때도. 어쩌면 인류가 바다에 있을 때 저렇게 다리를 버둥거리며 수영을 했던 것은 아닐까 괜히 인간에게서 진화의 한 모습을 봤다며 뿌듯해한다. 물론 진화론에서는 하지 말라는 사유방식이지만. 그리고 아기가 성장할 수록 다리에 놓여있던 심장이 점점 위로 올라온다. 어느 순간 기쁘면 팔을 치켜세우고 흔들어준다. 

    3. 유나는 어느새 식탁에 양 팔뚝을 다 올려놓고 턱을 괸 채로 식사하는 가족에게 간섭을 한다. 원래 식탁 다리와 식탁 상판부의 연결 부분에 머리를 박을 정도로 작은 아기였는데, 어느 순간인가 까치발을 하고 밥상이 어떻게 차려졌나 감시하더니 이제는 식탁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왔다. 우리 유나 쑥쑥 크는구나. 

    4. 올해 1월인가 유나가 집 앞에 살다가 잠실로 이사를 갔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는 그네가 있고 유나는 그네 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동그랗고 작은 머리통 안에 그네와 핑크색에 대한 갈구만 가득하다. 외갓집 놀이터에 그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불만. 그렇다고 그네를 엄청 잘 타는 것은 아니라서 젖먹던 힘까지 짜면서 밀어줘야 할 때면 내가 서정주의 <추천사> 속 향단이가 된 기분이다. 나는 그 나이에 그네를 타다가 운동에너지가 0이 되는 지점에서 뛰어내리기를 서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누굴 닮은 운동신경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웃음 많고 배려심 많고 그네 좋아하고 예쁜 것 좋아하며 잘 자라는 우리 유나.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