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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novo p11 LTE 샤오신 패드 할아버지 선물로 드린 후기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현대인 2022. 11. 15. 13:50

     

     

    Lenovo p11 LTE 샤오신(小新) 패드 후기 아닌 후기

    이름이 샤오신 패드라, 뭔가 조심스러웠다(조심하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의 小心과 발음이 똑같다). 이미 작년에 wifi버전이 10~12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팔려서 가성비를 탐닉하는 자들에게 꽤 큰 인기를 끌었었다. 덩달아 관심이 생기긴 했는데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조차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터라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다만 주민등록상 연세가 백세가 넘으신 외할아버지께 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보시는 게 안타까워서 말이다. 다만 할아버지 댁에 wifi가 안 되어서 LTE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풀린 P11은 국내 정식 발매 LTE 버전이다. 스냅드래건 662에 메모리 4GB 수준인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파손보험을 1년간 무상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조건을 확인한 후 바로 p11의 단점을 찾아봤다. 전반적으로 느리고, 노크나 터치가 잘 안 먹힐 때가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건 내가 겪은 건데 아무런 알람이 없어도 가끔 혼자 화면이 켜진다는 것이다. 한밤 중에 갑자기 방이 밝아져서 보면 샤오신 패드가 독야청청 화면을 밝히고 있고 몸을 일으켜 살펴보면 아무런 알람도 없다. 이후 알람 설정을 바꿔도 계속 같은 문제가 있는데 하여튼 특이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문제는 거의 유튜브와 카톡 전용으로만 사용하는 외할아버지께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구매 결정. 이미 답은 사기로 정했어서 말이다. 

    vogo에서 14.9만원에 구입하였는데 다음 날 도착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오히려 별도로 산 케이스가 안 와서 굉장히 조심스러웠을 뿐(그야말로 샤오신~). 의외로 제품은 굉장히 좋았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화면도 굉장히 쨍하고 소리도 우렁차서 백세 노인에게는 제격이었다. 아주 많이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느리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고, 터치나 노크도 큰 문제는 없었다. 워런티가 한 달 정도 부족했는데 이것은 카카오톡 레노버 CS에 영수증과 SN 등 인증하고 1년 워런티를 제대로 받았다.  이렇게 선물 준비 완료.

    운전할 때 왜 이렇게 속도를 내냐고 엄마한테 이루 말할 수 없이 구박받으며 할아버지 댁에 도착. 할아버지는 갑자기 들이민 선물에 놀라셨다. 좋아하시는 건지 안 좋아하시는 건지 얼굴 표정으로는 알 수 없었다. 노인의 표정은 읽기가 어렵다. 마음에 드시냐고 여쭤보니 그제야 화면이 커서 좋은데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셨다. 원래는 할아버지께 이 패드를 드리고 기존에 드렸었던 스마트폰은 거둬오려고 했다. 내게는 데이터 쉐어링 유심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할아버지 스마트폰에, 다른 하나는 이 패드에 장착해서 말이다. 할아버지가 쓰시는 핸드폰은 2G 폰인데, 내가 드린 별도의 스마트폰으로 카톡과 유튜브를 즐기셨던 것이다. 이제 패드가 있으니 스마트폰은 필요가 없을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평소에 스마트폰도 들고 다니신다는 것이다. 자식들이나 손주들과 카톡 영상통화를 하면서 노인정에서 자랑한다고 하신다. 결국 할아버지의  자랑하고픈 욕구에 밀려 쉐어링 유심은 포 to the 기. 할아버지 다-아 가지세요! 이래 버렸다. 나는 급하면 알뜰폰 유심이라도 장만하면 되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꼬인 것은 태블릿에 카톡을 깔려고 했던 것이었다. 큰 화면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이 P11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처럼 카카오톡 태블릿 기기 연동이 되지 않는다. 기기 연동을 하려면 루팅 등을 거쳐야 하는데, 루팅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게다가 평소에 가까이서 봐드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순정을 지키고 싶었다. 만약 태블릿에 카톡을 깔면 스마트폰에 카톡을 깔 수 없고, 그러면 할아버지는 이걸 항상 들고 노인정에 가서 영상통화를 하실 수 없다(p11은 꽤 무게감이 있다). 결국 핸드폰에는 카톡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 나중에 카카오톡에서 이중 디바이스 허용하면 그때 다시 까는 것으로. 혹시나 몰라서 나와의 연결 창구로 Line만 하나 깔았다(signal 앱은 안 깔린다)

    몇 가지 셋팅을 하고 스마트폰에 있는 영상과 사진들을 옮겨 담아드렸다. 이게 2주 전의 일이다. 어제 카톡 영통이 와서 유튜브를 큰 화면으로 보니 너무 마음에 드신다고 하신다. 이미 노인정에도 가져가서 노인 아우들에게도 자랑 다 하셨다고. 노인들은 우와 좋겠다 보다는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을 사주는 거냐며 궁금해하셨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백세 노인에게 드리는 선물로 디지털 디바이스가 꽤 특이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우리 할아버지는 눈도 밝고 귀도 밝고 머리도 밝으셔서 이런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이 아주 높지는 않다. 물론, 약 4년 전에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할아버지가 적적하실까 봐 유튜브 보시고 카카오톡으로 영통이라도 하시라고 스마트폰 하나 장만해드렸었는데 당시에는 어렵다고 말 그대로 혀를 있는 대로 차고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고통스러워하시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곧 적응하시고 스마트폰 중독이 되었다는 안 비밀. 이번에도 어렵다고 혀를 차기는 했지만 처음 스마트폰 드리고, 중간에 한번 바꿔드렸을 때만큼은 아니다. 나름 디지털에 적응한 노인.

    레노버 p11 lte 패드 가성비의 최고봉. 필요 없어도 사고 싶어지는 가격. 일단 사놓고 용도를 만들고 싶게 만드는 가격.

    아버님 댁에 p11 하나 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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