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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리뷰] <군자맹>(君子盟) 2023오덕기(五德記)/中 2024. 11. 12. 16:24
<군자맹> 리뷰를 채 쓰기도 전에, 이미 <당조궤사록>까지 다 보았으니 마음이 급하구나. 지금은 <대리시소경유> 를 보다가 16편에서 하차하고, <성한찬란>을 보는 중.
<군자맹>, <당조궤사록>, <대리시소경유>는 모두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당대, 아니면 당대 느낌을 내는 가상의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음모와 이를 파헤치는 추리극이랄까.
<군자맹>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고 짧다더라. 재미있는 중드는 많지만, 재밌으면서 짧은 중드는 귀하디 귀한 것. 하여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시작했다. 그저 군자들이 많이 나오겠구나 하는 느낌만 가지고. 알고 보니 당나라 비스므레한 가상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추리극. 적인걸의 탐정화 영향인지 당나라 느낌을 배경으로 한 추리물은 참으로 많다.<군자맹>은 옹나라 예부 시랑 란각(정백연 분)과 저잣거리에서 국수 장사를 하며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장병(송위룡 분)의 만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사극이다. 란각은 응나라의 예부 시랑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정부부처의 부차관 정도의 위치에 해당되니 연소함에 비하여 고위 관직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역모죄를 짓고 사형을 당했고, 보통 이 경우에는 구족을 멸하기 마련이지만 란각은 태후의 비호를 등에 업고 어찌 저찌 목숨을 부지하여 이 자리에 올랐다. 한편 장병은 탐정의 꿈을 갖고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상경한 추리 천재이다. 그는 란각이 비밀스럽게 꾸미던 일을 뛰어난 추리 능력으로 엉망으로 만들면서도 사건을 해결하고 더 거대한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된다. 처음에는 대립각을 세우지만, 서로를 인정하게 되고, 구하게 되고, 두 사람이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냈다는 과거 서사도 풀어주고, 결국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뭐 그런 이야기 되시겠다.
<군자맹>은 <어사소오작>보다 훨씬 과학실험이나 추리가 촘촘하다. <어사소오작>이 엉성한 과학수사를 상쇄하기 위해 사람들간의 관계나 연애감정에 시간 들이는 동안 군자맹은 좀 더 논리에 치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술법을 끼얹는다. 중드, 특히 당나라 느낌이 나는 고장극에 술법이 없으면 그것도 서운할 노릇이지만, 하나의 논리적 추리구조를 촘촘하게 구성한 <군자맹>에서 별안간 등장하는 술법이니 기문둔갑이니 하는 것은 좀 아쉬웠다. 중드의 정체성도 좋지만, 중드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이 포인트가 바로 이 드라마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기문둔갑이니 뭐니 하는 것들 다 빼버리고 차라리 현대과학의 성과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sf작가로 한 획을 그은 아서 클라크가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고 했듯이 차라리 현대 법의학을 기반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 이것이 당시 사람들한테는 술법처럼 느껴졌을테고, 내게는 논리적으로 느껴졌을텐데 말이다.
동원되는 배우 숫자가 확연히 적은 것을 보고 이제 중국도 인건비가 비싸구나, 저예산의 기운이 느껴지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꾸매중을 복습하다가 <먼 훗날 우리는>의 남주 얼굴, 발음, 목소리가 비슷한 것 같아서 찾아보니 내가 지금 보고 있던 <군자맹>의 정백연이다. 무려 2020년 7월에 학습했던 것을 복습한 것이니 그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나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데다가 사극과 현대극은 동일한 인물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낸다). 저 정도의 배우를 쓰는 거면 어쩌면 저예산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백연이나 송위룡 둘다 모르는 배우라 낯가림을 할만도 한데, 특히 정백연을 보면서 아니 저 청년은 어찌 저렇게 훤하게 잘생겼는가 하고 계속 들여다보게 되더라. 물론 저예산이라고 확신한다.
가끔 동선이나 배우들의 움직임이 연극적일 때가 있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예산이 충분치 않아서 공간을 크고 화려하게 사용한다기보다 공간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한 대화를 주고 받는 가운데 배우들을 그냥 세워놓는 경우가 많다. 배우의 배경화랄까. 그래서 더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배우들이 나무1, 나무2의 배역을 맡은 듯한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태후도 예외가 아니다. 방금까지 버럭버럭하시던 태후가 어느새 다른 배우들이 말하는 사이에 장승처럼 서있다.그 와중에 컴퓨터그래픽은 아주 나쁘거나 하지 않다. 이 정도면 자연스럽다고 해야하나.
주제가가 장안 12시진 느낌, 아니면 공각기동대 느낌. 대충 이게 대세인가보다.
두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두 명 다 개별적으로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관계성 측면에서 누군가 한 명을 여자로 치환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브로맨스는 아쉽다.
뚝뚝 끊기는 듯한 편집도 아쉽고(아마도 광총의 문제였겠지만) 결말은 허무하다.
하지만 역시 소문대로 짧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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