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Nulla dies sine linea_연습생 대방출
    What am I doing? 2024. 11. 16. 21:43

    1. 어제도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내가 냄새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친구는 내게 pee 경보기라고 한다. 유럽 거리를 지나다 보면 노상방뇨가 꽤 많은데, 내가 먼저 이잉 찌린내 하고 뿌앵 울면, 그제야 친구도 그 냄새를 맡았다면서 말이다. 가끔은 나처럼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데, 오랜만에 신나서 냄새 맡은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공감받는 것에 실패하곤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김치에서 나는 김치통의 플라스틱 뚜껑 냄새에 민감하다. 오이소박이김치나 총각김치 등에서 그 그릇 벽면에 닿은 냄새를 맡으면 나는 또 슬피 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말이 뭔지 모르겠다며 이 시점에서 손절을 하곤 한다. 가끔은 음식에서 플라스틱 녹은 냄새를 맡곤 하는데, 이것도 공감을 못 받는다. 파래 냄새는 파래가 지나간 길목에서도 냄새를 맡는다. 이미 냉장고에 파래가 들어가 있는데, 나는 현관에서부터 파래 냄새를 맡고 누가 파래를 산 거야 하며 괴로워한다. 수박 냄새나 김이 물에 빠진 냄새, 굴 냄새 등의 물 비린내 종류는 날 힘들게 한다. 
    가끔 자본주의의 공간에서도 나는 괴로울 때가 많은데,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꽤 많은 커피빈에는 그 특유의 인테리어 나무에 밴 듯한 화장실 탈취제 냄새가 있다. 예전에 갔던 공유 오피스의 탈취제 냄새, 그리고 옛날 회사 근처의 아주 유명한 짬뽕집에서 진동했던 탈취제 냄새도 견디기 힘들다. 
     
    2. 나는 딱히 크게  돈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의 밥이나 커피를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통 크게 쏘는 것도 아니고, 사치품에도 관심이 없고, 비싼 차를 굴리지도 않고, 택시도 거의 안 타고, 화장품, 미용실이나 옷에 쓰는 돈은 말 그대로 미니멈 하며,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지만 구 버전을 저렴한 가격에 여러 개 갖추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도 생각만큼 돈을 모으지 못하는데, 이는 작고 귀여운 내 벌이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적은 벌이도 아니다. 얼마 전에 신기한 일이라며 고민하는데, 친구가 이유를 알겠다고 한다. 내 베프는 외국에 사는데, 한국에 들어와서는 내 마켓컬리 ID로 배달을 시켰는데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 마켓컬리와 오아시스 장바구니는 상품으로 가득하다. 빈곤함의 연원은 모두 온라인 장보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보다.
     
    3. 자주 가는 구립도서관이 장장 3개월이 넘는 공사를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도 설치하고, 석면도 제거한단다. 아직까지 석면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에 1차로 놀라고, 그동안 층고도 높은 4층까지 책 빌리러 자주 올라갔는데 이제야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것에 2차로 놀라고. 어찌 되었건, 도서관이 문을 닫는 동안 책을 100일 동안 100권을 대출해 주겠다 그래서 신나서 달려갔다. 두 번에 걸쳐서 책을 빌렸는데, 발 빠른 사람들이 이미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빌려가서 최종적으로 대출한 책은 15권. 누가 보면 벤야민과 가라타니 고진 연구가인줄 알 듯. ㅋㅋㅋㅋ
    100일 동안 고이 간직했다가 그대로 반납할까 봐 걱정.  껄껄껄

    반응형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