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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미사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08. 7. 1. 16:14

    며칠동안 강의 준비를 하느라고 그 좋아하는 야구도 기아 경기 결과만 확인하고 -_-; 일지매도 못 보고, 한국에서 정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첫 강의를 마치고 이제 두 번째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감이 손에 안 잡혀서 엠팍과 파울볼을 구경하고 있던 참이었다.

    세상에나, 시국미사라니. 

    이제 종교단체가 나섰다. 게다가 집회도 아니고 미사라니 이런 센스를 봤나. 불교계도 시국법회를 하겠다고 하고, 기독교계도 시국기도회를 연다고 한다니 고무적이다.  속세와 종교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역사적, 교리적인 맥락에서는 항상 의문이었기에 종교인들이 이번 상황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내 머리는 '가치 판단'과 '해석'에 대해 띠굴띠굴 짱돌 굴리고 있지만, 내 심장은 고맙다고, 감동했다고 말한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혹은 성 어거스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의 본질에 대해서 항상 고민했다. 크리스트교 신앙에서 완전한 善인 신에게서 어떻게 악이 생겨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마니교의 선과 악이 각각의 원리를 가진다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종교적 여정을 거친 그는 결국 크리스트교 신앙으로써 악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악은 원리로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선이 결핍된 상황, 다시 말해 선의 부재라는 개념을 설파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은 빛이 미쳐 닿지 않은 어둠' 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제단은 그 빛이 비추지 못한 어둠을 몰아내겠다며, 다시 한번 더 밝게 촛불을 들었다.


    사족1. 민주주의 절차를 밟아 당선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 '악'이니 '어둠'이니 말하려니 그들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내 블로그에서 내가 하고싶은 말도 못한다면 이건 스스로에게 죄 짓는 일이다. 

    사족2. 자꾸 보수언론 보수언론 이런 말 하는데, 보수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말자. 사회심리학적 의미에서의 심리적 보수주의, 전통주의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는 '보수'는 제 밥 그릇에 집착하는 수구꼴통의 동의어이다. 고쳐야 할 병폐가 수두룩한데 뭐가 과거가 좋고, 뭐가 현재가 좋다고 정치적으로 보수를 떠들고 다니나. 수구꼴통언론이라고 말하자, 제 밥 그릇 챙기는 언론이라고 부르자.  전통적인 문화와 생활양식을 사랑하고 지키려고 하는 많은 '보수적'인 사람들을 욕보이지 말자.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국가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

    전국의 모든 신부님들께 그리고 수도회 가족 여러분께

    정부가 드디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를 6월 26일자 관보에 게재하였습니다. 이로써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가 주권과 자존감의 회복을 요구하던 국민의 염원은 철저히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좋겠다고 여겨 오늘까지 의견표명과 행동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절제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시국미사 일정을 마련하였습니다. 부디 전국의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들이 한 자리에모여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6월 30일(월) 저녁 6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2. 신부님들은 장백의와 영대를 준비하십시오.

    3. 미사 후에 비상 사제시국회의를 개최합니다.

    4. 기도만이 유일한 힘입니다. 되도록 시국미사 일정을 널리 전파하시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도록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년 6월 26일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시몬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단 쇼크'에 보수진영 공황 상태

    '사제단 쇼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30일 서울광장 시국미사 및 평화 가두행진이 정부여당 및

    보수신문 등에 가한 충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사제단 쇼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면을 대전환시킨 '사제단 시국미사'

    그도 그럴 것이 사제단의 서울광장 시국미사는 여러 모로 이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선 '촛불'을 되살렸다. 이들은 지난 며칠간 전방위로 촛불끄기 작전을 전개했다. 공권

    력을 총동원해 촛불집회 주최측을 압박했고, 서울광장을 폐쇄했다. 보수언론은 주최측
    을 폭도로 몰아갔다. 이들은 "이번주에 모든 게 정상화될 것"이라 호언했다. 이같은 믿
    음을 한순간에 사제단 시국미사가 무력화시켰다.

    사제단이 수많은 시민들의 기립박수속에 서울광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공안의 틀은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 사제단조차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서울
    광장에 모인 3만여 시민은 가두행진이 시작되자 7만명(주최측 추산 12만명, 경찰 추산
    8천명)으로 더 불어났다. 며칠간 정부가 진행한 공안적 휘몰이가 도리어 시민들을 분노
    케 하는 역풍을 불러일으켰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였다.

    더욱이, 이날 시민들은 경찰과 한번의 몸싸움도 없이 평화로이 가두행진을 마치고 자진

    해산했다. 촛불참가자들을 폭도로 몰아온 정부여당을 꿀벙어리로 만든 '비폭력 평화투
    쟁'이었다. 더이상 촛불참가자들을 폭도로 몰아부칠 수 없게 됐다.

    사제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천막'은 정부입장에서 보면 서울시가 며칠 전 용역직원들과 수천 전경들을 동원해 강
    제철거시킨 '불법'의 상징이다. 그 천막이 다시 세워진 것이다. 불법-합법의 경계선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킨 것이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매일 저녁 6시반 서울광장에서 시국미

    사를 갖기로 했다. 서울광장을 사수하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개신교에선 3일 Y
    MCA와 NCC정의평화위원회 등이 이곳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불교계 역시
    조계사 등 주요 사찰과 단체들이 4일 이곳에서 대규모 시국법회를 갖기로 했다. 종교
    계가 시민들의 맨앞에 방패로 나선 것이다. 아니, 경찰의 폭력진압도, 시민의 폭력저
    항도 막는 경계선을 만든 것이다.

    제 덫에 걸린 정부여당

    정부여당과 보수신문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졌다. 거의 끄는가 싶었던 촛불이 종교계

    의 전면 개입으로 더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교인들의
    집회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그럴 수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종교집회를 막을 수 없는 집시법의 한

    계 때문만은 아니다. 사제단의 가두행진도 법으로 걸면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5백만
    천주교신자를 적으로 돌리기로 작심하지 않는 한, 사제단을 불법으로 몰아붙이기란
    쉽지 않다.

    더 결정적 약점은 정부가 앞서 한기총 등 보수 개신교단체들의 촛불 비판집회

    는 모두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천주교 등의 서울광장 시국미사를
    불법으로 몰아가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정권을 돕겠다고 나섰던 보수집
    회가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된 양상이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정부가 강경대응을 밝힌 가운데 30일 밤 정

    의구현사제단과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마친 후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사제단은 서울광장에서 단식기도회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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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