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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투리가 살아 숨쉬는 글과 표준어 문어체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08. 7. 23. 14:23
     

    오모메~ 어제 석민이 다 봤지라잉~ 인물났소..인물나~

    그라믄 오늘 날씨 싸살한번 야그 한번 해드릴텡게 보시요잉~

    오늘은 구라청에서 비온다 했는디 시방은 어제 날씨랑 비슷하구마니라~
    바람은 조메 덜하고 온도는 더 후덥지근하제라~
    역시 구라청은 구라청의 맹성을 오늘도 발휘할랑갑소야~

    지가 전화해서 직접무러볼락했는디 물어볼 필요도 없소야~
    지 생각에는 비안올랑갑소~ 장담은 못하겄는디...어지께멘치로 날이 비슷하요야~
    사진 보쇼잉~
    오늘은 장마철에 저수지 물내려오데끼 시원하게 빠른 범석이총각 공한번 또 구경가야쓰겄구마니라~
    조 이장 말데로 9연승해불고 한화도 잡아붑시다잉~

    그람 다들 욕보쇼잉~
    요새같이 동네분위기가 조은께 나도 겁나게 신나부요~ 존일나게 싸우지말고 상부상조해서
    응원해붑시다..뼈빠지게 하믄은 좋은결과가 있겄지라..
    영판 요새는 좋소야~ 와이리 좋노~와이리 좋노~




    호사방 7co1p3s님 글 펌


    생생한 사투리가 펄떡 펄떡 살아 숨쉬는 기아 타이거즈 팬의 글이다. 이 글이 인상 깊었던 까닭은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사투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written language 에서는 모두 standard 한 국가공인 표준어를 쓰는데, 이 글은 written language와 spoken language의 싱크로가 100%라는 데에 있다.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애들에게 진시황제의 여러가지 업적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그리고 내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자의 통일(과 도량형의 통일) 이다.  2000년 전에 이룩한 이 문자의 통일은 지금도 엄청난 사투리가 범람하는 신중국이 그 나름대로 국가적 통일을 유지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중학교 때던가, 처음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이라는 진시황의 유산을 접했을 때에는 written language와 spoken language가 다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잘 안 갔는데, 나이 먹어가면서 한국에서도 이 차이가 (중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도량형의 통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어쩌면 대한민국도 개국한 후에 이 표준어 표기법을 국민 모두가 쓰게 하기 위해 (일정한 정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의 엄청난 노력을 견지했으리라. 나같이 원래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이요,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사람도 문어체와 구어체의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하고 모두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표준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또 어찌생각해 보면 배후에 버티고 있는 지배층의 존재가 상기되어 두렵기까지 하다. 지성인은, 혹은 교양있는 사람은 표준어를 사용하고 일정한 형식을 갖춘 문어체로 글을 쓴다는 공통된 인식을 사람들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체화하게 되었을까. 특히나 발음 틀리거나 맞춤법 틀리는 것에 민감한 나같은 purist로서는 더욱 국가의 지배력이라던가 세뇌가 나에게까지 철두철미하게 미쳤다는 생각에 꺼림칙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purist로서의 삶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일견 나의 정체성일 테니까 ㅎㅎ)



    뱀발 1: 저 인용문을 한번 소리내서 읽어봤는데 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함이 안 사는 구나흐~

    뱀발 2: 오늘 따라 글에 한자어가 너무 많이 섞이고 번역투가 작렬하는구나.  요즘 적절한 단어가 잘 안 떠오르는 데다가, 방금 시험문제까지 만들어서인지 영어 단어부터 먼저 떠올라서 영한 사전 쳐 가면서 글 썼다. -_-; 뭥미?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어는 안 한지 백년 되었고, 일어는 원래 못했고 어흑 ㅠ.ㅠ

    뱀발 3: 엄밀히 말하면 문어체와 구어체, 문자, 표준어 맞춤법 등은 모두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거지만 이 글에서는 같은 범주에서 다루었다. 내게는 비슷하게 다가오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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