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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리뷰] 소오강호2001 (3) 총평
    오덕기(五德記)/中 2009. 3. 7. 18:07

    WARNING: Thar Be Spoilers Ahead!
    스포일러 경계령

    미루고 미루었던 드라마 소오강호 2001의 총평을 해보련다.
    총평이므로 원작, 캐릭터, 세계관, 영상, 및 뻘소리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나올 것이므로 아주 산만하리라. 헤헤

    자, 그럼 소오강호 2001의 시대배경부터 시작해보겠다.

    이전 리뷰를 보시려면
    스토리 전개 (1) : http://leonpero.tistory.com/489
    인물평 (2) : http://leonpero.tistory.com/490

    1. 시대배경

    내가 지금껏 읽어 본 무협지는 양우생의 명황성, 김용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그리고 녹정기가 전부인데, 양우생 선생도 그렇지만, 김용선생의 무협지는 역사적 상황과 긴밀하게 맞물려 들어갔다. 그런데 소오강호는 도대체 무슨 시대를 다루는지 알기 어렵다. 임청하가 주연한 동방불패라는 영화를 생각한다면 명대 만력연간일게다.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이 침략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런데 드라마 자체에는 '태산파가 세워진지 300년, 화산파가 세워진지 200년'이라는 대사를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도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없다. 물론 드라마 자체에서도 시대적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얽혀 들어가는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위키피디아 찾아봤다.
    시대적으로 대충 명대라 추정되는데, 논거를 대자면 '녹정기'에서 위소보가 소림사에 갔을 때 소림 화상이 영호충에 대해 이야기하고, 극중 영호충이 참칭하는 오천덕이라는 장군의 직위를 참장(參將)이라 칭하는데 이것이 명청시기 무관의 직위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http://zh.wikipedia.org/wiki/%E7%AC%91%E5%82%B2%E6%B1%9F%E6%B9%96, 단 번체자 중국어의 압뷁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도대체 규화보전(葵花寶典)은 어느 시대에 만들어진 것인가이다. 방증대사에 따르면 규화보전은 어느 왕조의 환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너무 심오해서 300년 동안 그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환관이 강성했던 시기로 얘기하자면 한나라는 너무 멀고, 당나라는 소림파도 간신히 세워질 즈음이기에 규화보전이 나오기에는 힘들어 보이고 (뭐, 역근경도 나왔는데 뭔들 못 나오겠냐만은) 송나라나 명나라 즈음이 그나마 적당할 것이다. 따라서 전 왕조의 환관이 규화보전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당대 보다는 송대이리라. 만약 명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면, 소오강호의 시대는 청대여야 하는데, 배우들이 변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시 위키피디아를 참고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원래 소림사 승려인 도원이 가지고 있던 것을 화산파 악숙과 채자봉이 몰래 익혀 규화보전의 잔본을 전하는 것이 벽사검법(辟邪劍法)이고 도원은 환속하여 임원도라하여 표국을 세웠다.[각주:1] 위키에 따르면 임원도는 북송시대 조정대신이었다.[각주:2] 이 경우라면 300년 동안 아무도 익히지 못했던 규화보전은 당나라의 산물이 된다. 악숙과 채자봉의 반목으로 검종과 기종이 나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영호충의 사조인 풍청양 시대이고, 악불군도 이 검종과 기종의 분쟁을 겪은 것이다.[각주:3] 화산파는 오대말 북송초 전진교의 진단 도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만약 화산파가 만들어진지 200년이 좀 지났다는 드라마상의 설명에 따른다면 소오강호의 시대배경은 송나라이다. 소설을 바탕으로 둔 위키피디아와 드라마 사이의 연대 오차가 근 300년이 넘게 난다.

    드라마 상에서는 북송시대를 다룬다고 봐야할 것이고, 소설 상으로는 명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측에서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시대상의 오류가 난 듯 싶다.

    이렇게 뻘짓을 했지만, 사실상 소오강호의 시대적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강호'라는 공간과, 소림, 무당파가 양대산맥이고, 오악파가 강성하며, 일월신교가 성행하고 있다는 시점일 뿐.

    이왕 규화보전과 벽사검법에 대해 이야기 나온 김에 이 두 무림비급에 대해 떠들어볼까 한다.


    2. 무림비급과 거세

    규화보전 (혹은 벽사검보)을 얻은 사람은 '난 이제 무림최고고수이다!!!'라고 흥분하기

    가 무섭게 맨 첫 장을 펴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고 만다. '이 무림비급은 무공을 익히려는 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것을 익히면 너는 단기간에 무림에서 최고의 고수가 될 것이다. 블라 블라' 이런 달콤한 멘트 하나 없이 맨 첫 문장이 '거시기부터 잘라부러'이다. 따라서 이 비급이 무림에 나온 후 접한 사람이 한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무공을 익힌 사람은 기껏해야 동방불패, 악불군, 그리고 임평지뿐이다. 좌냉선이 혹여 벽사검법을 얻었어도 이것을 익혔을까? 애를 여섯인가 낳겠다는 영호충이 익히겠는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익히겠는가?

    중국에서 이 거세하는 행위 (혹은 형벌)이 얼마나 치욕적으로 여겨졌는지를 알고 싶으면 사마천의 '보임안서(報任安書)'를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글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궁형을 당한 수치스러움이 피 끓듯 절절하게 맺혀나온다. 그의 말마따나 죽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천이 죽음 대신 궁형을 택한 것은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야 한다는 굳은 결심때문이다. 극중에서 임평지가 거세를 택한 것은 부모님의 원수에 대한 사무치는 원한 때문이고, 악불군과 동방불패의 경우도 무림 최고가 되겠다는 초인적인 행위이다. 이 엄청난 희생을 치른 결과 그들은 모두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그런데 소오강호 세계의 캐릭터들은 부작용이 생겼다. 바로 소위 '여성화'이다.


    2-1. 거세는 여성화를 담보하는가

    악불군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이 양반 거세를 하더니 머리 스타일도 변하고,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말투도 질질 끄는 것이 애교(혹은 닭살)넘치는 목소리이다. (소위 게이삘 난다 하겠다 -게이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임평지는 어떠한가, 한가닥 곱게 흘러 내린 앞머리에, 목소리 톤은 경극 수준이고, 게다가 화려한 붉은 색 옷을 낭창낭창하게 두르고 그 옷을 표표히 나부끼며 등장한다. 누가봐도, 난 예전과 달라요(거세했으니 이제 남자가 아니에요)라고 선전하는 듯 싶다. 그러나 자신의 중요한 부분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어느 누구가 저렇게 티를 내겠는가? 혹시나 사마천의 '보임안서'를 읽으셨다면 글 어디에서 소위 '여성스러움'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나오는가. 전혀 아니다. 글 전체에서 보여지는 사마천은 신체의 주요 부위가 망가진 것을 치욕스럽게 여기는 '남성'으로서의 아이덴티티이다.

    여성학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안타깝게도 출처가 기억이 안 난다.) 한 저명한 남성 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남성스러움이 지나쳐 마초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여성으로 트랜스젠더를 하고 나타났는데 그의 행동에서는 남성스러움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 연유를 물으니 그는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숨기기 위해서 외부에서는 더욱 남성적으로, 고압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에게 심각한 컴플렉스나 결여가 생기면 사람들은 대부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만약 임평지나 악불군이 진정으로 거세를 했다면 비록 남성으로서의 생식 활동은 할 수 없을지라도 이를 숨기기 위해서 더욱 남성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따라서, 그들의 소위 '여성스러운' 행동과 목소리의 변화는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많다. 그들은 많게는 40년에서 적게는 20년 정도를 '남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산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적 아이덴티티를 남성 여성으로 결정하는 것은 오직 생식기의 문제인가? 이는 sex만 알고 gender는 간과한 처사이다.(이 둘의 차이를 모른다면 잠시 알아보고 오시길) 음성의 변화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은 변성기가 지난 후에 거세를 했다. 왜 카스트라토를 변성기 이전에 거세할까? 변성기 이전에 거세해야 소프라노 혹은 알토의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의학적인 측면은 잘 모르겠다. 생식기의 부재로 인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행동을 바꾸고 목소리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정신적 측면에서는 도저히 임평지와 악불군의 소위 '여성적' 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질문 하나 하겠다. 20년을 남자로 살아온 사람이 거세를 하면 더 이상 남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자궁암 등의 병인으로 자궁을 들어낸 이땅의 수많은 빈궁마마들은 더 이상 여자가 아닌가? 그들은 '남성화'되는 건가?

    '성기-oriented' 관점이라는 신화가 소오강호세계에서도, 소오강호를 만든 사람에게도, 그리고 소오강호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직도 팔팔하게 살아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동방불패는 임평지와 악불군과는 또 다른 행동패턴을 보인다. 

    "난 계속 널 부러워했어"라고 임영영에게 말하는 동방불패

    맨 처음 동방불패가 등장했을 때의 심정은 당혹함을 넘어선 뜨악함이었다. 얼굴과 손등에 꽃그림을 그려대고, 고혹적인 손놀림으로 연신 자수를 해대면서 양연정에게 매달린다. 동방불패는 남자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임영영의 여성성을 부러워한다. 영호충을 보는 눈은 남자를 보는 남자의 눈이 아니라, 멋진 남자에 매혹된 여성의 눈이다. 동방불패의 행동 패턴은 거세를 당한 남성이라기보다는 트랜스젠더의 그것이다. 즉, 동방불패는 자신을 충분한 여성이 되지 못한, 결여된 여성으로 여기는 듯 하다. 그렇다면 동방불패는 거세 이전부터 남자를 사랑하고 여성스럽게 행동했는가(즉 성 전환을 원했는가), 아니면 거세 후에 떡 본김에 제사 지내는 것일까. 아마도 김용선생이나 이 드라마를 만들고 감상하는 사람들은 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거세라는 신체적 변화가 이 모든 성적 정체성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큰 오류이다.

    소오강호에 대해서 불평 좀 해보겠다. 거세를 해서 여성적으로 변했다고 한다면 정말 최악이다. sex적인 측면에서 여성은 남자의 성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여성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이다.
    소오강호를 보면서 동방불패, 악불군, 임평지의 행동 변화를 보면서 매우 불편했다. 절대 그들의 행동 변화는 여성적인 면을 흉내내서도 안 되었고 그들의 행동 변화에 대해 '여성화'라는 말을 써서도 안 되며, 동방불패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요마라고 불러서도 안 된다.  도대체 거세=여성화라는 등식이 왜 성립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2. 그렇다면 거세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림비급을 익히기 위해 해야 하는 거세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환관이 만들었으

    규화보전이 날아가는 장면

    니 '나는 거세당했으니까 너도 해라'하는 못된 심보인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거세를 함으로써 정욕을 억누를 수 있기 때문일게다.

    성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인간의 힘으로 절대 누를 수 없는 것을 정욕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으로 정욕을 억누르는 행위는 계속 중시되어 왔다. 카톨릭과 불교에서는 성직자와 승려에게 순결을 강조한다. 불상을 조각함에 있어 32길상 80종호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부처가 가진 신체적인 특징을 일컫는 것이다. 이 32상 중 하나가 바로 '말의 성기처럼 성기가 감추어진 모습'이다.[각주:4] (말의 성기를 본 적이 없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_-;) 부처는 수도와 깨달음을 통해서 외부적인 거세가 아닌, 정욕을 완전히 누를 수 있는 '정신적, 내부적' 거세를 이룬 것이다. <교회사> 6부에는 여성들에게 성서 교육을 하기 위해 오리제네스가 스스로 거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종교적 의미에서 거세는 이렇게 '정욕'을 완벽히 억누를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성스럽다고까지 여겨지는 극상의 무공비급을 익히기 위한 규화보전과 벽사검법에서의 거세도 이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또 하나는 동양 특유의, '정액'을 유한하고 귀하게 여기는 견해이다. 황제는 후궁과 관계를 갖을 때에 함부로 사정을 해서는 안 되었다. 왜냐 귀한거니까. 그래서 관계를 다 가지고도 참는 경우가 많았다. 규화보전과 벽사검법에서의 거세의 의미는 소중한 '본질'이자 '씨'를 배출하지 않고 계속 몸 안에 가짐으로써 무공, 내공 등으로 승화시킨다는 관념의 표출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규화보전을 만든 환관의 물귀신 작전일 확률이 가장 높다. ㅋㅋ

    뻘소리지만 벽사검법과 규화보전을 익히려 했던 자가 거세를 하지 않고 익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


    3. 정(正)과 사(邪)

    벽사검법(辟邪劍法)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이름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보겠다. 내가 '벽사辟邪'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은 동양의 색채를 공부할 때였다. 예를 들면, 음양오행에서 火기운과 木기운을 대표하는 붉은 색과 파란 색은 벽사의 색이라 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색들이 귀신이나 사악한 것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왔다. 붉은 색의 기둥, 붉은 색으로 쓰여진 부적, 그리고 동짓날 팥죽까지도 모두 벽사와 연관된 것이다. 

    이렇게 삿된 것을,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 벽사검법을 익힌 자들이 귀신같이, 사악하게 변한다. 영중칙이 벽사검법을 수련하는 악불군에게 어찌하여 검법에서 엄청난 '음기'가 뿜어져 나오냐고 묻는다. (음=귀신, 사악, 여성) 어쩌면 이 벽사검법이라는 말과 그것을 수련한 자의 변화는 김용선생의 도가적 세계관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가에서는 정사(正邪)와 미추(美醜)의 구분이 부질 없다고 한다. 영호충과 악불군이 속한 화산파는 어떤 문파인가. 도교의 성지인 화산에 있는 도가적인 집단이다.(태산파 같이 도사들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장문인인 악불군은 끊임없이 정과 사를 구분하고, 영호충이 익힌 검종의 검법 또한 사악하다고 질책한다. (오른쪽 그림)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벽사검법을 익힌 자들이 오히려 사악해지는 것도 정과 사를 구분하여 삿된 것을 내치는 행위나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김용 선생의 도가적 세계관의 압축일지도 모른다.

    김용 선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소오강호 세계의 주인공인 영호충은 어떠한가. 그는 무려 1편에서부터 정과 사를 구분하는 것을 포기한다. 만나보니까 사악한 마교집단 사람도 나와 똑같이 사단칠정(四端七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의범절에 얽매이지도 않고 발길 닿는대로 강호를 유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영호충은 바로 김용선생의 도가적 세계관을 구현하는 매개체이다. (사매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은 뭐...)

    독고구검의 검법도 그 궤를 같이한다. 초식이 없는 것으로 초식이 있는 것을 이긴다는 독고구검의 검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무위를 지고지선이라고 여기는 노자의 철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렇듯 소오강호 세계의 최강자인 영호충과 최고검법인 독고구검은 모두 이런 도가적 세계관에 근저를 두고 있다.
    자신의 사숙인 풍청양 앞에서 같이 널부러져 있는 예의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영호충 ㅋㅋ

    그렇다면 마교, 사교라고 불리는 일월신교는 도대체 어떠한 종교인가?
    나도 이게 궁금하다. -_-; 도대체 이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정신머리를 가진 사람들인가? 세계종교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는 물론이요,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등등의 기타 종교들은 상당히 복잡한 교리를 가지고 세계를, 혹은 진리를 설명하기도 하거니와, 구원, 그리고 현생에서의 기복, 발복적인 측면까지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월신교는 인간의 목숨을 가볍게 여겨 기복적이거나 자신의 영달을 위하는 측면도 적고, 그렇다고 죽은 후에 영원한 생명이나 구원을 약속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찌하여 이렇게 교세가 강한지 모르겠다. 자기 몸 하나 지키기 어려운 힘든 세상살이에 무공고수인 교주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하여튼 일월신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소오강호를 보는 내내 너무 궁금했다. (일월신교를 의천도룡기의 명교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교는 몰라도, 배화교나 백련교는 일월신교적 특성과 전혀 무관하다고 본다.)




    4. 드라마 소오강호의 미덕

    드라마 소오강호2001는 탁트인 화면을 시청자에게 제시한다. 내부세트촬영이 거의 없이 자연풍

    광을 그대로 벗삼은 화면은 정말 무림강호에서 여러 문파와 고수들이 역동하는 분위기를 100% 전달한다. 인원동원은 어떠한가, 문파라고 해놓고 몇명만 으아아아아아~! 하면서 소리지르던 기존의 무협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특색있는 문파의 복장을 하고 펼치는 장면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장대한 무술장면과 담백한 CG야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고 (장예모 감독의 영웅, 연인,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수준의 무협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고전물을 찍기 위해 건설한 세트도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어놨다. 오른쪽 그림은 항산파의 사찰인데 자욱한 안개가 어우러져 대단히 아름답다.




    단 하나 옥의 티가 있다면, 설원을 꾸며놓은 세트장과 눈이 오는 장면. 순간 양조위 주연의 의천도룡기86을 보는 듯 했다. 오른쪽의 그림은 눈에 덮인 영호충인데 저 어설픈 크림과 특히나 눈동자에 묻은 크림이 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눈이 얼마나 아플까 하며 -_-, 그런데 저 크림을 뭐라하지 눈 대신 뿌리는 건데 -_-;)


    뭐 어쨌든, 소오강호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잘 지어놓은 세트로 시원스러운 화면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청성파의 변검술, 그리고 옷을 자주 갈아입어 주는 주인공들 덕분에 예쁜 옷과 머리장식을 볼 수 있는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게다가 그 화면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도 대단히 훌륭하다. 

    무협장면을 보여주는 바닥에서 훑어가는 카메라 워크는 박진감 넘치고, 정적인 부분에서 사선이나 공중에서 조감하는 화면도 아름답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화면전환 부분인데, 예를 들면 A커플이 이야기하는 동안 B커플이 천천히 화면 뒤에서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B커플로 화면이 전환된다.

    악영산과 이야기하는 임평지 뒤로 악불군과 영중칙이 산책하는 장면이 나옴으로써, 다음 상황으로 내용이 부드럽게 전환된다.

    또 하나 절대 빼먹어서는 안 되는 소오강호 드라마의 미덕은 바로 성우이다. 영호충의 성우는 이아붕이 보여준 영호충의 60-70%정도는 연기했다고 할 정도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아마 이 성우가 없었으면 이리도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영호충도 없었으리라 장담한다.

    마지막의 열린 엔딩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소오강호를 연주하고 죽은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유정풍과 곡양장로가 연주한 그 자리에서 영호충과 임영영은 또다시 정과 사의 화합을 이루면서 소오강호를 연주하는 것으로 끝나니 여운이 있는 연출력이다.



    소오강호의 음률은 아마도 창해일성소보다는 이 연주에 더 가까우리라.

    결론: 아주 잘 만들어진 무협드라마이다. (껄껄)


    1. http://zh.wikipedia.org/wiki/%E8%BE%9F%E9%82%AA%E5%8A%8D%E6%B3%95 [본문으로]
    2. http://zh.wikipedia.org/w/index.php?title=%E6%B8%A1%E5%85%83&variant=zh-tw [본문으로]
    3. http://zh.wikipedia.org/w/index.php?title=%E8%91%B5%E8%8A%B1%E5%AF%B6%E5%85%B8&variant=zh-tw [본문으로]
    4. http://blog.empas.com/jangtari/read.html?a=2730957 [본문으로]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