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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화와 명곡, 기쁨의 섬과 죽음의 섬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09. 4. 2. 20:41

    많은 예술가들은 인접 분야의 예술, 즉 문학, 미술, 음악에 영감을 받아 불후의 작품을 남기기도 한다. 문학작품이 음악으로 만들어진 예로는, 괴테의 '에그몬트'를 보고 감명 받아 만들어진 베토멘의 '에그몬트 서곡', 역시 괴테의 시 '마왕'을 음악화 한 슈베트르의 가곡 '마왕', '파우스트'의 영향을 받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등 셀 수 없고 (갑자기 쓰자니 괴테 작품 밖에 생각이 안 난다 ;;), 그 반대의 경우에도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토마스 만의 '트리스탄' 등이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림에 영감을 받은 음악, 그것도 '섬'을 다룬 두 작품이다. 첫번째는 프랑스의 화가 와토Watteau의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에 영감을 받은 드뷔시의 '기쁨의 섬'이고, 두번째는 뵈클린Böcklin의 '죽음의 섬'에 영감을 받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이다.


        기쁨의 섬  


    Watteau, L'embarquement pour Cythère,Musée du Louvre


    시테르 섬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와토의 그림에서도 보이듯이 사랑을 추구하는 연인들이 찾는 환상의 섬이라고 하는데, 이 그림에 영감을 받은 드뷔시는 우아하고 아름답고 환상적인 피아노곡 '기쁨의 섬'을 작곡했다. 개인적으로 이 피아노 곡 '기쁨의 섬'은 온갖 기교가 총망라 되어 있어서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느낌 때문에, 그리고 와토의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는 로코코 양식 특유의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움 때문에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Vladimir Horowitz가 연주하는Debussy의 L'isle joyeuse(isle of joy) (1904)




        죽음의 섬  

    18세기 와토의 작품이 신화적인 섬을 배경으로 한 에로틱함을 그려내고 있다면, 19세기 뵈클린의 '죽음의 섬'은 검은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적막한 바위 섬을 그려내고 있다. 바위 섬 앞의 뱃사공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에 흐르는 강의 사공인 카론을 그린 듯 하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듯한 죽음의 그림자를 뿜어내는 이 음산한 그림은 또한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에게 영감을 주었다.
    Basel version, 1880New York version, 1880
    세번째 버전, 1883다섯번째 버전, 1886

    네번째 버전은 2차세계대전 동안 폭격으로 불타없어져서 흑백 사진으로밖에 안 남아있다.

    라흐마니노프는 뵈클린의 그림을 1907년 파리의 전시회에서 보고 (흑백 버전으로 봤다고 전해진다) 물의 흐름, 죽음과 삶 가운데의 배회하는 모습 등을 묘사한 애수를 띄면서도 장중한 교향시 '죽음의 섬The Isle of the Dead'을 작곡했다. 

    Sergei Rachmaninov/Vladimir Jurowski/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그림이 주는 파멸적인 운명에 대한 공포 등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은 그림을, 그리고 신화를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본다. 이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은 아니지만 은근히 담겨 있는 애상함과 암울함은 역시나 명불허전. 대놓고 러시아 산. -_-;



    Rachmaninov 의 The Isle of the Dead, St. Petersburg Philharmonic Orchestra, 지휘자 Mariss Jansons





    속설에 의하면 라흐마니노프는 흑백판으로 뵈클린의 그림을 봤고, 후에 원본을 본 후에는, 아마 처음부터 원본을 봤다면 내 교향시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라흐마니노프가 영감을 얻은 뵈클린의 그림은 위 사진의 느낌이었을까.


    1888년 뵈클린은 생명의 섬도 그렸는데, 죽음의 섬이 주는 이미지에 더 끌리는 것은 왜일까




    사족 1. 글을 쓰기 전에는 할 말이 많았는데... 아메리칸 아이돌 리절트 쇼를 보면서 기분이 안 좋아져서...흐음

    사족 2. 처음에는 드뷔시의 바다 (La Mer)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문득 일본 작품에 영감을 받아서 작곡한 것에 배알이 꼴려서 내용을 급 수정했더니 허접스럽기 짝이 없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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