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카자흐스탄] 알마티
    여행/그리고 여러 나라 2012. 12. 5. 15:02

    이제는 갔다온 지도 오래 되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카자흐스탄에 대해 써볼까 한다. 


     

    처음에 내가 이 곳으로 가는 게 결정되었을 때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일종의 동경과 출장의 귀찮음이 범벅이 되어서 웃지도 울지도 못했었는데, 몸의 고통은 잘도 잊혀지는 지라 지금은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영어가 잘 통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부터 러시아어와 카자흐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실질적으로는 이 나라의 제1언어는 러시아어라고 한다) 카자흐스탄 사람을 통역으로 대동해야 했다. 그 친구는 동행을 잘못 만난 죄로 실크로드 역사 문화에 관심 많으나 아는 것은 없는 우매한 나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어찌되었건, 약 5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알마티는 이미 늦은 밤인지라 나는 이국의 정취를 느낄 여유도 없이 서둘러 호텔로 직행해야 했다. 숙소는 호텔 카자흐스탄(Hotel Kazakhstan)이라는 곳으로 5성급, 적어도 4성급을 표방하는 곳이지만, 번지르르하고 거대한 외관에 비해 내부시설은 많이 쳐봐야 3성급 수준이었다. (꼬졌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수준 -_-; 게다가 room rate도 엄청 비쌌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이 나라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워낙 고층이었고, 위치가 좋아서 방에서 보는 전망은 마음에 들었다. 


    (좌) 너른 평원을 누비던 기마족의 기상은 찾을 수 없는 좁디 좁은 방 (불행 중 행이라면 혼자 썼다는 것)

    (우) 방에서 보였던 경관. 멀리 Kok Tobe산과 알마티의 유명한 TV tower가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신생독립국이다. 당시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과 함께 독립하였는데 원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과 지리적 이점,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발판 삼아 이들 세 나라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 중에서 가장 경제가 발달한 국가이다. (여담이지만 이 국가들 이름 끝에 나오는 ~스탄은 무슨 민족의 땅이라는 뜻이란다.) 구소련의 일부였기에 러시아 사람도 인구의 1/4 정도 차지하고 있고, 나름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있어, 위구르족 출신의 총리가 나왔을 때는 반발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화합해서 잘 살고 있는 듯 싶었다.  






    카자흐스탄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인데, 그는 카자흐스탄의 초대대통령으로 20년이 넘게 권좌에 머무르고 있다. 개헌 등을 통해 초대대통령에 대해서는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도 철폐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우리나라의 초대대통령이 생각나는...), 그의 치세에 이뤄진 경제 성장으로 인해 엄청난 국민적 지지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부패와 언론, 야당 탄압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는 있다고 한다. 내가 독재가 우려되지 않냐고 물었지만, 통역하는 친구는 그가 워낙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어, 국민들은 연로한 대통령(73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할 정도이며, 차기 대권자로 그의 딸이 부상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역시 나랏님이 독재를 하건 말건 민생문제만 해결되면 백성들에게 사랑받나 보다.  

     


    카자흐스탄의 한국음식점은 어떨까 가봤는데 맛이 독특하면서 나쁘지는 않다. 가운데는 냉면이었는데(나 냉면 마니아) cold noodle이기는 하나 한국의 냉면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 내가 간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제1 도시이다. Almaty는 사과의 도시, 혹은 사과 아저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외곽 지역에 정말 많은 사과나무가 있었고, 사과도 맛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레스토랑도 많고, 카페 분위기 또한 서구적이었다. 신기한 것은 길에 택시가 하나도 없는데, 이곳에는 택시가 없고, 각자 자신의 자가용으로 택시 운행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디까지 가는데 얼마 줄테니 가자 뭐 이런 식...) 좀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말 안 통해서 힘들고...





    카자흐스탄은 육식을 주로 하는 나라이다. 이슬람이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러시아 사람도 많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고, 소, 말,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 좌측 하단에 있는 감자요리는 돼지기름에 볶은 것이었는데 정말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이번에 간 출장에서는 일적인 문제로 정말 많은 카자흐스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어머니들은 자식의 교육이나 안위에 극성이라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고, 사람들은 흥겨워서 저녁 행사에는 모두 술을 마시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모두 춤을 추며 논다고 한다(나는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에 도망쳐 나왔다).  짧은 기간 보며 느낀 것이지만,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나라라는 자부심도 있었다(상대적으로 가난한 우즈벡키스탄이나 키르기즈스탄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한다. 우리 눈에는 도토리키재기인데 이러는 거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나 중국 사람 무시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한국과 비슷한 정서도 많이 느껴졌고, 그래서 한류가 더 잘 먹히는 듯 싶었다. (의외로 한류가 대단했다. 나와 영어로는 말이 통하지 않았던 그들이 한국어로는 몇 마디라도 알아듣고 통하는 게 신기했다. 우리나라 드라마인 주몽이 그렇게 인기가 많아서 송일국이 국빈 대접을 받았을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 역사에 어떻게 공감이 갈까...하고 생각하다가 나 자신도 바람의 검심이나 베르사유의 장미를 재미있게 봤기에 이해가 갔다.


    마지막 날에는 비행기 시간까지 살짝 여유가 있어서 오후에 행사장을 빠져나가 친절한 카자흐스탄 청년의 안내를 받으며 도시 구경을 했다. 그래서 간 곳이 카자흐스탄 시장. 뭔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렬로 정돈된 가판에서 각 구역마다 똑같은 물품을 팔고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 찍다가, 그곳을 순찰하던 공안에게 사진기를 빼앗길 뻔 했다. 사진 촬영 금지라고. 원래 그냥 빼앗길 뻔 했던 것을 동행 중에 러시아 말이 가능한 사람이 있어서 처리해줬다. 뭔가 이 나라 특유의 경직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각종 과일이 정말 색색으로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고려인들도 많아서 김치나 김밥 잡채 같은 것을 파는 코너도 있다.  

    술안주라고 해서 몇 개 선물용으로 사왔는데, 맛이 옴마나...  우리 부서에 항상 칭찬만 하는 미국인이 있는데, 먹어보고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이 없다며, 이거 먹을 수 있는 거냐고 나를 구박했다... -_-;

    상온에 걸어놔도 워낙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하는 지라 그 날로 다 팔린다고 한다.  



    끝나고 Kok Tobe산으로 향했다. 내가 묵던 카자흐스탄 호텔 바로 옆쪽으로 Kok Tobe 타워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다. 이곳에서는 카자흐스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4월인데도 불구하고 햇빛에 잔뜩 달궈진 공기도 이곳에서는 시원한 바람으로 변했다.  




    이곳은 근교까지 나가지 않고서도 알마티 시내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공원이었다. 자그마하지만 나름 동물원도 있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듯 싶다. 특히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 (아마도 천산 산맥의 산줄기 중 하나일 것 같다)은 아무리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아서 한동안 그늘에 앉아 카자흐스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을 음미했다. 


    카자흐스탄은 관광비자가 없어서 초대장이 있어야지만 입국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출장 덕분에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듯 싶다. 마지막 날 두통이 너무 심해서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덕분에 카자흐스탄 두통약도 복용 ㅋㅋ) 훗날에 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또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이번에는 방도 혼자 쓰고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려다가 비자 문제 등으로 포기했지만 다음에는 한 번 모시고 가야겠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