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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일랜드] 더블린 上
    여행/그리고 여러 나라 2013. 1. 16. 21:44

    도대체 방문기를 해가 바뀌었는데도 쓰는 심보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궁금하지만, 어찌되었건 9월 말에 갔다온 이곳에 대해 기록이라도 남기려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러고보면 이번이 내 첫 유럽행인데, 일하러 가는 것이라니 살짝 섭섭하기도.




    항상 혼자서 출장 갔었는데, 이번에는 동료가 함께 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친구라서 일주일동안 일도 영어로 해야하고, 호텔방에서도 영어로 살아야 하다니 단기 어학연수 하는 기분이랄까. 

    길고긴 비행 끝에 런던을 거쳐 더블린에 도착. 마침, 런던장애인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터였다. 아일랜드는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개선장군을 맞이하려는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공항이 붐볐었다. 



    공항에서 더블린에 위치한 호텔까지는 택시로 20-30분 걸리는데 약 50유로 정도가 들었다. (친절한 택시기사는 오히려 그곳까지 가는 저렴한 버스가 있다고 알려줬으나 우리가 무시 -_-; ) 호텔은 일터가 될 The Convention Center Dublin(The CCD) 근처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Samuel Beckett Bridge and Dublin National Convention Centre
    Samuel Beckett Bridge and Dublin National Convention Centre by leppr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컨벤션센터는 Liffey 강을 마주보고 있어서 전경이 정말 아름다웠고, 건축 자체만으로도 눈에 띄었다. 특히 그 앞에 있는 Samuel Beckett 다리까지 잘 어우러져서, 사람들은 행사 중간에도 밖으로 나와 더블린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시시각각 변할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구경하고는 했다. 


    센터 안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





    워낙 날씨가 변덕을 부리다 보니 더블린에 묵는 며칠 동안에도 무지개를 서너번은 본 것 같다.

    호텔이 마침 Liffey 강 건너 맞은 편이라서 출퇴근을 이 다리를 건너서 했다. 한강같이 넓은 강이 있는 곳에서 사는 서울 시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운치였다. 


    하루의 일이 끝나면 각자 녹초가 되는데도, 내가 유럽 초행이라는 사실에 동료는 나에게 유럽 분위기를 느끼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듯 했다. 유럽 분위기를 만끽하게 하고 싶었는지, 혹은 본인이 놀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밤마다 나를 pub에 데려갔다. (무지 피곤했다. ㅋㅋ) 


    더블린에는 Temple Bar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문화와 유흥의 중심지가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Pub, 그리고 각종 전시관이 넘쳐나는 이곳에는 Trinity College의 대학가 풍경까지 겹쳐서 밤늦게까지 불야성이었다. EU 유로화 붕괴 위기, 특히 그 주범이라 불리는 PIIGS의 하나인 아일랜드이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아주 흥겨웠다.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Pub에서 흑맥주를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 있는 그들은 유쾌해 보였고, 나도 그 분위기에 흠뻑 취했었다. (정말 매일같이 기네스를 마셨다. 나으 간~)




    이 지역은 중세풍의 자갈로 깐 길이다. 먼지가 나지 않고, 배수도 용이하며, 말이 달릴 때의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중세시대에는 길에 자갈을 깔았다고 한다. 게다가 마차 등이 다닐 때 엄청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보행자가 피할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는데, 마차가 다니지 않는 요즘 세상에 구두를 신고 이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의 고통은 말도 못한다.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보니, 이 자갈 길 위에 담요를 덮고 자전거로 이 담요 위만 넘어지지 않고 통과하면 돈을 주는 봉이 김선달 같은 작자가 있었다. 핸들이 자전거랑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손을 교차해서 잡아야 하는 등의 패널티가 있어서 그런지 호기롭게 도전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실패해서 아까운 참가비만 날리고 있었다. 자갈 길을 이용한 손쉬운 돈벌이라 하겠다. 




    돌아다니다가 피곤에 지쳐 들른 케익 집. 정말 말도 못하게 맛있었다. 마침 케익 집 바깥으로 마차가 지나가길래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을 다리 바로 앞에 있는 Munchies에서 했다. 아직도 그 맛이 그립다. 같이 간 친구도 그곳이 자꾸 생각난다고 하더라. 오른쪽 사진은 관광 중에 들렀던 Pub에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아일랜드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왜 19세기 감자마름병으로 인한 아일랜드 대기근 동안 수백만의 사람이 굶어 죽고,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아메리카로 이주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감자를 주식으로 하며 감자 사랑에 빠져있는 아일랜드 사람을 보다보니, 그간 역사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절로 체득이 되더라. 개인적으로 아일랜드 음식은 입에 참 잘 맞았다. 매번 하나 먹이고는 내 입맛에 맞나 안 맞나 눈치를 보던 동료가 기억 난다. ㅎㅎ (옛날에는 음식을 많이 가렸는데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건 참 잘 먹는다...-_-; 이젠 중국 음식도 입에 맞을 것 같아......)  



    옆에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ㅠ.ㅠ) 더블린의 상징이라고 하는 The Spear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거대한 창 하나 세워두고 상징이라 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을 표현하려고 한 터일까. 


    사실 이 창이 있는 Liffey 강 북쪽에는 거의 갈 일이 없었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Pub이 있어서 들르게 되었다. 이름이 김치pub이었는데 김치찌개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잔뜩 넣은 맛이 놀라웠다. 이 길에 아일랜드의 요정인 레프리콘 (Leprechaun) 박물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  


    원래는 더블린에 가기 전에, 영화 <Once>도 보려했고,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나, 예이츠, 사무엘 베켓 작품도 읽으려고 했건만... 아니면 돌아와서라도 보고 했건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게으른 영혼에 대한 질책 해봤자 자존감이나 떨어질 것 같으니. 다른 곳 얘기나 해야겠으니 그곳은 바로 Irish Museum of Modern Art이다.


    이 박물관이랄까 미술관에 가려면 Tram을 타야 하는데, 컨벤션 센터 근처에 역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꽃기차 트램을 예상했다가 너무나 현대적인 탈 것이 나타나 좀 실망. 안 어울려 안 어울린다고!


    표는 그냥 자판기에서 뽑았는데, 검표를 안 한다. 왕복표를 샀는데 돌아올 때는 걸어와서 Temple Bar에 있는 파티에 참석해서 술 마시고 놀았다. 


    The Irish Museum of Modern Art is housed in the Royal Hospital Kilmainham
    The Irish Museum of Modern Art is housed in the Royal Hospital Kilmainham by infomatique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Irish Museum of Modern Art에는 거의 땅거미가 질 때쯤 들어섰는데 눈 아래로 어둑어둑하고 무서운 정원이 눈에 보였다. 내가 저게 뭐지? 하고 물으니 메이즈라고 답한다. 나는 Maize(옥수수)라고 착각해서, corn field(옥수수밭)이냐고 물으니, Labyrinth(미로)라고 한다. 그제서야 Maze였구나...했다. -_- 내가 Maze도 한번도 못 가본 유럽초짜임을 불쌍히 여긴(혹은 장난끼 넘치는) 동료는 행사가 끝나고 완전 밤에 미로로 날 데리고 갔는데. 밤에 들어가니 가뜩이나 길치인데다, 어두워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진짜 무서웠다. ㅠ.ㅠ 고육지책이었던 것인가. 그 친구도 무서웠었나 보다. 캬캬캬





    이곳은 원래 병원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다. 공사중인지라 작품은 거의 못 봤고, 조소와 초상화만 몇 개 볼 수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거대한 안뜰이 펼쳐졌다. 



    Royal Hospital Kilmainham - Inside The Chapel

    Royal Hospital Kilmainham - Inside The Chapel by infomatique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박물관 안에는 이 채플도 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나와 내 친구는 신성한 채플 안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온갖 포즈를 지으며 술을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