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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_피곤함이라는 상태와 그 원인
    What am I doing? 2024. 11. 10. 23:10

    1. 주말에는 완벽한 휴식을

    의미가 별로 없음에도 꽤나 집착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주말에 두문불출하는 완벽한 휴식이다. 

    말이 휴식이지 집에서 하겠다고 계획한 것은 굉장히 많다. 주로 정리정돈, 밀린 공부, 독서, 악기연습 등이 그것이다. 실상은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런 완벽한 휴식이 확보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심지어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지금 9월부터 단 한 번도 주말을 온전히 쉬지 못했는데, 주말마다 과외 학생이 집 앞으로 찾아오고,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N잡러로 활동하기 위해 주말을 일터에 바치고, 공연을 보거나 가족 모임 등이 계속되어서다. 참 별 거 아닌데도 오로지 쉬겠다는 열망만 커져가고, 그 스트레스로 방을 어지럽히고 치우지 않는다. 결국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 치우기는 하지만. 이 쓸데없는 집착이 없어져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네. 친구들도 모두 주말에 만나자고 하는데

    2. 나를 감동시킨 학생

    요즘 집 앞으로 찾아오는 과외 학생은 두 명이다. 두 학생의 지도교수는 내 지인으로, 처음에는 이 둘의 한국어 과외를 부탁받았는데, 이들이 각기 석사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윤문을 도와주고 있다. 둘 다 학위과정이 시작되면서부터 맡기 시작해서 이제 곧 과정을 매조지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어찌 보면 이들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사람으로서 특히 박사과정 친구의 발전은 날 감동시킨다. 이 친구는 원래 음악 실기로 석사를 딴 친구인데 한국에 박사과정으로 오면서 음악이론으로 전향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론도 약하고, 한국어도 부족한지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이 친구를 보면서 과연 박사논문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 학기 쓰는 보고서의 수준은 석사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일천한 철학 기반과 단조로운 음악 분석과 해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정말 진지했고 노력했다. 지인인 지도교수는 이 학생이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진지함과 노력 때문에 너무 예쁜 학생이라고 칭찬하였고 나도 동의는 했지만 능력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박사 논문의 수준은 궤도에 올랐다. 박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엉덩이로 하는 말이 있는데, 이 학생이 이 말의 의인화이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어도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굉장히 어려운 철학 내용도 이해한다. 나는 사람이 이렇게 단시간에 깊어지고 성장할 수 있는가 놀랐다. 만날 때마다 괄목상대이다. 

    요즘 논문 심사 중인데 지도교수가 내게 그 친구 논문 문장이 좋다며 그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나는 오히려 이 친구를 보며 진지함의 위력을 느꼈고, 이런 친구를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이다.

    물론 오늘도 이 친구는 내가 논문을 고쳐주자 심사 받을 때 디펜스를 내가 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ㅎㅎㅎ

    이제 얼마 안 남은 심사인데 내가 애정을 가득담아 그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얼마 안 남았소. 왕박사 찌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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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