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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백두산] 자유여행(`25.6.20.~`25.6.23) ② 서파
    여행/중국 2025. 8. 19. 13:40

    아침잠이 없는 엄마 덕분에 나도 덩달아 같이 일어났다. 호텔 조식은 7시부터인데 일정상 조식 시간이 될지 몰라 예약할 때 조식을 신청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돈을 내고 식권을 샀다. 나는 평소 아침을 먹지 않지만, 엄마를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식사.

    조식은 평범에서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7시 45분, 약속한 대로 어제의 그 기사님(장 선생님)과 함께 서파로 출발했다. 원래 이도백하에서 서파까지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데 도로 공사로 거의 2시간이 소요되었다. 가는 길에 백두산 기슭의 몇몇 큰 마을들도 지나고 시장거리도 보고.

    차 안에서 나는 보통 기사님과 말을 섞지 않는 편이고, 특히나 중국어 대화라 더더욱 피하고 싶었는데, 기사님이 말도 못 하게 졸려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운을 떼었다. 오늘 천지가 보이겠냐, 한국 사람이 이 호텔에 오긴 하냐(없다고 함), 당신은 어디에서 우릴 기다릴 거냐, 여기 길은 왜 이렇게 막히냐 등등. 몇 마디 주고받으니 기사님도 졸음이 깬 듯하여 나는 살기 위한 대화를 그쯤에서 멈추었다. 

    9시 40분쯤 서파 산문에 도착했다. 10~11시 입장권으로 예약하였지만 문제없이 통과했다. 백두산까지 다른 사람들 앞에는 큰 버스가 섰는데, 우리 앞에 선 건 마을버스만한 크기의 버스. 그 버스를 1시간 정도 타고 달리다 환승센터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탔다.

    차 안에서는 쉴새 없이 백두산의 역사, 생태, 경관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온다. 다음날 탔던 북파에서도 역시나 같은 내용.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어떤 건물 앞에 내렸다. 사람들이 입구쪽에 서있길래 나도 뒤에 섰는데, 줄에 서있던 여성이 누가봐도 관광객인 나와 엄마를 보더니 화장실을 찾냐고 묻는다. 그래서 아니라고 백두산 올라가려고 한다니 앞으로 더 가라 한다. 그래서 이상하네 하면서 지나쳐보니 우리가 줄 서 있던 곳은 职工餐厅, 즉 직원식당이었다. 직원들이 밥 먹으려고 선 줄에 같이 선 것. 

    거기에서 또 마을버스 크기의 귀여운 버스를 타고 30~40분 달리자 수목한계선을 넘어섰다. 노란 만병초가 가득하니 엄마는 계속 “꽃 좀 보라”고 하고 꽃에 관심 없는 나는 그저 "어어..." 정도로 대꾸하고. 

    옆에 가마가 보인다

    드디어 천지로 올라가는 계단이 시작되었다. 100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차는데 아마도 산소 부족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엄마에게 계속 무리하지 말고 가마 타자고 했는데, 엄마는 완강히 거부. 결국 등산 스틱 두 개에 의지해서 1,400 계단을 다 올랐다.

    *가마 가격은 상행 400위안, 상행 절반 300위안, 하행 300위안, 하행 절반 150위안. 가마는 꽤 많고, 누가 가마를 운행하는지 사진과 이름도 붙어있다.

    천 계단 정도 올라갈 때 쯤, 앞은 구름이 자욱하지만 뒤에서부터 구름이 걷히길래 올라가면 천지를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2/3에 도착했다며 힘내라는 푯말
    해발 2420미터
    1314계단의 돌. 1314의 중국어 발음이 일생일세와 비슷하다.

    그러나 약 40분도 넘게 걸려서 천지에 다다르니 구름이 가득하다. 어떤 이들은 장기전을 각오했는지 자리를 펴고 앉기도 한다. 어떤 패키지 팀 여성들은 소집 시간 때문에 내려갔다가 내려가면서 보니 구름이 걷혀서 다시 올라왔다고 하기도. 하지만 역시나 흐릿한 상황은 계속되고.

    흐릿한 안개를 마주하니 비문증으로 어지럽다. 엄마는 올챙이가 보인다 하고, 나는 지렁이를 얘기하고.

    나는 어제 메이룽에서 산 과자를 와작와작 먹었다. 옷을 얇게 입어서 정말 춥다. 손이 시리고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 

    그러다가 다시금 천지가 보일 듯 구름이 걷히자 거기있던 사람들이 다들 구름 꺼지라는 둥, 열려라는 둥 소리 지르고 난리이다. 그때만은 민족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 한뜻. 하지만 속살을 잠시 보여주는 듯하였지만 결국 구름은 요지부동.

    착한 사람 눈에는 보입니다. 천지.

    너무나도 춥고, 귀는 얼어붙고, 바람은 세고, 손끝이 저려서 핸드폰 꺼낼 기운이 없었다. 아직 체력이 남은 듯한 엄마에게 이제 내려가자고 해서 거의 1시간 반을 기다린 후 하산.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데 바람도 더 거세지고 밑은 아예 흐려서 오늘은 어차피 어차피 틀렸겠구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올 때도 다시금 엄마에게 가마를 권했지만, 엄마는 등산스틱 두 개에 의지해서 천천히 내려오셨다. 본인의 체력, 혹은 정신력에 스스로도 굉장히 만족한 듯한 눈빛. 

    하산 후 버스를 타는데 여전히 손끝이 저리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추워서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데 뭔가 혈행장애가 이런 느낌일까 싶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그 직원식당 있는 곳에 식당이 있길래 늦은 점심으로 완탕을 시켜 먹었다. 엄마는 이 집이 맛집이라며 따뜻한 국물을 잘 드신다. 난 김가루 같은 게 국물에 풀어져 있어서 약간 힘들어하고.

    따뜻한 완탕 한 사발

    왕지를 갈까 했으나 이미 꽤 늦었고 산문에 도착하니 4시 20분. 우리를 기다리던 기사님은 천지를 봤냐며, 북파는 12시 정도에 천지를 막았을 정도로 날씨가 안 좋았다고. 그래서 아주 살짝 봤지만, 끝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대답했다. 

    다시 2시간 정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내가 돈을 주겠다고 하니 기사님이 어차피 호텔에 투숙하는데 돈은 안 급하다고 천천히 달란다. 그래서 내가 외국인은 웨이신 송금이 안 된다고 하니 갑자기 기사님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내가 현금을 주려고 한다며 500위안을 건네니 자기에게는 거스름돈이 없다고 손사래이다. 내가 나머지는 50위안은 팁이라고, 어제오늘 고마웠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면서 내일 북파 갈 때도 전화하라고 아침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ㅎㅎ 뭐랄까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뚱베이 야멀(동북 아재) 그 자체이다.(북파 ↔ 서파 왕복 차량 기사 렌트 450위안 + 50위안 팁)

    방에 와서 잠시 채비를 갖춘 후 다시 운정시장으로 향하였다. 여기저기 시장 구경을 다하고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기에  꽤 허기가 진다. 뭘 먹을까 하다가 미리 봐놨던 동북요릿집에 들어갔다.

    안에 음식점들이 있는데, 내가 힘들어 하는 중국 소세지 냄새가 다 이긴다.
    백두산을 묘사한 시구절인 듯
    어제 갔던 조선족료리
    대충 선녀

    밥 하나에 숙주나물과 지삼선을 시켜 먹었다. 옆에 앉은 중국인들은 식사하면서 줄담배. 이건 어쩔 수 없다. 음식은 맛있고, 이 동네 식당들이 다 그렇듯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식당 안에 파리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가격도 저렴해서 저렇게 먹고 나니 51위안이 나왔다. 내가 현금으로 100위안을 주니 50위안을 거슬러 줌. 1위안 이득.

    교자가 유명하다는데
    지삼선과 숙주나물을 먹었지

    집에 오는 길에 과일좌판이 열린 걸 엄마가 귀신같이 알아보셨다. 블루베리가 있는데 상자에 담긴 게 굉장히 저렴한데 양이 너무 적다. 엄마가 고민하니 상인이 그러면 이 블루베리를 먹어보란다. 엄마가 드시더니 "어머 싱싱해"라고 한국말로 말하는데, 상인들이  "신시엔더, 신시엔더(신선하다, 싱싱하다)"라고 중국어로 맞장구를 쳐서 둘이 말이 통하나 싶었다. 1근에 35위안. 내가 1근 너무 많다고 반근만 달라고 했으나 뭔가 막무가내. 알아서 주겠단다. 엄마는 덤을 달라고 하니, 중국 상인이 제스처로 알아들었는지 '덤, 덤' 하면서 더 담아준다. 뭔가 시장 상인들과 엄마가 소통을 기가 막히게 하고 돈은 내가 내니 이것이 해피엔딩.

    싱싱

    호텔로 와서 어제 사놓은 맥주와 꿔바로우와 블루베리까지 거하게 먹고 경극 보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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