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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샌들, 그리고 영화 섹스 앤더 시티
    오덕기(五德記)/美 2008. 6. 13. 05:42

    우체국에 일이 있어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학교 우체국으로 가야했다.  짧은 거리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굽높이 7cm의 뾰족한 샌들을 신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데, 아뿔싸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발바닥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찌어찌 택배를 보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에는 오직 하나의 화두 -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갈 것인가 체면을 생각해서 끝까지 신발을 끌고 갈 것인가.

    육체적으로는 두 발로 서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몸부림 치듯 기고 있었다. 고통으로 꿈틀꿈틀 거리는 온 몸을 가도 가도 황톳길을 외우며 정신력으로 누르던 찰나, 문득 어제 본 영화가 생각났다. 바로 Sex and the City.

    나는 솔직히 그녀들이 신고 나오는 신발이 어느 상표인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지만, 주인공인 캐리가 엄청나게 높고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다. 심지어 집에서 파자마 차림에 신었던 슬리퍼도 높고 뾰족하였으니 말 다했다. 그 여인네는 뾰족한 신발을 마치 자신의 몸처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발을 혹사 시켰을까. 그녀는 분명 굳은 살과 물집에 고생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화에 대해 짧게나마 평을 해보자면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한 시즌을 요약해서 2시간 짜리 스크린에 옮긴 것 같다고 말하면 대강 정확한 표현이리라.  굳이 이걸 대형 스크린에서 봐야하나 할 정도로 풍경이 화려하지도, 등장 인물들의 인물이 출중하지도, 스토리 라인이 촘촘하지도 않았으며, 사운드나 배경 음악도 평범하였다. 나같이 섹스 앤더 시티 드라마를 좋아해서 전 시즌을 쭈그리고 앉아서 본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해피엔딩 이후의 쭈글쭈글한 이야기라고 할까나...

    심지어 펀치라인 조차 드라마의 그것에 비해 진부했다. 뭐 내가 잘 못 알아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쩝.
    (더 심각하게, 야하지도 않았다!!! ㅋㅋ 난 중간에 혹시 내가 삭제판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ㅋ)

    평을 쓰다보니 악평만 주르르르 풀어 댔지만, 결론적으로 재미는 있었다. 섹스 앤더 시티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봐둬도 괜찮으리라. 적어도 그녀들의 우정은 견고하니까. 특히나 샬롯이 캐리를 껴안으며 분노로 터질듯한 얼굴로 NO!라고 외치는 장면은 날 울컥하게 했다. 그녀들의 우정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인간 관계이기 때문에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른다. 세상에 정말 자존심의 한꺼풀 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런 관계가 존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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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옷을 입은 캐리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쳐웃었다. 저 커다란 꽃이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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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나 옷들이 화려하신지... 이 도서관 앞을 지나가기만 했는데 한번 들어가 볼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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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유쾌했던 장면


    사족 1. 발바닥이 퉁퉁 붓고, 물집이 심하게 잡혔다. 지금 집에서 발뒤꿈치로 걷고 있다. 난 정말 20분도 안 걸었는데...정말 저런 신발도 신어본 사람이 신는다. 흑
    사족 2. 사실 아이언 맨을 보고 싶었으나, 이미 영화관에서는 내린 듯?
    사족 3. 캐리가 어시스턴트한테 준 구찌였나, 아니 루이비똥 가방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흉측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
    사족 4. 친구들은 네 명이 뭉쳐다니는게 최고이다. 적절하지 않은 예이지만 이슬람의 일부다처제에 대해 네명까지의 아내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한 명은 외롭고, 두 명은 질투하며, 세 명은 한 사람이 따가 되니 네 명이 적당하다고 하더라. 비슷한 이유로 친구들끼리도 두 명은 단촐하고, 세 명은 한 명이 외롭고, 네 명은 짝이 잘 맞더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