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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잃었다What am I doing? 2024. 11. 23. 20:47
1. 잃었다(1)피아노 치는 방법을. 매일 해금을 하다 보니 다른 악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다.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악보까지 새로 구해놨는데 막상 치려니 어렵다. 몇 십 년을 쳐놓고도 몇 달 손 놨다가 이렇게 깜깜해지다니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더불어 기타 치는 능력도 잃었다. 2. 잃었다(2)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최근 무슨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고 하면서 코드 짠 것을 보여주는데, 파이썬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한 때 꾸준히 했는데. 파이썬은 물론이고, 모스부호에, 러시아어, 아랍어, 라틴어 같이 기초만 깔짝 거린 것들은 다 잊었다. 오래 할 거 아니면 아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3. 잃었다(3)꾀꼬리 같은 목소리. 8월, 기침감기에 걸렸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은 상태로 한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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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어떤 근면함What am I doing? 2024. 11. 22. 22:50
1.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뭇사람들은 실제로 모나리자를 보면 굉장히 실망한다고 한다. 그 위명에 비해 엄청난 인파를 헤치고 보면 굉장히 작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나리자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와는 반대로 책에서 봤을 때는 그냥 저 사조 이러면서 별 느낌이 없다가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란 그림이 있다. 피사로였나, 쇠라였나, 시냑이었나. 아마 쇠라일 것이다. art institute of chiago일 것 같으니. 하여튼 어떤 미술관에 갔는데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점들의 향연을 보고 기함을 했다. 뭔가 예술성, 혹은 그 안에 담긴 미학적 함의를 차치하고서도 대단한 근면성이 느껴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점묘화의 대표주자 쇠라는 요절했다고 들었는데 그 크기를 보니 작품활동이 그의 생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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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신미술관] 타나미 케이치(田名網敬一) 전시회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4. 11. 21. 21:41
도쿄에 사는 베프를 방문했다. 나의 지독한 무계획에 친구는 불안해했고, 친구의 불안함에 떠밀려 결정한 곳은 국립신미술관이었다.어떤 전시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현대카드 혜택이 국립신미술관 입장권을 무료로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드를 챙겨갔는데, 그런 것은 필요 없고 앱카드로 인증을 하면 되었다. 티켓이 2천엔(약 18000원) 정도였는데 돈 내고 봤어도 아깝지 않을 어마어마한 전시회였다. 국립서양미술관 표도 무료로 제공했는데 여기에서도 꽤 재미있는 전시 중이라 못 간 것이 후회되었고.표를 받은 후 친구와 나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화려한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회명은 '타나미 케이치: 기억의 모험'이었다. 둘 다 누군지 모르는 작가였는데, 전시관에 입장하자마자 압도되었다. 시작은 미디어아트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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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1~4.1) 1박 2일 파주 with 베프 (1)여행/우리나라 2024. 11. 20. 22:51
원래는 이런 친구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본인이 이번에 한국에 가면 서울 시내에서만 만나지 말고 근교로 나가자는 거다. 파주 정도가 어떻냐며.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파주 지지향에서 일박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파주에서 인기 있는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몇 군데 가르쳐준다. 죄다 디저트 카페나 도너츠 집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기들도 데려가라는 말과 함께. 난 아직 풍광이 좋은 곳에 위치하거나, 인테리어가 독특한 카페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아직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후에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친구를 뫼시러 달렸다. 우리 집에서 친구네 집까지 40분이면 도착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오후 4시 강남지역은 교통 체증이 엄청났다. 9호선 라인을 따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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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학문 쪽 연습생 대방출What am I doing? 2024. 11. 19. 23:34
1. 지남거(指南車)예전에 중국의 과학기술을 공부하다가 지남거라는 수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레 위에 인형이 있는데 그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다. 자석의 힘이 아니라 기어 등의 장치로 항상 남쪽을 가리키도록 고안하였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교수는 자기는 대충 보면 원리를 잘 파악하는 편인데 이 지남거의 원리는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도 그런 종류이다.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으니 정통하지는 못하지만, 기계의 작동 원리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파악이 가능하다. 디지털 디바이스들도 그런 식이다. 대충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다. 문제가 생기면 대충 두들겨 보고, 그렇게 대충 또 해결되면 그대로 잊어버리고 다시 하라 그러면 헤맨다. 솔직히 지남거도 대충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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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폐차 처리What am I doing? 2024. 11. 18. 11:03
얼마 전 운전을 하는데 차에서 누가 들어도 나 맛 갔소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워낙 오래 끈 차라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온 건가 싶었다. 결국 오늘 폐차처리를 했다고 한다. 2006년에 신차로 구입했으니 근 20년을 끌고 다녔다. 물론 중간에 미국 유학 시절에 새 차를 샀었긴 했지만. ㅎㅎ그런데 막상 자동차를 바꾸려니 부담이 크다. 워낙 차에 관심이 없는데, 선택지는 많고, 들어가는 돈은 또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사실 이런 종류가 집인데, 나는 부동산의 사적 소유를 꺼리는 편인지라 집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들이 알아보신 후에 계약하라며 성화를 하셔서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계약서 쓰고 입금만 했다. 그런데 자동차를 알아보는 것까지 연로하신 부모님께 기댈 수는 없으니 결국 주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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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당나라 추리물 <당조궤사록>(唐朝诡事录) 2022오덕기(五德記)/中 2024. 11. 17. 17:06
을 본 후 이번에는 친구가 추천한 시청. 우리나라 말로 하면 당나라의 괴이한 사건 기록.정작, 이 드라마를 추천한 친구는 자신이 봤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해서 카톡 대화록을 증거로 제시해야 했던 불운의 드라마. 나는 적인걸을 중심으로 한 추리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적인걸의 제자. 중국은 명신을 탐정으로 만드는데 재미가 들렸는데 쉽게 말하면 황희 정승의 탐정화. 적인걸 단물까지 쏙 빼먹고, 진부하다고 생각하니 데리고 나온 것이 적인걸 제자인가라는 의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의구심 가득한 시선으로 시작했지만, 드라마는 볼만했고, 캐릭터는 정이 가지 않았다. 스토리로 밀고 나가야하는 드라마랄까.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데, 당나라 장안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홍차와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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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연습생 대방출What am I doing? 2024. 11. 16. 21:43
1. 어제도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내가 냄새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친구는 내게 pee 경보기라고 한다. 유럽 거리를 지나다 보면 노상방뇨가 꽤 많은데, 내가 먼저 이잉 찌린내 하고 뿌앵 울면, 그제야 친구도 그 냄새를 맡았다면서 말이다. 가끔은 나처럼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데, 오랜만에 신나서 냄새 맡은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공감받는 것에 실패하곤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김치에서 나는 김치통의 플라스틱 뚜껑 냄새에 민감하다. 오이소박이김치나 총각김치 등에서 그 그릇 벽면에 닿은 냄새를 맡으면 나는 또 슬피 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말이 뭔지 모르겠다며 이 시점에서 손절을 하곤 한다. 가끔은 음식에서 플라스틱 녹은 냄새를 맡곤 하는데, 이것도 공감을 못 받는다. 파래 냄새는 파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