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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여화余華)의 에세이를 읽다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13. 14:07
약 한 두 달 전, 음악에 관한 책들을 찾으며 전자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위화의 음악에 관한 수필집과 마주쳤다. 현대 중국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이 사람의 를 풍문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의 음악에 관한 수필을 읽다가 그냥 원문으로 읽어볼까 하고 전집을 구했는데 목차에서 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영화 인가 하며 내용을 살펴보니 맞다. 수업 시간에 억지로 봤던 영화인데 꽤 인상이 깊었다. 사람이 이토록 힘든 삶을 놓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다만 견뎌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약간 중국판 같기도 하였고. 인생이라는 우리나라 제목보다 '살아가기'라는 원제가 더 마음 아프게 와닿았던 이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위화였다. 전집의 목차를 보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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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다 일주일에 한 번 보니(feat.조카바보)通古今之變/斅學半 2022. 5. 12. 11:42
1. 유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이 머리통을 뒤덮고 있는 굴욕 없는 형상으로 태어났다. 태어나기는 동자승 모양을 하고 태어나서, 대접받기는 소황제처럼 대접받았건만 꿈은 공주가 되는 거란다. 유나의 어린이집 친구들은 이미 네 살 때부터 겨울왕국 광풍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유나는 여섯 살이 되어서야 프로즌을 봤다. 꽤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미니마우스가 더 마음에 드는지 다 헤진 미니마우스 내복을 마르고 닳도록 입는다. 2. 개의 제2의 심장이 꼬리라면, 아기의 제2의 심장은 다리인 것 같다. 아기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울 때도 웃길 때도 반가울 때도 화가 날 때도. 어쩌면 인류가 바다에 있을 때 저렇게 다리를 버둥거리며 수영을 했던 것은 아닐까 괜히 인간에게서 진화의 한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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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양사 청아집>오덕기(五德記)/中 2022. 5. 11. 15:14
중국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일본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1년 하고도 몇 개월 전에 본 것을 메모장 정리하려고 털어본다.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축한 헤이안 시기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이 '음양사'라는 일종의 주술사 기질의 장르(혹은 캐릭터)가 일본이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나보다. 오카노 레이코의 절판된 만화책 일부를 분실하여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나였기에 이 인기가 굉장히 신기했다(절판된 책이나 재출간 해주세요). 넷플릭스에 이 풀렸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노무라 만사이가 분한 의 리메이크인가 했다. 알고 보니 헛다리. 음양사 청아집이라, 세이마사 편이랄까. 즉 아베노 세이메이(청명晴明)의 청晴,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박아博雅)의 아雅를 합쳐 세이마사. 물론 청아라는 이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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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손에 못이 박이다What am I doing? 2022. 5. 10. 11:46
독서모임에서 위화의 초반 두 챕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의 한국판 서문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천안문 6.4 항쟁을 에둘러서 5월 35일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소설이라는 허구적 양식을 빌리면 출판 가능하지만, 논픽션이면 금서로 지정되는 작금의 상황을 사뭇 부드럽게 비판한다. 마침 모임 친구가 전자의 예로 출판되었던 를 읽었다며 소개해주었다. 문화대혁명의 격동 속에서 살아가는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와중에 선량한 선생이 단지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살해되기까지의 군종심리와 그 사이에 요동치는 개인의 자각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문득 내 귀를 끄는 말이 있었다. 지식인과 노동자를 식별하는 방법은 손톱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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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 재탕하다가What am I doing? 2022. 5. 7. 12:54
약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중드는 한번 들어가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달리게 하는 마약 같은 맛이 있다. 미드는 약간 생활 같다. 그냥 부담 없이 켜놓는다. , , 그리고 요즘은 를 그냥 생활처럼 켜 둔다. 가끔 진득하니 자리 잡고 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저 배경음악처럼 떠들게 내버려 둔다. 일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 본다. 유일하게 부담없이 보는 것이 . 일본은 드라마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이다. 재탕에 삼탕에 사골 국 마냥 우려먹는 것이 있으니 , , 이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본 작품은 한번 보면 끝이다. 중드기의 도래와 함께 일드와 아니메가 버림 받고 덩달아 일본어가 홀시된 지 꽤 오래이다. 그래서 중드도 약간 쉬어가는 타임이고, 일본어 시동이나 걸 겸 작년 초에 재밌게 봤던 을 꺼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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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What am I doing? 2022. 5. 5. 22:57
1. 요즘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닌다. 일생을 게으르게 살다가 가끔 삘 받으면 일 치고, 그러다가 지치면 맥이 풀린 듯 깊은 동굴에 웅크리고 누워 가일층 게을러진다. 손 씻다가 나는 과연 게으른가 부지런한가로 고민했는데,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게으르고 게으른 사람보다는 부지런하다는 일말의 통찰력도 없는 답을 매번 도출하곤 한다. 이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2. 친구의 압박으로 허벅지 운동을 시작했다. 역시 인간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을 단련하니 기분이 좋긴한데 하루에 운동은 한 가지만 한다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철칙이 있어 자세교정 요가를 안 했더니 다시금 거북목의 압박. 다른 친구는 그럼 허벅지 튼튼한 거북이가 되었겠다며 반색. 3. 조카를 제외하고 요즘 내 덕질의 대상이라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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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2. 11:52
을 약 4주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내가 독서모임에 함께 읽자고 추천한 것이다. 진도 안 나가고 수다만 떨기로 유명한 우리들이지만 요즘 쉬운 책만 읽으면서 완독을 잘도 한다. 더불어 강신주의 도 읽는데 욕심 안 내고 일주일에 2 챕터씩이라 이건 한 1년 걸릴 듯. ㅋㅋㅋㅋㅋㅋ 은 저자의 수업을 듣고 그의 열혈팬이 된 이가 추천한 책이었다. 사실 그 친구가 전공했다는 보건과학이라는 학문은 그다지 익숙한 분야는 아니었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뭘 하는지는 모르는 학문이었달까. 하여튼 보건과학 전공자가 아니었으면 이런 책은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2017년에 굉장히 주목을 많이 받은 책인데 까맣게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이 책은 일단 굉장히 쉽고 방법론은 간단하다. 통계를 통해 병증을 개인에게 귀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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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음모론 놀이오덕기(五德記)/日 2022. 4. 25. 14:56
주변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무슨 책 읽냐는 질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을 읽는다는 사람들을 보고, 잠시 작품 목록을 찾아보고 기함했다. 어떻게 작품이 매달 출간될 수 있냐는 말이다. 나는 바로 음모론을 들이댔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매달 작품을 낼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 사람이 아닐 거다. 작가집단일 것이다. 상대는 쉽게 휘어넘어가지 않지만 어쨌든 단서는 흘린다. 그러고 보니 작품 수준이 들쑥날쑥하다고. 곧 미끼를 물듯하다. 그가 쓰는 작품은 주로 추리소설인가? 상대는 순순히 대답하기를 보통 그렇지만 다른 장르도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무릎을 치며 말한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일단은 추리작품을 쓰겠다고 모인 작가 집단인데 가끔 그 안에서 로맨스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