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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难留少年时What am I doing? 2022. 4. 22. 13:40
1. 요즘 들어 가장 생각 없고, 마음은 침잠하고, 발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입은 주둥이를 후려칠만한 말만 나불거린 한 주였다. 이럴 때는 사람같은 것은 만나면 안 되는데 굳이 마주하고 구업을 쌓고 상대의 코나투스를 떨어뜨린다.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한 채 남들이 나를 음해한다는 생각만 커져간다. 심연의 괴물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데 그 목구멍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 기댈 것은 다른 이들의 너그러움뿐. 그간 내 우패를 잘도 견딘 사람들 아닌가. 2. 수면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밤에 늦게 자니 문제다. 낮동안 내 앞에서 열심히 말하는 사람 앞에서 정신줄 놓을 것 같아, 오늘은 꼭 초저녁부터 밥도 먹지 말고 잠을 자야지 다짐하지만,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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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장야> 열정적인 잡설오덕기(五德記)/中 2022. 4. 20. 16:33
작년에 2편 정도까지만 보고 그만뒀는데, 친구가 보겠다고 해서 그럼 나도 진도를 맞추마 하여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계 원년 나오고 몇 명 소개 뜨자마자 껐다. 다시금 끼쳐오는 지루함의 냄새. 친구가 6화의 전투 장면이 압권이라며 꼭 보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로 6화를 보는데 아무리 봐도 전투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바이두 백과의 각 회차별 줄거리를 찾아보니 내용이 뭔가 다르다. 바이뚜 백과는 60회 차이고, 넷플릭스는 61회 차, 왓챠는 60편+특별 편이다. 친구는 왓챠로 봤다고 하는데, 난 넷플릭스로 봤고, 두 OTT 서비스의 편집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초반 과거 장면이 지루하게 진행되는데 왓챠는 이 부분을 다 걷어내고 61편에서 특별 편으로 보내준다. 이 초반이 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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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이 최종 정착지일 거라 생각했거늘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현대인 2022. 4. 14. 13:15
그간 마크다운 에디터로는 Typora를 쓰다가 이게 언제부턴가 유료화되면서 이것저것 찾기 시작했다. marktext도 써보고, bear도 써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냥 simplenote 상에서 마크다운을 구현해보기도 했는데 얘는 그러기에는 너무 simple하다. 현재 모든 메모의 80% 정도가 저장된 notion은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만,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그러다가 앱스토어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obsidian이다. 보는 순간 우앗 이거다 싶었다. 마크다운뿐만 아니라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제텔카스텐 기능을 구현한 앱이 여기 있다니. 나는 노트테이킹/메모 앱으로 꽤 많은 어플을 사용한다. 일단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notion으로, 에버노트에서 모든 자료를 notion으로 옮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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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 잡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4. 11. 13:34
제목을 듣고는 감이 안 왔는데, 영어 제목을 보고는 바로 감이 왔다. 이런 분야의 책이나 아티클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했는데, 예약이 엄청났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했더니 유명한 소설가가 언급했다고 한다. 하여 대출될 때까지 원서로 슬슬 읽다가 한국어 책이 대출된 후 이어서 읽었다. 우리나라 책에는 앞뒤로 소개글과 해제가 붙어있더라. 소개글은 그 유명한 최재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물 관련 책은 최재천, 뇌과학 책은 정재승이 소개글 다는 게 무슨 공식이 된 듯싶다. 최재천 씨의 저작이나 강의를 접한 적은 없는데, 어머니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그의 언설에서 묘하게 기독교 냄새를 풍겨서 진화론과 양립 가능한가 의문을 품었었다. 그래서 떡본 김에 제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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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4월What am I doing? 2022. 4. 8. 14:15
3월 목표를 쓰지 않았더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매일의 기록을 살펴보니 독서와 덕질, 그리고 약간의 창의적인 활동으로 점철된 한 달이었던 듯싶다. 2월부터 시작한 아랍 문자 익히기는 계속되지만 영 지지부진하다. 나이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걸 지금껏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게 혹시 그 징후인가 싶을 정도이다. 하긴, 대학 때부터 했던 일본어는 아직도 가타카나 까막눈이니 이게 꼭 기억력 문제로 치환할 거리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노-오력이 부족한 듯. 3월 내내 한시를 하루 한 편씩 외웠는데, 약 30여 수 정도 외운 후에 그제부터 복습을 시작했다. 한시는 절구만 외워서 오언절구든, 칠언절구든 한 수 외우는데 2-3분밖에 안 걸리는데 다음날 되면 매번 첫 행이나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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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라 알아스와니의 <야쿠비얀 빌딩>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4. 5. 17:47
제목, 그나마도 잘 안 외워지는 제목과 더 안 외워지는 저자명, 그리고 아랍 세계를 넘어선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정보를 제외하고는 내용을 전혀 모른 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소설에서 구현하는 공간은 수평적으로 펼쳐지지만, 이 책의 공간은 야쿠비얀 빌딩이라는 건물 형태로 수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빈부에 의한 계층도 횡적으로 형성되고 말이다. 한때 고급 아파트였던 야쿠비얀 빌딩이 시대가 변하면서 부유한 이들의 사적, 공적 장소와 가난한 이들의 거주 공간인 옥탑방 등으로 분기되는 모습이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초고층 빈민가인 토라 다비드도 떠올리게 했다. 초반에 빌드업 식으로 계속 캐릭터 소개만 해서, 이거 언제까지 이러려고 하나 하는데, 점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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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기록(the body, 음악이 좋아서… 등)What am I doing? 2022. 3. 31. 13:06
휘발성 인생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포스팅. 수잔 바우어의 : 원서로만 봄. 저자는 본인도 홈스쿨링, 자녀도 홈스쿨링을 했다는 듯. 이런 노하우가 점철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영어/역사 용으로 꽤 읽히는 것 같아서 나중에 조카랑 읽겠다며, 주욱 훑어보는데, 1권 (고대 중간부터), 2권 중세를 거쳐, 3권 근대 초기까지 읽는데 진짜 더 이상 봐주기가 어렵다. 3권을 거의 끝까지 인고의 시간으로 버텼는데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일단 역사책도 아니고, 시선은 편벽되었으며, 지나치게 서구 중심이다. 다른 세계를 이렇게 홀략하면서 유럽이나 미국은 이렇게 자세히 다룬다고? 이렇게나 노잼인데? 식민지 얘기를 이렇게밖에 못 쓴다고? 분노에 분노를 거듭했다. 3권에서 청나라 부분을 읽는데, 앞은 그나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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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사What am I doing? 2022. 3. 29. 11:38
《산하령》을 보고 초사를 다시금 찾아 읽게 되었다. 처음 온객행이 굴원의 의 구절(沧浪之水清兮 可以濯吾缨 沧浪之水浊兮 可以濯吾足-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이 더러우면 내 발을 씻을 수 있네)을 읊을 때는 그저 '굴원이네, 중국인들 굴원 참 좋아해' 이러면서 넘어갔다. 그러다가 후에 복습하면서 주자서가 온객행을 향해 기꺼이 벼랑으로 몸을 던질 때 나오는 구절(何故至于斯-어찌하여 이렇게까지 되었는가/드라마 대사에서는 何至于斯로 나옴)이 굴원의 어부사 구절인 것을 알고 그만 전율이 돋았다. 나는 중문학 수업은 거의 고전만 들었는데(굉장히 편식함), 그때 한 선생님이 초사 전공자였다. 그 분이 하도 초사 타령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접했는데, 정서가 좀 아니 많이 안 맞았다. 굴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