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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국축제자랑> 울다 웃다 뇌내 축제의 현장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11. 3. 12:31
책은 그냥 언제나 그렇듯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는 문학 분야에서조차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나,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소설책도 읽어봤다. 그런데 요즘 날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책은 이렇게 굵직굵직한 상을 받은 책이 아니다. 바로 이름도 거룩한 이다. 그냥 평이한 억양으로 제목을 읽으면 맛이 안 산다. 전국-, 축제 자라앙! 뭐 이 정도로 읽어야 되지 않을까. 글쟁이 부부인 김혼비 씨와 박태하 씨가 손 잡고 만들어 낸 한국의 축제 탐방기이다. 그야말로 얻어걸린 책이었다. 도서관 반납을 앞두고 카페에서 읽었다. 가끔 엄청 웃긴 것을 밖에서 보면 소리는 못 내고 몸에 진동만 일으킬 때 있지 않은가. 지하철에서 나와 어깨를 맞댄 채 영상을 보다가 몸을 엄청 떨며 웃는 이에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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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일촌상사 少年游之一寸相思> 잡담오덕기(五德記)/中 2022. 10. 31. 15:28
9월 12일에 보기 시작했는데 10월 26일에 시청 완료. 처음부터 꽤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가로이 드라마를 볼 정신조차 안 되어서 멈추었다가 여유를 찾은 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가끔 OTT에서 추천이 되기는 했지만, '나의 소녀'로 시작하는 제목과 감성 터지는 포스터 때문에 제쳐두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웹서핑 중에 숨겨진 명작이라는 식의 강력 추천을 보고 속는 셈 치고 보자며 시작했다. 온 세상 무협은 한데 그러모은 듯한 클리셰 파티인데 그렇게 진부하지는 않다. 논리적으로 저게 말이 되냐, 저 상황에서 왜 저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간혹(실은 왕왕) 있긴 하다. (목영은 왜 소선을 가지고 무림맹주가 될 수 있다는 거지?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가짜 목휴를 목련은 왜 못 알아보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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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成天这么累 我图什么呢What am I doing? 2022. 10. 25. 14:07
1. 워투션머너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워커홀릭. 일생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지금의 내게는 퍽이나 어울리는 별명이다. 원래 일처리는 빠르고, 주도해서 일을 만들어내는 편은 아니다보니 지금껏 하루 두 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어영부영 보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월도니 월루니 하는 이름으로 불렀고, 심지어 이를 아는 직장 상사조차 터치하지는 않았다. 할 일은 하고, 가끔 열정적인 직장인 코스프레도 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온 회사는 업무량이 어마어마해서 야근에 주말까지 난리도 아니다. 원래 두 시간 일하다가 지금 열 시간씩 일하니, 급여를 다섯 배는 더 받아야 할 것 같지만(기적의 계산법)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으니 비애감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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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8. 25. 17:10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결론부터 세 줄 요약 1. 내 모토가 죽은 사람만 덕질하자였는데, 죽은 사람 덕질도 위험할 수 있다는 엄중 경고. 2. 듀이의 십진법으로 생물과학에 분류되어 있지만 생물과학책은 아니다. 3. 같은 것을 접해도 입장 차에 따라 지독하게 분기한다. 청교도와 진화론의 끔찍한 혼종 이 책은 요동친다. 마치 진자가 오가듯 한 사람의 삶 자체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최고점에 오르다 나락으로 가기를 번갈아 한다. 그 변곡점마다 책이 서술하고자 하는 인물이 아닌 작가의 삶이 아로새겨진다. 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곁가지가 따라붙어서 내가 지금 무슨 장르의 책을 읽는 거지라고 의심을 품을 때쯤 거대한 흑막을 열어준다. 어찌 한 사람의 평가가 하나뿐이겠는가만은 한 사람의 삶이 가져오는 다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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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악단 튜닝 (Feat.Tuning Up)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2. 7. 1. 11:50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본격적인 연주에 앞서 음을 조율하는 시간이 있다. 굉장히 시끄럽고 제멋대로지만 그 소리가 들리면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설렘에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간다. 이 조율하는 광경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먼저 오보에가 라(A) 음을 불면 그에 맞춰 다른 악기들이 천둥같이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으리라. 오보에를 기준으로 조율하는 것에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17세기 처음 오케스트라라고 부를만한 것이 나왔을 때는 주로 현악기의 모임이었는데 여기에 오보에 한 쌍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소리를 강화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크 시대에는 음의 높낮이가 통일되지 않았고, 그래서 같은 '라'음을 연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솔 음부터 시 플랫음까지 모두 '라'음으로 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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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마일리지, 중드, 그리고 스톡킹What am I doing? 2022. 6. 28. 11:28
1. 마일리지 아마도 대한항공에서 온 마일리지 관련 이메일을 보고 동했을 것이다. 확인해 보니 대한항공에 4만, 아시아나에 4만 이렇게 총 8만이 있다. 그중 대한항공 마일리지 일부는 내년 중순이 만료일이다. 그간 돌아다니며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또 쌓였다. 편도로는 거의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일리지이다. 다만 작금의 어마어마한 유류할증료와 없는 시간이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나가고 싶다. 일단 만료된 여권부터 어찌하고. 2. 무려 26편까지 달렸음에도 미련없이 버린 을 뒤로하고, 다른 중드들을 시작했다. , , 이 그것이다. 은 이미 그전부터 시작했었는데 그냥 시작만 했다. 유우녕(류위닝)에 대한 애정이 아직 그 정도로 깊은 것 같지는 않다. 은 유이동(류이통)이 아빠인 유혁군(류이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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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변화What am I doing? 2022. 6. 22. 10:12
1. 최근 신변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먼저 일터가 바뀌었고, 루빅스 큐브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어와 아랍어도 잘 못하는데, 별안간 라틴어까지 시작했다. 이 범주들을 같은 수준에서 다뤄도 되는 건가 하겠지만, 느낌상 아직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 아랍어는 도대체 언제쯤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고, 라틴어는 이미 습득한 유럽어와 유사해서 의외로 쉽게 익히고 있으며, 루빅스 큐브는 워낙 오랫동안 미뤄둔 것이라 처음 맞춰줬을 때의 기쁨이 굉장히 컸다. 그 이후 연습을 통해 숙지하고, 이제는 의뢰를 받아서 헝클어진 친구네 루빅스 큐브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뻑뻑한 루빅스 큐브 두 개를 손을 벌벌 떨어가며 맞추고 밥을 얻어먹었다. 2. 일에 관해 개괄적으로 얘기하자면 4월에 꽤 다양하고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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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원효_积德行善?What am I doing? 2022. 6. 20. 16:03
0. 원효 대사는 『보살계본지범요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옛날 현인이 그 아들을 가르치면서 “삼가 선을 행하지 말라.”라고 하니, 그 아들이 “그러면 악을 행할까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아버지가 “선도 행하지 않아야 하거늘 악을 행할까 보냐.”라고 말했다 한다. (古之大賢。誡其子云。愼莫爲善。其子對曰。當爲惡乎。親言善尙莫爲。況爲惡乎。) -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 (ABC, H0015 v1, p.582b01-b11) 1.길모어 걸즈 1-5를 보면 로리의 생일파티를 주최하는 할머니 얘기가 나온다. 로리는 학교 친구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데, 할머니는 로리의 속사정은 상관하지 않고 학교 친구들 전체를 초대한다. 로리는 그것이 영 마뜩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에게 대거리를 하고, 할머니는 돈 들이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