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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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 또 한 권의 벽돌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8. 5. 11. 11:50
요즘은 접근성이 좋은 이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 생각날 때마다 신착 도서나 베스트 도서를 확인하고, 관심 있는 검색어를 넣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건축'이라는 검색어에 걸린 책이 바로 건축가 서현의 이다. 그러나 pdf 포맷으로만 제공해서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번번이 대출과 반납을 계속하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읽다 보니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가끔 건축가 중에 녹록지 않은 인문/사회/과학/예술에 대한 소양과 문재를 드러내는 자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말고 저자의 다른 책도 찾게 되었다. 저자 사유방식의 기저에 무엇이 깔려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 독서 후 책에 대한 소감을 간략하게 적은 후기 모음집이다. 워낙 책이 술술 익혀서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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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과학이라는 헛소리-욕심이 만들어낸 과학, 유사과학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8. 4. 30. 13:28
포털 사이트의 '책문화' 판이던가, 아니면 '과학' 판이던가에서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연재를 접하고 바로 도서관에서 대출.이 책은 과학의 형상을 띠었지만 실상은 사이비, 자기기만적 사기행각인 유사과학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독자를 미몽에서 깨우고자 하는 계몽서라고 하면 적확할 것이다. 게르마늄 악세사리, 콜라겐, 효소, 카세인나트륨, 천연 비타민에 관한 이야기는 평소 상식이라 여겼던 것들이 실은 과학의 탈을 쓴 유사과학임을 알게 해줘서 꽤 도움이 되었다. 한 때 유행했던 바이오리듬, 산성체질,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피라미드 파워가 어떤 역정을 거쳐 논파되었는지, 혹은 왜 비과학적인지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특히,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류의 이야기는 저변에 깔고 있는 유심론적 접근, 즉 비물질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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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가의 일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7. 4. 4. 16:14
김연수 씨의 이라는 책을 보았다.한창 재미있게 텔레비전 시청 중이라 당장 책을 읽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고 싶을 때 주로 하는 행동이 전자도서관 어플에 들어가서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접하였는데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원래 책을 열 권씩 쌓아놓고 돌아가며 보는 편인데, 이 책을 잡은 이후 두어 권 정도로 줄이며 완독하였다. 초장을 읽자마자 이 책은 재미있을 거라고 직감하고 바로 친구에게 권했을 정도이다. 맨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올해의 계획으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건성으로 소설을 쓰겠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 일은 반박하지 않고 무조건 해본다 등등이 있는데...," 이 말이 굉장히 와 닿았다. 나는 워낙 호오가 분명하고 남이 권한 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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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9. 19. 14:11
지금까지 건축물을 대할 때에는 주로 종교적 입장에서의 상징에 치중하거나 역사적 의미, 혹은 예술적 측면과 주변 경관과의 관계성에서 바라보았다. 어쩌면 건축보다는 건축물의 공간이 품고 있는 세세한 것들에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다.그런데 이번에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평소 즐기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다 빠지고 건축물만 일정에 빼곡하다. 의미있는 건축물에 방점을 찍다 보니 결국 도시의, 도시에 의한, 도시를 위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바르셀로나 - 가우디 건축물, 그라나다 - 알함브라 궁전, 코르도바 - 메스키타, 세비야 - 세비야 대성당처럼 말이다.그러다보니 건축이 도시 경관을 뛰어넘어 도시 자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졌다. 매번 접하던 사회학, 지리학, 역사학에서 말하는 도시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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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9. 7. 21:18
원제 ピアニストの腦を科學する저자 후루야 신이치, 역자 홍주영출판 끌레마 도서관 신착도서 목록에 있어서 우연히 보게 된 책. '피아노'와 '뇌'에 관심 있어서 말 그대로 제목에 낚인 경우인데 의외로 즐겁게 완독했다.이런 류의 책이 그러하듯, 뇌과학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물론 뇌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 작용이나 피아노 치는 동작에 대한 묘사는 가볍게 스킵하면 된다. 뇌의 구조는 물론이요 몸 동작은 직접 보고서도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는 눈썰미따위 국 끓여먹은 그런 인간이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느꼈었던 감성과 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었고 형성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피아노를 취미로 치는 나같은 사람과 전문 피아니스트와의 그 엄청난 간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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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구역의 상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7. 14. 15:56
한때 디씨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익명이라는 방패 덕분에 자유로운 생각과 풍자도 넘치지만 그곳을 지배하는 정서는 양극단의 감정이다. 싫다는 표현을 위해 욕과 벌레로도 부족하여 '극혐'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더하고, 생식기를 더한다. 여기에 온갖 성, 민족, 외모, 지역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언어가 변주되어 하나의 싫어하는 감정을 연주한다. 좋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교성을 소환한다. 종교의 거룩함이나 신성함을 띠는 다양한 합성어만이 좋다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싶다. 감정의 양극단을 충만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언어의 향연은 마치 자석 양극에 어지럽게 모인 철가루 같다. 평온함이나 일상적인 감정은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지루할 뿐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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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모독"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9. 20. 20:29
포털사이트 대문마다 걸리는 작금에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대통령 스스로 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말은 이리저리 돌리며 국민과 국가 위상까지 들먹이긴 했지만 속내용은 '왜 나 욕하고 그래! 기분 나쁘게!'이다. 이 참을 수 없는 유치함은 차치하고서도 어휘 사용이 뭔가 께름칙하다. 모독을 한영사전에서 찾아보니 신·신성한 것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blasphemy, profanity이다. 신성모독, 불경으로 번역되는 용어들이다. 존엄한 것을 더럽힐 때 쓰는 말이 모독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를 모욕, 비하, 조롱, 비방, 무시했을 경우에는 쓰기 어려운, 한마디로 낯부끄러운 말이다. 이것도 유체이탈 화법의 일부였다면 오히려 다행일 정도. 일단 사용한 어휘도 웃기고 개구리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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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잡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7. 29. 15:53
감성이 터졌는지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 바다이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사진만 보고도 글썽글썽. 감성을 관장하는 호르몬님이 강림하셨나보다(오...옥시토신?). 그리하여 그냥 요즘 읽고 있는, 혹은 막 갈무리 지은 책에 대해 몇 마디 떠들까 하는데, 절대 감상평도 리뷰도 뭣도 아니오 그저 잡담에 그칠 뿐이다. 1.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강신주/동녘초록창에서 책을 검색하면 연관되는 책들이 함께 뜨는데, 이게 마치 도서관이나 서점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물론 책팔이 하려는 속셈이겠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달까. 요즘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이나 폐가식 서고형 도서관에서는 내가 지목한 책밖에 못 보는데, 예전에는 도서관에 원래 빌리고자 했던 책 옆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