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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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3. 14. 13:40
원제는 읽으면서 줄곧 무기가 된 철학 없이도 적수공권으로 딱밤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었다(목적어 없음). 그냥 자기 전에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아전인수와 이현령비현령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오류를 찾겠다고 덤벼드느라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예전에 제목에 끌려서 조금 보다가 너무나도 얼토당토 하지 않아서 이번 생에는 만날 일이 없겠거니 했는데, 최근 합류한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것이다. 호리유차 천지현격(毫釐有差天地懸隔)이라는 말이 있다. 털 끝의 차이로 하늘과 땅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이다. 철학자의 언설이나 사상을 약간만 다르게 해석해도 이미 원래와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작가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제38장, 소크라테스 파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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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목인(色目人) 유감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3. 7. 12:53
언젠가 대화를 나누다가 색목인까지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색목인이 실은 눈동자 색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개념이라고 하자, 같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충격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하더라. 그리고 그다음에는 내가 더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색목-인 色目人: 명사 1. 중국 원나라 때에, 유럽이나 서아시아, 중부 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을 통틀어 이르던 말. 주로 터키인, 이란인, 아랍인을 이르던 말인데 피부색이나 눈동자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내가 어버버하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에 고쳐달라고 얘기해야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 깡그리 잊었다가 얼마 전에 읽던 책에서 또 색목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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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잡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3. 2. 18:10
친구와 매년 대작 한 편씩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에는 움베르트 에코의 을 읽었고, 2021년에는 나는 을 읽자고 하였고, 친구는 그러면 지옥편만 보자고 하였다. 내가 그런 게 어디 있냐 끝까지 다 읽어야지 하니 친구는 그러마 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에 좀 읽어보던 내가 먼저 다른 책을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 했다. 마침 당시에 조지 스타이너의 라는 평론서를 재밌게 읽던 차였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절름발이 오리가 된 느낌이었다. 톨스토이 책은 몇 권 읽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를 딱히 읽은 기억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좀 제대로 읽고 다시 이 평론서를 읽으면 어떨까 싶었다. 친구는 오케이 했고, 최종 결정된 책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다. , 등을 고려하다가 별안간 정해졌다. 원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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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명의 개국공신이랄까 feat. <명조나사사아明朝那些事儿>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1. 10. 27. 15:38
라는 책이 있다(단 한번도 책 제목을 한국어로 독음한 적이 없어서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약 10여년 전에 당년명월이라는 이가 명나라 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를 연재하였는데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중국인 친구가 하도 읽어보라고 권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꽤나 재미있다. 오디오북이 특히나 구수해서 듣는 맛이 있다. 내가 별로 관심없는 명나라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요즘은 랑야방 오디오북 듣느라 뒷전으로 밀렸지만. 게다가 요즘은 중국사 교과서 낭독도 같이 하고 있는데 여차 저차 해서 초한쟁투 부분을 보게 되었다. 가끔은 관심 없는 시대라도 읽어줘야 할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은 분열된 시대가 재미있지 통일 제국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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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괴델, 에셔, 바흐> 6장을 읽다가 인용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1. 10. 21. 15:56
DNA 구조와 표현형의 구조 사이의 동형성은 전혀 평범하지 않으며, 그것을 물리적으로 수행하는 메커니즘은 무시무시하게 복잡하다. 예를 들면, 당신의 코나 지문의 모양을 설명하는 DNA의 일부분을 찾으려고 한다면 아주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음악작품에서 그 곡의 정서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음표를 콕 집어내려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음표는 없다. 왜냐하면 정서적 의미는 매우 높은 층위에서 곡 중에 커다란 "덩어리"가 떠맡고 있는 것이지 단 하나의 음표가 떠맡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덩어리들"은 서로 인접하는 음표의 집합일 필요는 없다. 연결되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으면서 함께 어울려 정서적인 의미를 떠맡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메시지를 해독하는 주요 문제, 가장 심층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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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by E.T.A 호프만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1. 10. 20. 12:59
호프만의 . 이런 책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독일 낭만주의를 전공하는 지인이 같이 읽어보자고 하여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특유의 문체나 전개 방식이 적응이 안 되어서 고행하는 기분으로 읽어야 했다. 읽다가 갑자기 묘한 기시감이 생긴다. 이런 느낌의 소설을 본 적이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봤다. 역시나 그 책이 나왔다. 바로 . 예전 판타지 소설을 한창 찾아볼 때, 서양 판타지 소설의 뿌리라고 하여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환상 소설의 뿌리 찾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책을 끝까지 못 읽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그 이후 판타지 소설에서 손을 놓게 되었다. 얼마나 강력한 책인가. 그런데 내가 돌고 돌아 다시 이 사람의 책을 보고 있다니 한동안 뜨아했다. 매주 독서 토론을 한다고 모여야 했기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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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에는 역시 덕질이렷다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1. 10. 6. 10:33
언젠가는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오기는 하겠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현재의 내 상태를 간략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다른 나라 말을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하고 여기에 스페인어를 더하였다. 한국어도 하루에 여러 번 사전을 찾고 온라인 가나다를 드나들 정도이다. 중국어는 현대어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대 한문도 익혔다. 이렇다 보니 어떻게 해야 나 같은 게으른 내향형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까가 줄곧 화두였다. 거기에 문법이나 어휘를 익히고 외우는 것은 귀찮아하는 타입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바로 Stephen Crashen의 언어 습득과 이해 가능한 받아들이기(L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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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0. 5. 13. 14:50
우연히 친구가 보낸 본인의 전자책 서재 사진에서 내가 가진 것과 겹치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움베르트 에코의 . 나는 글에서 강하게 풍겨오는 강퍅한 남성 노인의 감성에 얼마 못가 책을 덮었었다. 친구는 일전에도 이미 일독하였는데, 이제와 다시 읽어보니 시대가 변하면서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이게 수필의 한계 아니겠냐고 한다. 그러다가 여러 상황이 씨줄 날줄로 엮이면서 문득 을 같이 읽는 게 어떻냐고 내가 먼저 제안하였다. 친구는 바다와도 같은 수용성의 사람이다. 가타부타 한마디 없이 콜!을 외친다. 친구는 장미의 이름을 다 본 후 을 같이 읽어보자고 하였다. 나는 방수포의 흡습성을 가진 사람이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시작은 4월 16일부터였다. 친구는 초반에는 안 읽힌다는 둥, 첫 몇 페이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