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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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9. 7. 21:18
원제 ピアニストの腦を科學する저자 후루야 신이치, 역자 홍주영출판 끌레마 도서관 신착도서 목록에 있어서 우연히 보게 된 책. '피아노'와 '뇌'에 관심 있어서 말 그대로 제목에 낚인 경우인데 의외로 즐겁게 완독했다.이런 류의 책이 그러하듯, 뇌과학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물론 뇌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 작용이나 피아노 치는 동작에 대한 묘사는 가볍게 스킵하면 된다. 뇌의 구조는 물론이요 몸 동작은 직접 보고서도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는 눈썰미따위 국 끓여먹은 그런 인간이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느꼈었던 감성과 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었고 형성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피아노를 취미로 치는 나같은 사람과 전문 피아니스트와의 그 엄청난 간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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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구역의 상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7. 14. 15:56
한때 디씨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익명이라는 방패 덕분에 자유로운 생각과 풍자도 넘치지만 그곳을 지배하는 정서는 양극단의 감정이다. 싫다는 표현을 위해 욕과 벌레로도 부족하여 '극혐'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더하고, 생식기를 더한다. 여기에 온갖 성, 민족, 외모, 지역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언어가 변주되어 하나의 싫어하는 감정을 연주한다. 좋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교성을 소환한다. 종교의 거룩함이나 신성함을 띠는 다양한 합성어만이 좋다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싶다. 감정의 양극단을 충만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언어의 향연은 마치 자석 양극에 어지럽게 모인 철가루 같다. 평온함이나 일상적인 감정은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지루할 뿐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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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모독"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9. 20. 20:29
포털사이트 대문마다 걸리는 작금에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대통령 스스로 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말은 이리저리 돌리며 국민과 국가 위상까지 들먹이긴 했지만 속내용은 '왜 나 욕하고 그래! 기분 나쁘게!'이다. 이 참을 수 없는 유치함은 차치하고서도 어휘 사용이 뭔가 께름칙하다. 모독을 한영사전에서 찾아보니 신·신성한 것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blasphemy, profanity이다. 신성모독, 불경으로 번역되는 용어들이다. 존엄한 것을 더럽힐 때 쓰는 말이 모독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를 모욕, 비하, 조롱, 비방, 무시했을 경우에는 쓰기 어려운, 한마디로 낯부끄러운 말이다. 이것도 유체이탈 화법의 일부였다면 오히려 다행일 정도. 일단 사용한 어휘도 웃기고 개구리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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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잡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7. 29. 15:53
감성이 터졌는지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 바다이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나 사진만 보고도 글썽글썽. 감성을 관장하는 호르몬님이 강림하셨나보다(오...옥시토신?). 그리하여 그냥 요즘 읽고 있는, 혹은 막 갈무리 지은 책에 대해 몇 마디 떠들까 하는데, 절대 감상평도 리뷰도 뭣도 아니오 그저 잡담에 그칠 뿐이다. 1.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강신주/동녘초록창에서 책을 검색하면 연관되는 책들이 함께 뜨는데, 이게 마치 도서관이나 서점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물론 책팔이 하려는 속셈이겠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달까. 요즘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이나 폐가식 서고형 도서관에서는 내가 지목한 책밖에 못 보는데, 예전에는 도서관에 원래 빌리고자 했던 책 옆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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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배를 엮다(舟を編む)>를 빙자한 잡다한 이야기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5. 13. 17:12
여느 때처럼 일본에 사는 친구와 통화하던 중이었다. 그 친구는 TV에서 해준 영화를 녹화했다며 내일 볼 거란다."제목이 후네오아무(舟を編む)인데, 뜻이 후네가...,""배를 엮다?""어, 너 어떻게 알아?"나의 비루한 일본어 어휘력-_-을 잘 아는 친구가 놀란다. "그 책 재미있다 그래서 읽으려고.......""이거 소설도 있어? 난 TV에서 해줘서 보려고 하는데." 그리고 다음 날 그 영화를 본 내 친구가 소감이라며 마이피플로 "엄지 척"을 보냈고, 한국에서의 영화 상영일 마지막을 앞둔 나는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책을 보기로 결정했다. 절대 광화문까지 가기 귀찮아서이다. -_-; (우리나라에서는 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영화를 주로 개봉하는 극장에서 상영했다) 언제나 말하지만 나는 소설을 즐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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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난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는 29가지 방법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1. 11. 00:55
- 통념을 전복하는 철학적 수다원제는 '저녁 파티에서 살아남기 위한 설명서' 정도되겠다. 아래 내용은 서평은 (절대) 아니고 모두까기인형 빙의. 원래는 다른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그 책이 없어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책 색깔에 끌렸다. 신화팬은 주황색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경향이 있다.(원래는 겉표지가 따로 있다) 반납 당일 난 급한 마음에 책을 회사에 들고가서 월급루팡 짓을 시작했다. 책은 요즘 가장 핫한 철학자인 지젝의 엘리베이터 버튼과 민주주의 투표의 예로 상콤하게 그 포문을 열었다. 책을 살까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다음 장에서 바로 느낌이 왔다.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한번 보면 끝이겠다. 초반에 정말 번역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식언이 어느 체언이나 용언을 수식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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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 대한 가장 큰 찬사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3. 10. 27. 22:20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을 보는데 뉴턴 얘기가 나와서 문득. 뉴턴을 얘기하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알렉산더 포프라는 시인이 뉴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비문이다. (실제로 그의 비문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March 21Epitaph on Sir Isaac Newton By Alexander Pope (1688–1744)(Died March 21, 1727) Nature and Nature’s Laws lay hid in Night: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신이 말하기를 "뉴턴이 있게 하라" 하니 모든 것이 광명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읽었던 위인전에서 본 글인데도 뇌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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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3. 8. 11. 23:04
원래 하려던 이야기와 전혀 다르게 글이 전개되길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해본다. 공자님 말을 듣지 않아서인가. 최근 괴력난신에 빠진 삶을 살았더니 마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원래 "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이라는 말은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말로 해석하자면 "공자는 괴이한 것, 폭력, 반란,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이다. 이 어구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이 괴력난신이 흔히 소설의 제재였기 때문에 이 말이 소설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으며, 훗날 청나라의 원매라는 자는 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소설(괴담집)을 짓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라는 제목이 참으로 패기넘친다. 공자님은 이런 (괴력난신)얘기 안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들어볼테냐!하는 그런 패기. 은연 중에 공자님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