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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에는 역시 덕질이렷다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1. 10. 6. 10:33
언젠가는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오기는 하겠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현재의 내 상태를 간략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다른 나라 말을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하고 여기에 스페인어를 더하였다. 한국어도 하루에 여러 번 사전을 찾고 온라인 가나다를 드나들 정도이다. 중국어는 현대어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대 한문도 익혔다. 이렇다 보니 어떻게 해야 나 같은 게으른 내향형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까가 줄곧 화두였다. 거기에 문법이나 어휘를 익히고 외우는 것은 귀찮아하는 타입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바로 Stephen Crashen의 언어 습득과 이해 가능한 받아들이기(L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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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What am I doing? 2021. 9. 30. 11:10
예전에는 이라고 해봤자 2년 전이지만 명절이면, 특히나 날 좋은 추석이면 10박 정도 해외로 길게 여행을 떠났다. 19년 추석 여행을 마지막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변하였다. 이번 추석에도 가족 여행에 동행하는 대신 장기간의 칩거를 선택하였다. 그러다가 약 8일 만에 폐관수련을 마치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의 칩거에도 거리두기가 되었는지 세상이 어색해졌다. 매번 듣던 코로나 관련 안내방송도 새롭게 들렸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듣는 목소리 같았다. 보통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는 이런 방송이 자본주의에 침식당한 광고였지만, 지금 내가 당면한 디스토피아는 국가가 국민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세계이다. 무슨 안내를 그리 많이 하는지 사람을 바보로 아는가 싶다. 코로나 안내방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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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진정령 陈情令> 잡설오덕기(五德記)/中 2021. 9. 30. 10:14
나같이 한번 시작하면 달려야 하는 사람에게 중드는 위협적이다. 수면을, 올곧은 자세를, 시간을, 정신을, 건강을, 그리하여 인생을 갉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바로 중드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제어가 잘 되는 것 같기도. 그리하여 50편을 엿새 만에 봤다(이 정도면 제어가 된 것이다). 누군가가 추천하긴 했는데 BL 소설 기반이라 그래서 딱히 당기지 않았다. 하긴 내가 최고의 중드라고 칭송하는 랑야방도 소설의 초반부는 BL이었고 나중에 이 부분은 다 걷어냈다고 한다. 드라마화하면서 각색만 잘하면 본디 발 담그고 있던 장르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해당 작품의 왓챠 리뷰에 있는 수많은 부녀자(腐女子)의 한 줄 평을 보면서 약간 겁먹긴 했다. 초반 음호부를 탐하는 모습이나 전반적인 장렬함이 반지의 제왕 도입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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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랑야방(琅琊榜)> 잡설오덕기(五德記)/中 2021. 9. 28. 14:39
2015년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워낙 명성이 자자했지만, 중극 사극은 예상이 되는지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 중에 최고이며, 여타 국가의 드라마를 다 합쳐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작이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보았고, 요즘도 가끔 생각나면 보며, 오디오북을 들을 때도 있다. 이 글의 제목이 잡설이니 잡설이나 해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던 당시에는 제목의 표기법에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왜 한국 제목을 랑야방이라 했을까. 한글 표준어 기준에 따르면 낭야방이 올바른 표기법이다. 낭야는 유서 깊은 중국의 지명이다. 제갈 공명이나 왕희지가 바로 이 낭야 출신 유명인이다. 낭야각주인 린신이나 집사인 려강도 실상은 인신이나 여강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다가 별안간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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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처음 사랑을 한 날에 읽는 이야기(初めて恋をした日に読む話)>오덕기(五德記)/日 2021. 9. 24. 13:53
이번 추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름도 알지 못했던 드라마이다. 연휴가 시작되면서 길이가 짧고 가벼운 드라마를 찾다가 접하게 되었다. 요즘 읽는 책이 모두 어렵고 무거워서 오로지 감성만 자극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 일명 하지코이(하지메떼코이오시따히니요무하나시). 배경지식이나 들은 풍월이 없는 상태에서 드라마를 찾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내가 아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찾는 것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후카다 쿄코는 영화 에서 로봇 연기하는 것으로 이미 접하였고, 유명하다는 것도 알지만 내가 익숙한 배우는 아니다. 이 드라마로 인도한 배우는 나가야마 겐토이다. 사실 이름도 몰라서 로 검색해서 에 모두 출연한 배우를 찾았다. 그랬더니 이 배우가 하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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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도 쳐다보기 힘든 눈이 되었다What am I doing? 2021. 9. 17. 12:07
요즘 하늘이 정말 공활하여 높고 구름 없다.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좀 볼라치면 눈이 욱신거려서 바라보기가 힘들다. 매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것만 응시하여 수정체가 두꺼워지다 보니 이를 풀려고하면 근육통이 격하게 찾아온다. 오늘도 하늘 좀 보고 싶은데 격통으로 자꾸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 서글프다. 그 와중에 백혈구가 눈앞에 어른거리기까지 한다. 얼마 전에는 속리산 휴양림 체험 마을에 지인들과 다녀왔다.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하며 평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는데 비문증 때문에 눈앞은 시끌벅적하다. 단조로운 하늘색을 바탕으로 하니 시야에 티끌처럼 떠다니는 부유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시선을 옮길 때마다 대형을 변화시킨다. 어느새 하늘을 보지 않고 비문, 즉 날아다니는 모기들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이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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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하이큐!!(Haikyu!!)오덕기(五德記)/日 2021. 9. 15. 13:43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제목을 가진 애니메이션이 있다. 배구 만화 제목이 배구라니.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보니 일본에서는 배구라고 안 하고 발리볼이라고 하는 듯싶다.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동료가 이 만화를 매우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이 사람의 후임자 또한 만화책이 완결되어서 첫 월급을 받자마자 전질을 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첫 편은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 이론에 입각한 일본어 습득을 위해서 오로지 일본어만으로 시청했다. 다 보고 나서 음 생각보다 평범하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글 자막을 키고 다시 보았다.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나의 일본어 듣기 능력이 세세한 내용을 잡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 컴프리헨서블 인풋이고 나발이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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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바오베이(LuoBaoBei, 洛宝贝), 풍미원산지(Flavorful Origins, 风味原产地)의 씁쓸함오덕기(五德記)/中 2021. 9. 14. 16:24
1. 뤄바오베이는 조카에게 보여줄 적당한 영어 콘텐츠가 없나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나왔다. 페파피그와 다니엘 타이거에 흥미를 잃은 유나에게 교육적이고 영어 표현도 좋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Luobaobei라는 글자도 보이지 않아서 그저 섬네일만 보고 시작했는데, 내용에 할머니 할아버지도 나오고, 특히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이 나와서 유나의 머리를 벗겨주는 우리 엄마가 생각나면서 이것을 권해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극권이 나오고 중국 냄새가 팍팍 나는데 거부감도 팍팍 드는 것이다. 왜 이 콘텐츠는 중국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영어로 진행되지? 하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원래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내가 일전에 블로그에서 중국어 공부용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했던 희양양(喜羊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