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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十个词汇里的中国)>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6. 20. 13:53
엄청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닌데, 포스팅할 때마다 언급을 꽤 한 듯 싶다. 원제는 이다. 작가는 그가 고심 끝에 고른 10개의 단어로 그가 겪어온 중국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자신이 살아온 중국을 묘사하기 위해 고른 10개의 단어는 다음과 같다. 인민(人民), 영수(領袖), 독서(閱讀), 글쓰기(寫作), 루쉰(魯迅), 차이(差距), 혁명(革命), 풀뿌리(草根), 산채(山寨), 홀유(忽悠)가 그것이다. 책은 이렇게 번역했지만, 내게 번역하라고 하면 조금 다르게 할 것 같다. 민중, 지도자, 읽기, 쓰기, 루쉰, 격차, 혁명, 서민, 짝퉁, 낚기(뻥카) 정도로. 나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현대중국에 무심한 편이다. 피상적이고, 앎도 부족한데, 부정적인 감정까지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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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차시천하(且试天下, Who rules the world)> 잡설오덕기(五德記)/中 2022. 6. 3. 14:38
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조로사가 나온다고 했고, 마침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wetv를 구독하게 되었는데, 볼 게 별로 없었다. 초반부터 전개가 휘몰아 쳐서 그냥 멍 때리고 보았다. 중드가 보통 초반에 캐릭터니 상황 설명한다고 느릿느릿 진행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런 거 없다. 바로 주인공 남녀가 팡팡 등장한다. 이미 둘은 아는 사이라 서로 탐색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것도 없고, 바로 얽혀 들어간다. 바둑돌도 아니고, 남주는 흑풍식, 여자는 백풍석이고 각각 검은 옷과 흰 옷을 입고 등장한다. 흑풍식(黑丰息)과 백풍석(白风夕)은 이름의 한자가 다르긴 하지만, 중국어 발음과 성조는 모두 같다. 둘 다 [fēng xī]. 쉽게 말하면 강호 상에서 그들은 동명이인이다. 세계관은 대동의 황제가 현극령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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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사소함 주의What am I doing? 2022. 5. 30. 11:22
1. 알록달록 패션을 글로 배운 한 친구가 내게 한 몸에 세 가지 이상의 색을 지니면 패션을 알지 못하는 이라 하였다. 이를 실천하기라도 하듯, 평소 모노톤만 챙겨 입어 흑백 TV가 구현하는 수준의 색으로 입고 다니는 이 몸 되시겠다. 그렇지만 요즘 옷과 신발도 다 떨어져서(헤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싶다) 여태까지 온전한 태를 갖추고 있는 의복을 착용하자니 저도 모르게 색이 좀 알록달록해졌다. 이를테면 연분홍색 스니커즈니 민트색 후드티니 하는 것들. 이 나이에, 이 정도 부를 가지고(옷을 살 돈은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로 헤진 의복을 입는 이도 나뿐이리라. 이 날 아침에도 몸에 지닌 색깔이 너무 많아서 약간 개의하며 집 밖을 나서고 있었다 눈에 띄는 여섯 가지(그중에는 연분홍 스니커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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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feat.냉소적What am I doing? 2022. 5. 18. 14:17
1. 예전에 중국어 학원 다니던 시절, 선생님이 수업 시작하기 전마다 연습시킨 속담이 있었다. '뚱뚱이 한 입 먹어 되는 것이 아니다(胖子不是一口吃出来的)',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不怕慢, 只怕站)' 가 그것이다. 언어를 함에 있어 첫 술에 배부를 거라는 생각일랑 하덜말고 자강불식하라는 그런 가르침이다. 안타깝게도 그 후 중국어는 굉장히 오래 멈췄고, 이제 다시 회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중이다. 몸은 꾸준히 먹어 뚱뚱이인데, 중국어는 안 뚱뚱이라는 것이 슬프다면 슬픈 현실. 2. 저 중국 속담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꾸준히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페인어이다.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시작한지 이제 800일이 넘었다. 800일 동안 쉬지 않고 매일 5-10분 정도 스페인어를 학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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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의 역효과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18. 13:43
숀케 아렌스의 이라는 책을 읽었다. 분절된 글쓰기 방식과 기계적 번역에 고통당하면서(영어 번역본이라도 있기를 바라며 손을 떨며 찾아 헤맸건만)도 방법론 자체에 대한 심도를 높이겠다며 꾸역꾸역 읽다가, 특정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관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벼락치기에 의존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결국 학습에는 실패하지만 계속해서 읽기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다시 읽기는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인정하듯, 우리는 벼락치기 공부로 필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단기간 저장할 수 있으며 대개 그런 식으로 시험을 치러서 합격할 정도는 된다. 그러나 벼락치기는 진정한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테리 도일과 토드 자크라젝의 표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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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여화余華)의 에세이를 읽다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13. 14:07
약 한 두 달 전, 음악에 관한 책들을 찾으며 전자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위화의 음악에 관한 수필집과 마주쳤다. 현대 중국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이 사람의 를 풍문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의 음악에 관한 수필을 읽다가 그냥 원문으로 읽어볼까 하고 전집을 구했는데 목차에서 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영화 인가 하며 내용을 살펴보니 맞다. 수업 시간에 억지로 봤던 영화인데 꽤 인상이 깊었다. 사람이 이토록 힘든 삶을 놓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다만 견뎌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약간 중국판 같기도 하였고. 인생이라는 우리나라 제목보다 '살아가기'라는 원제가 더 마음 아프게 와닿았던 이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위화였다. 전집의 목차를 보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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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다 일주일에 한 번 보니(feat.조카바보)通古今之變/斅學半 2022. 5. 12. 11:42
1. 유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이 머리통을 뒤덮고 있는 굴욕 없는 형상으로 태어났다. 태어나기는 동자승 모양을 하고 태어나서, 대접받기는 소황제처럼 대접받았건만 꿈은 공주가 되는 거란다. 유나의 어린이집 친구들은 이미 네 살 때부터 겨울왕국 광풍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유나는 여섯 살이 되어서야 프로즌을 봤다. 꽤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미니마우스가 더 마음에 드는지 다 헤진 미니마우스 내복을 마르고 닳도록 입는다. 2. 개의 제2의 심장이 꼬리라면, 아기의 제2의 심장은 다리인 것 같다. 아기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울 때도 웃길 때도 반가울 때도 화가 날 때도. 어쩌면 인류가 바다에 있을 때 저렇게 다리를 버둥거리며 수영을 했던 것은 아닐까 괜히 인간에게서 진화의 한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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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양사 청아집>오덕기(五德記)/中 2022. 5. 11. 15:14
중국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일본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1년 하고도 몇 개월 전에 본 것을 메모장 정리하려고 털어본다.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축한 헤이안 시기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이 '음양사'라는 일종의 주술사 기질의 장르(혹은 캐릭터)가 일본이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나보다. 오카노 레이코의 절판된 만화책 일부를 분실하여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나였기에 이 인기가 굉장히 신기했다(절판된 책이나 재출간 해주세요). 넷플릭스에 이 풀렸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노무라 만사이가 분한 의 리메이크인가 했다. 알고 보니 헛다리. 음양사 청아집이라, 세이마사 편이랄까. 즉 아베노 세이메이(청명晴明)의 청晴,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박아博雅)의 아雅를 합쳐 세이마사. 물론 청아라는 이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