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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폴란드 항공(LOT), 바르샤바 도착여행/체코-헝가리 2019. 7. 9. 14:13
이렇게 긴박하게 짐을 꾸린 적이 있던가. 특유의 준비성 때문에 여행 짐을 4주 전부터 꾸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출국 당일까지도 짐을 싸지 못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예전보다 많이 느슨해진 까닭도 있지만 날씨의 변덕스러움도 한몫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너무 추워서 경량 패딩이 어쩌니 저쩌니 하더니, 이틀 전에 프라하에 다녀온 지인은 일교차가 엄청나니 저녁 시간에는 방한을 잘해야 한단다. 게다가 날씨 예보는 여행 기간 내내 벼락 떨어지는 구름 모양. 결국 추위를 걱정하며 목도리 두 개, 재킷, 가디건 두 장을 욱여넣고 거의 모든 옷을 긴팔로 준비하였다. 짐을 다 싸고 간신히 3시간의 수면을 취한 후 새벽같이 출발. 1시간 20분이면 9호선 급행과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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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헝가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으려던 소설 중여행/체코-헝가리 2019. 7. 9. 14:11
숙소 및 교통 예약, 관광지 및 맛집 선정 등 여행의 현실적인 면과는 사뭇 동떨어졌지만 여행을 즐기는 데에 꼭 필요한 몇 가지 준비가 있다. 여행지에 관한 다큐를 보거나, 역사책, 여행기를 읽는 둥의 직접적인 준비가 있는가 하면, 목적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 지역 소설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그것이다. 영화도 좋은 매개체가 되겠지만 흥미가 없어서. 이번에 가는 체코나 헝가리는 문화/역사적으로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체코는 음악이나 미술은 좋아하지만 언어적으로 그들의 삶을 느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불안했다. 내가 이 문화를 더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가뜩이나 짧은 여행 기간인데 그마저도 경관, 음식, 사람에 대한 피상적 느낌만 받고 오는 것은 아닐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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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여행/체코-헝가리 2019. 2. 15. 11:53
노선을 엄청 고민하다가 항공비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덥썩 표를 사버렸다. 5월 말 6월 초, 8박 10일의 일정으로 인천-바르샤바(레이오버 1박)-프라하부다페스트-인천으로 발권하였다. 바르샤바에서의 1박, 부다페스트에서의 2박을 제외하고는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이동하면서 다른 도시를 들를지, 프라하 근교 도시로의 방문에서 숙박을 할지 등은 하나도 정하지 않았다. 프라하에서의 일정을 정하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74th Prague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공연 일정이었다. 스메타나의 생일인 5월 12일부터 시작해서 3주정도 진행되는데 내가 프라하에 머무르는 시기가 이 축제 기간과 맞물린다.이 음악제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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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 자크 아탈리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9. 1. 24. 16:58
1. 이슬람 문명에는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이 둘 있다. 시대를 몇 세기나 앞선 초천재들. 이븐 루시드(아베로에스)와 이븐 할둔. 는 이븐 루시드를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이라고 한다. 2. 유럽 최고의 석학?저자에 대한 수식어인데 그의 책을 몇 권 보았지만 도통 공감이 가지 않는 수식어였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들었다. 이 노잼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 두 가지.뭔 놈의 미스테리 비밀조직 음모론 소설, 쉽게 말하면 류의 소설을 다섯 달에 걸쳐 읽었는지.더 놀라운 것은 몇 주에 한 번 꼴로 책장을 펼쳐도 무리 없이 다음 내용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 구성이 얼마나 평면적이고 단순한지 알려주는 척도가 아니겠는가. '구...궁금해서 책 넘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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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읽은 책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8. 7. 20. 15:13
욕심이 많아서 여러 권을 함께 읽는다. 읽다가 에잉씨 그만 읽으련다 하며 던져버리는 책도 있고, 도서관 반납일 때문에 억지로라도 다 읽는 책도 있고. 그 중 60%이상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보고자한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플로리안 아이그너 "우연히 접한 이 책이 내 생각을 지배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아끼며 읽고 있다. 이 책 덕분에 평소 Shiva神 마인드로 접근하였던 통계학에 미약하게나마 비슈누의 감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쉬바). 과학의 탈을 썼는데 따뜻하고 어렵지 않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이 책은 독자의 배경지식, 관점,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른 시사점을 가진다. 읽는 이가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교양, 과학, 사회학, 철학, 힐링류 도서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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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찰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18. 7. 17. 13:59
지하철에 탄 학생들 교복에 명찰이 부착되어 있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도 아니고 오버로크로 박아버린 경우이다. 시력이 안 좋은 편이라 보통이라면 눈에 보일 리가 없는데 유독 한 학생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야구 잘 할 이름이네. 혼자 피식하다가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쉽게 이름을 알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여 억하심정을 가진 자의 데쓰노트에 그 이름이 새겨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큰 일 아닌가. 고래로 동양 문화권에는 이름에 대한 터부가 있었다. 훗날 연구하고싶은 주제가 바로 '이름'에 관한 비교문화 접근이다. 동양에는 '피휘', 즉 왕, 성인, 조상의 이름을 기를 쓰고 피해 쓰는데, 서양에는 오히려 성인과 선대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모두 존경의 뜻에서 나왔건만 양태는 극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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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베를린필 12첼리스트(6월 27일) 롯데콘서트홀_잡상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8. 7. 4. 10:59
그러니까 2000년. 처음 TV를 통해 그들의 연주를 듣고 언젠가는 직접 듣고말겠다고 결심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내한하였지만 게을러서 놓치거나, 내가 외국에 있거나 하며 인연이 닿지 않아 레이더망에 걸린 이번 공연만 오매불망 기다렸다. 소리만 잘 들으면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가장 저렴한 표를 사려고했으나 시야가 가린다고 해서 답답할까봐 그 다음으로 저렴한 합창석 표 획득.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R석은 자리가 많고, 저렴한 자리는 매진이다. 일본에 있는 친구 말로는 그곳 공연 객석표도 같은 양상이라고 한다. 장소가 롯데콘서트홀이라 저녁으로 멘야하나비에서 나고야마제소바를 먹을 요량이었다. 허나 점심을 너무 배불리 먹었는지 배 안이 맛있는 음식을 영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하여 집에 들려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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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식의 품격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8. 6. 1. 15:22
읽는 책의 50% 정도가 건축 아니면 음식에 관한 것이다. 사람 사는 데에 필요한 필수 3요소 중 옷을 제외한 식주 영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문제는 글로만 배운다는 것.그리하여 레이더에 들어온 것이 이용재의 . 이미 그의 전작인 을 재미나게 읽었던 참이었다. 한식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는 뭐라 비판을 했을까 엄청난 기대를 하며 을 펴들었다.기대한 것치고 초반은 굉장히 읽기가 힘들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논리가 없어서(끄응). 한식에 품격이란 없다, 내가 성역 없이 제대로 비판해주마의 패기 넘치는 대갈일성은 어디 갔는지 1부 맛의 원리, 특히 다섯 가지 기본 맛(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다루면서 순환논증의 오류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특정 음식을 전제로 해서 다른 맛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