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m I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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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손에 못이 박이다What am I doing? 2022. 5. 10. 11:46
독서모임에서 위화의 초반 두 챕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의 한국판 서문은 중국 정부의 과도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천안문 6.4 항쟁을 에둘러서 5월 35일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소설이라는 허구적 양식을 빌리면 출판 가능하지만, 논픽션이면 금서로 지정되는 작금의 상황을 사뭇 부드럽게 비판한다. 마침 모임 친구가 전자의 예로 출판되었던 를 읽었다며 소개해주었다. 문화대혁명의 격동 속에서 살아가는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와중에 선량한 선생이 단지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살해되기까지의 군종심리와 그 사이에 요동치는 개인의 자각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문득 내 귀를 끄는 말이 있었다. 지식인과 노동자를 식별하는 방법은 손톱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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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 재탕하다가What am I doing? 2022. 5. 7. 12:54
약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중드는 한번 들어가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달리게 하는 마약 같은 맛이 있다. 미드는 약간 생활 같다. 그냥 부담 없이 켜놓는다. , , 그리고 요즘은 를 그냥 생활처럼 켜 둔다. 가끔 진득하니 자리 잡고 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저 배경음악처럼 떠들게 내버려 둔다. 일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 본다. 유일하게 부담없이 보는 것이 . 일본은 드라마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이다. 재탕에 삼탕에 사골 국 마냥 우려먹는 것이 있으니 , , 이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본 작품은 한번 보면 끝이다. 중드기의 도래와 함께 일드와 아니메가 버림 받고 덩달아 일본어가 홀시된 지 꽤 오래이다. 그래서 중드도 약간 쉬어가는 타임이고, 일본어 시동이나 걸 겸 작년 초에 재밌게 봤던 을 꺼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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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What am I doing? 2022. 5. 5. 22:57
1. 요즘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닌다. 일생을 게으르게 살다가 가끔 삘 받으면 일 치고, 그러다가 지치면 맥이 풀린 듯 깊은 동굴에 웅크리고 누워 가일층 게을러진다. 손 씻다가 나는 과연 게으른가 부지런한가로 고민했는데,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게으르고 게으른 사람보다는 부지런하다는 일말의 통찰력도 없는 답을 매번 도출하곤 한다. 이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2. 친구의 압박으로 허벅지 운동을 시작했다. 역시 인간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을 단련하니 기분이 좋긴한데 하루에 운동은 한 가지만 한다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철칙이 있어 자세교정 요가를 안 했더니 다시금 거북목의 압박. 다른 친구는 그럼 허벅지 튼튼한 거북이가 되었겠다며 반색. 3. 조카를 제외하고 요즘 내 덕질의 대상이라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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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难留少年时What am I doing? 2022. 4. 22. 13:40
1. 요즘 들어 가장 생각 없고, 마음은 침잠하고, 발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입은 주둥이를 후려칠만한 말만 나불거린 한 주였다. 이럴 때는 사람같은 것은 만나면 안 되는데 굳이 마주하고 구업을 쌓고 상대의 코나투스를 떨어뜨린다.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한 채 남들이 나를 음해한다는 생각만 커져간다. 심연의 괴물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데 그 목구멍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 기댈 것은 다른 이들의 너그러움뿐. 그간 내 우패를 잘도 견딘 사람들 아닌가. 2. 수면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밤에 늦게 자니 문제다. 낮동안 내 앞에서 열심히 말하는 사람 앞에서 정신줄 놓을 것 같아, 오늘은 꼭 초저녁부터 밥도 먹지 말고 잠을 자야지 다짐하지만,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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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4월What am I doing? 2022. 4. 8. 14:15
3월 목표를 쓰지 않았더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매일의 기록을 살펴보니 독서와 덕질, 그리고 약간의 창의적인 활동으로 점철된 한 달이었던 듯싶다. 2월부터 시작한 아랍 문자 익히기는 계속되지만 영 지지부진하다. 나이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걸 지금껏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게 혹시 그 징후인가 싶을 정도이다. 하긴, 대학 때부터 했던 일본어는 아직도 가타카나 까막눈이니 이게 꼭 기억력 문제로 치환할 거리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노-오력이 부족한 듯. 3월 내내 한시를 하루 한 편씩 외웠는데, 약 30여 수 정도 외운 후에 그제부터 복습을 시작했다. 한시는 절구만 외워서 오언절구든, 칠언절구든 한 수 외우는데 2-3분밖에 안 걸리는데 다음날 되면 매번 첫 행이나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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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 기록(the body, 음악이 좋아서… 등)What am I doing? 2022. 3. 31. 13:06
휘발성 인생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포스팅. 수잔 바우어의 : 원서로만 봄. 저자는 본인도 홈스쿨링, 자녀도 홈스쿨링을 했다는 듯. 이런 노하우가 점철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영어/역사 용으로 꽤 읽히는 것 같아서 나중에 조카랑 읽겠다며, 주욱 훑어보는데, 1권 (고대 중간부터), 2권 중세를 거쳐, 3권 근대 초기까지 읽는데 진짜 더 이상 봐주기가 어렵다. 3권을 거의 끝까지 인고의 시간으로 버텼는데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일단 역사책도 아니고, 시선은 편벽되었으며, 지나치게 서구 중심이다. 다른 세계를 이렇게 홀략하면서 유럽이나 미국은 이렇게 자세히 다룬다고? 이렇게나 노잼인데? 식민지 얘기를 이렇게밖에 못 쓴다고? 분노에 분노를 거듭했다. 3권에서 청나라 부분을 읽는데, 앞은 그나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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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사What am I doing? 2022. 3. 29. 11:38
《산하령》을 보고 초사를 다시금 찾아 읽게 되었다. 처음 온객행이 굴원의 의 구절(沧浪之水清兮 可以濯吾缨 沧浪之水浊兮 可以濯吾足-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이 더러우면 내 발을 씻을 수 있네)을 읊을 때는 그저 '굴원이네, 중국인들 굴원 참 좋아해' 이러면서 넘어갔다. 그러다가 후에 복습하면서 주자서가 온객행을 향해 기꺼이 벼랑으로 몸을 던질 때 나오는 구절(何故至于斯-어찌하여 이렇게까지 되었는가/드라마 대사에서는 何至于斯로 나옴)이 굴원의 어부사 구절인 것을 알고 그만 전율이 돋았다. 나는 중문학 수업은 거의 고전만 들었는데(굉장히 편식함), 그때 한 선생님이 초사 전공자였다. 그 분이 하도 초사 타령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접했는데, 정서가 좀 아니 많이 안 맞았다. 굴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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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올리브올드What am I doing? 2022. 2. 15. 12:25
집에서 내 별명은 다이써. 나 스스로 정한 별명은 올리브올드. 감히 영을 붙일 수는 없어 스스로 올드라 칭하였고, 주변인들 모두 좋은 별명이라 칭찬해주니 더없이 뿌듯하다. 나는 혹여 전우치 같은 자가 매점매석을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어 필수품을 어느 정도 쟁여두는 버릇이 있다. 이들을 각종 리빙박스나 옷장, 서랍, 창고 등에 배분하여 보관하며, 물건들이 어디에 수납되어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한다. 남에게 빌려준 필수품은 잘 기억해두다가 여섯 살 조카에게도 "네가 가져간 줄자는 언제 가져올 거니"라며 종종 일깨워주곤 한다. 물론, 조카는 다 가져도 된다. 나는 그냥 줄자를 하나 더 준비하면 되니깐. 가족들은 다들 내게 와서 물건을 찾아가곤 한다. 따라서 물품은 가끔씩 정리하여 수량을 파악하여 부족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