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m I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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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역사What am I doing? 2021. 12. 23. 15:31
당태종과 위징 매일 중국어로 역사책 한 챕터씩 낭독하기를 하는데 오늘 읽은 부분은 위징과 당태종 부분이다. 위징이라는 사람의 역정이 워낙 특이해서 접할 때마다 관심은 생기는데 딱히 시간을 들여 파헤쳐본 적은 없다. 어찌되었건, 위징은 죽음을 불사하고 황제에게 쓴소리(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이라 당태종은 열통 터뜨리며 논쟁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위징의 눈치를 엄청 봤다. 예를 들면 사냥놀이 갈 준비 다 해놓고도 위징이 알면 분명 말릴 것인지라, 위징한테 말 꺼내기가 무서워서 그냥 취소를 했다던가, 귀한 새를 어깨에 두고 놀다가 위징이 멀리에서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혼날까봐 두려워 품 속에 숨겼는데, 위징의 주청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결국 새가 품 속에서 영면을 맞이했다던가 하는 얘기들 말이다. (옛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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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에셔What am I doing? 2021. 12. 16. 12:55
를 읽다보면 에셔의 그림이 주는 상징성에 호기심이 차오르는 동시에 굉장한 위안을 받는다. 호프스태더가 괴델의 수학 이론을 음악과 미술에 통섭하려는 목적으로 교묘하게 사용한 에셔 그림이 담지하는 철학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전자를 풀어 말한 것이다.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매번 정해진 분량으로 읽고 있는데,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으면 그만큼 읽을 분량이 줄어들어 위안을 받는 것이 후자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언설이다. 그런데 에셔의 그림을 보다보면 묘한 감정이 생기기는 하지만, 강력한 예술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한 감동은 전혀 없다. 내부에 포함한 의미와 논리가 심미적 외부를 파훼해버려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내 눈은 아름답다는 인식을 뇌에 송출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식으로 철학성이나 논리성이 팽배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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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2017.5.15/2021.12.13What am I doing? 2021. 12. 13. 11:59
여행은 한정된 시간을 길게 쓰는 방편이다. 통근길은 너무나도 반복적이라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마치 그런 시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순간이동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길고 길어서 사뭇 고생스럽기까지 한 지루한 통근시간을 잊고 오늘도 또 출근길에 오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웬만큼 생의 감각을 흔드는 상황이나 정서가 아니고서는 매일 매일이 똑같은 통근길이고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시간이고 그래서 사라져 버린 시간이다. 그런데 여행은 생의 감각을 흔드는 노력 없이도 예술로서의 삶을 포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지도를 보며, 책을 보며 눈으로 따라갔던 그 길에 실제로 발을 디디는 순간은 얼마나 찬란한가. 아직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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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구역 유튜브What am I doing? 2021. 12. 9. 14:07
중국 드라마 덕질을 시작하면서 일부러 관련 영상을 시청할 때 유튜브를 이용하지 않았다. 일단 중국 작품이니만큼 유튜브에 접속하기 어려운 중국인들이 본국의 동영상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bilibili에는 탄막(弹幕)이라고 해서 댓글이 화면에 송출되는데, 평소에는 정신 사나워서 꺼놓지만, 화면 상황이 이해 안 갈 때 이 탄막을 보면 이해가 갈 때가 있어 나름 유용하다. 유튜브에서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캡션 자막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중국어 들을 때 자막 공격 당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유튜브 자막 디폴트를 스페인어로 설정함). 더 중요하게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려 허덕이고 싶지 않았다. 내 유튜브 계정은 추천 영상이 클래식, ted, 언어 관련 영상, IT, 요가, 스톡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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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What am I doing? 2021. 10. 12. 15:21
연휴 첫날 조카와 동생과 함께 서울랜드로 향하였다. 놀이동산을 좋아하는 조카 덕에 올해 벌써 두 번이나 서울랜드에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때에도 한 번 갔었는데 이번에는 날이 더 선선해져서인지 놀이동산은 인산인해이다. 개장 전인데 동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유나는 팔짝팔짝 뛰며 입장. 평소에는 집에서 나오는 것을 귀찮아하는 내향성 집순이인데 놀이동산의 바이브는 아이의 몸과 정신을 관통하나 보다. 서울랜드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캐릭터와 테마가 주종을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연인이나 학생들보다는 가족 단위 방문자가 대부분이다. 맨 처음은 저번에도 그랬지만 슈퍼윙스로 시작. 오프닝을 개사해서 구조대장 유나! 멋쟁이 이모!라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출동을 외친다. 동생은 뒤늦게 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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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What am I doing? 2021. 10. 7. 12:48
지금껏 아니 거의 최근까지도 스스로를 멀티태스커라고 생각했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편이고, 주변인들도 일 처리가 빠른 내게 어떻게 그렇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평소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내게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심지어 초등학생 시절에도 문제집을 풀 때면 1번 문제의 보기를 읽고 정답을 체크하면서 다음 문제를 읽었다. 남들 눈에는 연속적으로 답을 마킹하고 내 모습이 답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서인지 이후에도 문제 푸는 속도가 빨랐다. 수능 언어능력 같은 경우도 다 풀고 나면 시간이 반 정도 남을 정도였다. 고2 때 첫 모의고사도 그렇게 풀고 시험 시간 내내 엎어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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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What am I doing? 2021. 9. 30. 11:10
예전에는 이라고 해봤자 2년 전이지만 명절이면, 특히나 날 좋은 추석이면 10박 정도 해외로 길게 여행을 떠났다. 19년 추석 여행을 마지막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변하였다. 이번 추석에도 가족 여행에 동행하는 대신 장기간의 칩거를 선택하였다. 그러다가 약 8일 만에 폐관수련을 마치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의 칩거에도 거리두기가 되었는지 세상이 어색해졌다. 매번 듣던 코로나 관련 안내방송도 새롭게 들렸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듣는 목소리 같았다. 보통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는 이런 방송이 자본주의에 침식당한 광고였지만, 지금 내가 당면한 디스토피아는 국가가 국민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세계이다. 무슨 안내를 그리 많이 하는지 사람을 바보로 아는가 싶다. 코로나 안내방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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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도 쳐다보기 힘든 눈이 되었다What am I doing? 2021. 9. 17. 12:07
요즘 하늘이 정말 공활하여 높고 구름 없다.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좀 볼라치면 눈이 욱신거려서 바라보기가 힘들다. 매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것만 응시하여 수정체가 두꺼워지다 보니 이를 풀려고하면 근육통이 격하게 찾아온다. 오늘도 하늘 좀 보고 싶은데 격통으로 자꾸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 서글프다. 그 와중에 백혈구가 눈앞에 어른거리기까지 한다. 얼마 전에는 속리산 휴양림 체험 마을에 지인들과 다녀왔다.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하며 평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는데 비문증 때문에 눈앞은 시끌벅적하다. 단조로운 하늘색을 바탕으로 하니 시야에 티끌처럼 떠다니는 부유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시선을 옮길 때마다 대형을 변화시킨다. 어느새 하늘을 보지 않고 비문, 즉 날아다니는 모기들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이는 눈을..